“클수록 잘 팔린다” 대용량 상품에 소비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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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클수록 잘 팔린다” 대용량 상품에 소비 ‘활짝’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크기로 먹방 재미, 합리적 가격대로 가성비도

기사입력2023-07-17 10:20

혼자 먹어도 즐겁고, 함께 먹어도 푸짐한 ‘빅 사이즈’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 단위당 가격이 좀 더 저렴한 가성비 제품에 손이 가는 심리는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최근 식품업계에서 출시하고 있는 대용량 제품은 가성비만을 만족시키진 않는다. 가성비에 시각적인 재미까지 부여해 소비자에게 심리적인 만족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런 만족감은 자발적인 바이럴로 이어진다. 이에 편의점 업계에서 시작한 ‘빅 사이즈’ 제품의 열기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이어지며 초대형 상품 출시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먹방을 하는 것 같아요”…MZ 사이에 입소문 타며 흥행

대용량 제품의 트렌드를 이끈 곳은 편의점이다. 본래 편의점은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1인 가구나 인근의 직장인이 꾸준히 찾았다. 요즘에는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의 고물가로 인해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성비가 높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을 찾는 고객은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편의점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최근 식품업계에서 유행하는 제품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트렌드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식품류가 모여 있으면서, 고객의 기호를 반영한 편의점 PB상품까지 합세해 매주 신상품이 쏟아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가다.

최근 SNS에서 핫한 대용량 상품 역시 편의점에서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감의 먹거리가 SNS를 차지했던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요즘에 SNS에서 바이럴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용량 라면, 빵, 팝콘, 음료 등을 보면 일단 ‘괴물’ 같은 크기로 시각부터 압도한다.

이런 빅 사이즈는 유튜버의 ‘먹방용 제품’으로 많이 활용되며, 구매자의 입맛까지 끌어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먹방 트렌드가 뉴미디어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고, 이전부터 먹방 유튜버들은 곱창 40인분 먹기, 회전초밥 100접시 먹기 등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 대용량의 양을 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신기한 재미와 함께 대리 만족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런 사람들의 ‘먹방’에 대한 갈망을 자극한 것이 ‘대용량’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 제품들은 비주얼적으로도 사람들에게 보는 만족감을 부여하지만, 실제로 ‘먹방’을 하는 것 같은 재미도 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품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라면이 불붙인 빅 사이즈…가성비 바람 타고 음료까지 등장

편의점 업계에서 시작한 ‘빅 사이즈’ 제품의 열기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이어지며, 최근 초대형 상품 출시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비주얼 쇼크’를 일으키며 소비자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끈 제품은 ‘점보 도시락’ 컵라면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내놓은 점보 도시락은 가로와 세로 사이즈가 27.8cm, 33.5cm로 기존에 판매하던 ‘팔도 도시락’보다 크기가 8.5배 더 크다. 여기에 중량은 기존 제품(86g)보다 8배 정도 늘린 729g으로 8~9명이 먹어도 거뜬한 양을 자랑한다.

GS25에 따르면, 점보 도시락으로 인해 편의점 매출은 물론, 앱 회원 수까지 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5월31일 처음 출시한 이 초대형 컵라면은 약 3일 만에 준비한 초도 물량 5만여개를 모두 소진했다. 점보 도시락의 인기에 힘입어 원제품인 팔도 도시락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세를 보였다. GS25가 점보 도시락 출시 직후 약 3주간 내놓은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팔도 도시락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67.7% 신장했다. 점보 도시락 효과로 6월 기준, 차별화 컵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84.9% 상승했다.

점보 도시락의 바이럴 효과도 상당했다.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 언급량만 3만여건, 유튜브 500여건을 돌파하며 온라인상에서 크게 이슈화됐다. 더불어 GS리테일 전용 앱인 ‘우리동네 GS’ 앱에 가입한 회원 수는 직전 동기 대비 48.2% 늘었다. 앱 회원 수의 증가 원인은 점보 도시락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재고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GS25에 따르면, 앱의 검색창에 점보 도시락이 160만회 넘게 조회되며 포켓몬빵 출시 이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처럼 점보 도시락의 인기가 지속되고, 추가 물량 요청도 쇄도하자 GS25는 이 제품을 기획상품에서 상시 운영상품으로 전환했다.

이런 ‘초대형’ 용량의 제품들이 ‘완판템’으로 등극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GS25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6월15일 출시한 ‘넷플릭스점보팝콘’이 스테디셀러였던 새우깡, 포카칩을 제치고 400여종의 스낵 중 매출 1위에 등극했다.

넷플릭스점보팝콘은 일반 팝콘 상품 대비 6배에 달하는 특대형으로 중량만 400g이다. 가격면에서도 합리성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팝콘의 용량이 70g이고, 가격이 1500~1700원에 형성돼 있어 g당 단위 가격이 22원 정도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점보팝콘은 가격이 6900원으로 g당 단위가격이 17원 정도로 더 저렴하다.

빅사이즈 삼각김밥도 인기다. 최근 이마트24는 기존 더빅 2종을 묶은 ‘더빅삼각김밥’을 내놨다. 이는 런치플레이션으로 대용량 삼감김밥의 판매가 늘자, 가성비 상품으로 기획한 것이다. 개당 중량은 150~160g으로 일반 삼각김밥 중량보다 50% 더 많다. 가격도 29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편의점에서 이런 대용량 제품의 인기가 이어지자, 식품업계에서도 ‘빅사이즈’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풀무원은 대용량 주스인 ‘잇츠 프레쉬업’을 롯데마트와 롯데온에서 단독으로 출시했다. 기존의 풀무원 음료가 215ml 혹은 800ml였던 것에 반해 2.3L 대용량으로 ml당 가성비가 뛰어나다. 여기에 100% 생과일을 착즙해 만든 풀무원의 주스 브랜드인 ‘아임리얼’의 노하우를 발휘해 신선도와 영양까지 담아 가족 소비자를 공략했다.

스타벅스는 오는 20일부터 9월30일까지 ‘트렌타(TRENTA)’ 사이즈를 출시한다. 스타벅스의 여름철 인기음료인 ‘콜드 브루’, ‘자몽 허니 블랙 티’, ‘딸기 아사이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셔’의 아이스 컵 사이즈 옵션에 트렌타 사이즈를 추가한다. 트렌타 사이즈는 북미지역에서 일부 음료에 한해 판매되고 있지만, 이번 출시로 인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판매하는 국가가 된다.

트렌타는 이탈리아어로 ‘30’이라는 뜻이다. 이는 30온스(887ml) 용량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참고로, 아이스 음료 기준으로 각 사이즈를 비교하면, 톨 사이즈는 355ml(12oz), 그란데는 473ml(16oz), 벤티 591ml(24oz), 트렌타 887ml(30oz)다.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다. 기존의 사이즈는 118ml씩 용량이 올라가고 가격은 500원씩 차이가 나지만, 트렌타 사이즈는 벤티 사이즈보다 296ml 더 용량이 늘고, 가격은 1000원 더 비싸다.

이번 트렌타 사이즈 출시 역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연간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객 10명 중 7.6명이 아이스 음료를 먹고 있다”며, “특히 아이스 음료를 선호하는 고객이 빨대로 시원하게 들이마시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큰 사이즈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를 방문했던 고객 중에 한국에는 왜 트렌타 사이즈가 없냐는 문의와 고객의 소리가 많았다”라며, “두 달 정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실적 추이를 보면서 판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