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초기’만큼 치솟은 연체율, 대응 시급해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코로나 초기’만큼 치솟은 연체율, 대응 시급해 고금리에 경기침체 겹친 결과…중소기업 자금위기 확산 막아야

기사입력2023-07-2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연체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이같은 상황이 중소기업 자금위기로 확산되기 전에 선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0%를 기록했다. 0.4%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5월 당시(0.42%)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저금리 정책과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로 인해 연체율은 계속해서 하락했고, 지난해 5월말에는 0.24%를 기록했다. 그러나 1년만에 0.16%p가 치솟으면서, 연체율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추세도 좋지 않다. 지난 4월말(0.37%)에 비하면 0.03%p 상승했다. 올해 5월중 신규연체율은 0.10%로 4월(0.08%)보다 0.02%p 올랐다. 지난해 5월(0.05%)보다는 2배나 상승했다.

금감원은 은행 연체율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상승폭은 점차 축소되는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체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당시 0.25%에서 올해 1월(0.31%)과 2월(0.36%) 연거푸 상승한 뒤, 3월(0.33%) 한차례 주춤했지만 4월(0.37%)에 이어 5월까지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다. 상승폭이 올해 초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연체율 자체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여전히 연체율이 높은 수준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 최근의 금리가 더 높고 경기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간에 끝날 문제도 아니다. 고금리 상황이 1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국의 긴축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끝을 짐작할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경기침체 마저도 올해 상반기 내내 계속되고 있다.

기업대출 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더 높은 수준이란 점도 문제다. 5월 들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1%를 기록했다. 2022년 5월말(0.29%)보다는 무려 0.22%p가 올랐다. 올해 4월말(0.46%)보다도 상당폭 상승했다.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점은 은행 연체율 이외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6월 초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자금사정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기업 중 28%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자금사정이 더 곤란하다고 답했다.

고금리와 경기악화의 여파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게 더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한 비중을 보면,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에서는 절반이 넘는 58.9%에 달했다. 반면 매출액 규모가 더 큰 기업들에서는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비율이 낮아졌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과 같은 수준(28.7%)이거나, 오히려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23.0%)는 응답이 전체의 51.7%에 달한다는 점도 문제다. 영업이익과 이자의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절반을 넘어섰다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심각한 상황에 쳐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발표한 이자경감 등 상생대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응답이 73%에 달했다. 알고 있으며 이용 중인 중소기업은 3%에 불과했다. 상생대책이 실효성있게 작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연체율 상승이 금융기관을 뒤흔드는 금융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상당히 여유롭게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인해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부처와 금융당국이 협력해 중소기업 자금사정 완화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단시일 내에 끝나지 않아서,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이 자금사정에 버티지 못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의지와 행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