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을 강요하는 이권 카르텔부터 손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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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저임금을 강요하는 이권 카르텔부터 손봐라 물가 상승률 못 미치는 인상, 최저임금 취지 망각

기사입력2023-07-20 16:03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2024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 2023년에 비해 시간당 240원, 2.5%가 인상된 것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3.5%나 앞으로 인상이 예정된 공공요금을 생각한다면 최저임금 2.5% 인상은 실질적인 임금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 측 대표와 사용자 측 대표의 줄다리기 속에 공익 위원들이 윤석열 정부 저임금 정책에 편승함으로 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률로 귀결됐다.

당장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최저임금 1만원은 밑바닥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자 우리 사회를 조금 더 평등하게 만들자는 외침이라는 알바연대. 최저임금이 여전히 1만원도 넘지 않는 현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절망과도 같다는 청년진보당. 여기에 양대노총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와 비혼단신 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이번 결정은 산입범위 확대개악으로 인해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한 것으로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격양된 규탄도 터져 나왔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만도 34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알바생·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2023년도보다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경제 침체기이고 수출·내수 모두 어렵다 하더라도 이는 고통의 분담이 아니라 고통의 전가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이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마저 망각한 경제·정치권력의 폭거에 다름 아니다.

요사이 대통령이 자구 언급하는 게 이권 카르텔이다. 노동조합·시민단체·야당 등을 싸잡아 이권 카르텔로 묶는가 하면 이권 카르텔에 부당하게 지원되는 돈을 회수해 수해 복구에 쓰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권 카르텔 중 가장 견고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건 저임금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이권 카르텔이다. 경제계가 앞장서고 보수 정치권이 가세한다. 언론과 보수 학자들도 한통속이다.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경제 위기를 꺼내들고 노동자에게 저임금이나 손쉬운 해고를 요구한다. 한해도 거른 적이 없다. 매번 위기이고 그래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자영업자는 그들에게는 손쉽게 끌어드릴 수 있는 볼모일 뿐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세계 3위의 가계 부채다. 빚내서 생활하고 빚으로 전세를 살고 빚으로 학교를 마친다. 자영업자가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높은 임대료나 수출·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바꿔야 함에도 늘상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가 힘들어 진다고 한다. 가계 부채 때문에 경제 성장이 멈출 걸 걱정하면서도, 같은 지면에 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상반된 논조를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언론들. 알바로 연명하는 청년들과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활을 하고 어떻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 살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간당 240원, 2.5% 최저임금 인상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한 이권 카르텔의 가장 앞에 서서 목소리를 키운 것도 대통령이고 고위관료들이다. 연일 뒷걸음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걱정이다. 오르는 물가와 공공요금, 내수도 수출도 줄어들고 경제 성장 전망치는 매번 하향으로 바뀐다. 노동자 임금을 줄이고 노동 시간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 그 진부한 카르텔 수호에 앞장 선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회의가 점점 커지는 요즘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