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대한민국의 ‘후진’ 프랜차이즈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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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선진’ 대한민국의 ‘후진’ 프랜차이즈 시스템 “관련 법의 허술함과 관련 기관의 무관심이 나은 결과”

기사입력2023-07-31 12:41

권성훈 객원 기자 (junsoohyup@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권성훈 집햅위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 숙원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필수품목’을 꼽을 듯하다. 누군가에게는 낯설 수 있는 ‘필수품목’이란 단어를 쉽게 표현하면, 본사가 가맹점에 ‘표준, 통일’이라는 명목으로 강매하는 원부자재를 지칭한다. 여기에는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각종 원부자재까지 포함된다.

최근 다수의 언론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필수품목 과다 수취’와 관련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더불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라면에 이어 우리나라 대표 간식인 치킨을 정조준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의 생닭, 식용유 등 유통 실태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맹사업에서 필수품이란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정부가 나서 조사를 지시했는지, 그리고 이 해묵은 문제가 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로열티를 기피하는 이유=가맹사업의 특징 중 하나는 본사가 가맹점이 사용하는 원부자재에 대한 유통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경쟁시장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과점’을 경계하는 것은 품질 저하와 폭리라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법이 탄생했고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조직도 만들어졌다. 공정위를 검색하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이다’라고 나올 정도다.

그만큼 독점이 시장에 끼치는 해악이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무시되는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랜차이즈 산업이다. 가맹사업에서 유통의 독점이 허용되는 이유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이라는 ‘표준, 통일성’ 때문이다. 물론 관련 법에 조건은 있다. 본사가 지정한 원부자재가 통일성 유지에 대체 불가하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품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필수품목 지정과 가격 결정이 본사의 일방적 권한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 행위를 검증하는 시스템조차 없다. 이런 상황을 악용해 가맹본사는 수십, 수백, 수천 개의 가맹점에 납품하는 유통시장을 독점한다. 시장의 독점은 당연히(?) ‘폭리’를 부른다. 본사의 ‘폭리’는 가맹점에는 ‘착취’다. 그렇게 본사의 유통 독점과 폭리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표적 분쟁 사유가 됐다. 그리고 현재, 물가 상승의 핵심요소로까지 지목돼 공정위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원부자재에 붙이는 본사 수익을 명기해야 한다. <제공=전국가맹점주협의회 권성훈 집햅위원>

이쯤에서 누군가는 가맹사업에서 필수품이 그렇게 문제라면, ‘관련 사업을 관리하고 규율하는 법은 없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현재 가맹사업법에는 필수품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과 본사가 필수품으로 수취하는 수익률을 정보공개서의 ‘차액가맹금’이라는 항목에 명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의 몇 가지 맹점으로(필수품 지정에 대한 검증 불가, 차액가맹금 온라인 공개 불가 등) 법이 목적한 의도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원조국인 미국은 현재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매출에 부과하는 수수료인 ‘로열티’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프랜차이즈를 받아드린 우리나라만 유독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부자재 강매로 수익을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가맹본사들은 왜 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

징수의 편의성과 점주들의 심리적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조세저항’ 그러니까 ‘세금 내기 싫어하는 마음’은 조세 제도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발생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부분 국가는 직접세(소득세 등) 외에 각종 재화를 구매할 때 부과하는 간접세(부가가치세 등)를 같이 운영한다. 그리고 ‘간접세’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를 가맹사업과 비교하면 매출에 붙이는 ‘로열티’는 직접세이고 물건에 붙이는 본사 수익 즉, ‘차액가맹금’은 일종의 간접세다. 이로써 가맹본사가 왜 ‘차액가맹금’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후진 프랜차이즈 시스템=그렇다면 미국 점주들도 분명 ‘조세저항’ 심리가 있을 텐데 미국은 왜 로열티 제도가 보편화 되었을까? 당연하겠지만,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도 로열티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에는 심한 홍역을 앓았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에는 미국의 ‘치킨 딜라이트’라는 사건이 있다. 치킨 딜라이트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가맹비를 받지 않는다고 유혹한 후, 가맹점에 필요한 물품 전부(종이컵부터 주방설비까지)를 본사에서 구매하도록 강제해 이익을 챙겼다. 독점 그리고 원부자재에 감춰진 수익은 당연히 폭리로 이어졌다(이 시스템을 우리나라 가맹기업들이 차용한 것이다). 이후 착취를 견디다 못한 가맹점주들은 ‘반독점법 위반’을 사유로 집단소송을 냈다.

반대로 1970년대 말, 석유파동으로 촉발된 물가인상으로 사업에 위기를 느낀 던킨도너츠 본사는 파격적으로 가맹점주들에게 점주와 본사가 함께하는 원부자재의 공동구매를 제안한다. 그리고 본사는 원부자재에 붙였던 수익(차액)을 매월 매출에 부과하는 ‘로열티’로 바꾼다.

미국 프랜차이즈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버거킹 수수료. 로열티가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제공=전국가맹점주협의회 권성훈 집햅위원>

공동구매는 원부자재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매출에 부과되는 명시적 로열티는 본사의 ‘폭리’를 통제했다.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점주의 수익으로 이어졌고, 본사 또한 긍정적 소문에 가맹점이 대폭 늘며 크게 성장한다. 이런 ‘윈윈’ 전략 덕분에 던킨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후 맥도널드, 버거킹, 피자헛, 서브웨이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이를 도입했다.

그런데 고약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글로벌 브랜드들조차 매출에 부과하는 로열티에 더해 토종 프랜차이즈처럼 ‘차액가맹금’까지 거둬들인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글로벌 브랜드라고 한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법적 통제도, 가맹점주단체에 의한 견제도 없는 상황에서 더 챙길 수 있는 수익을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이다.

국민 주머니를 압박하는 높은 외식가격, 박리에 허덕이는 가맹점주들…. 기업의 욕망을 규율해야 하는 법의 허술함과 관련 기관의 무관심이 한 몫한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최근 필수품에 대한 실태조사가 점주들에게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번 실태조사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공정위는 물론 관련 법을 보완하는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전국가맹점주협의회 권성훈 집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