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아파트’ 말 막아도 부실시공 해결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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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순살아파트’ 말 막아도 부실시공 해결 안된다 부실시공 부른 불법도급·속도전 막을 대책 안보여

기사입력2023-08-0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LH 공공주택의 부실시공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언론이 사용하는 ‘순살아파트’라는 표현에 반론을 제기했다.

원 장관은 “순살 아파트다, 이 부분은 물론 감각적으로 알기 쉽게 하는 면에서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 건설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하주차장의 무량판 구조의 기둥 부위에 일부 철근과 철근을 감아주는 보강철근이 누락돼 있는 것을 모든 아파트의 모든 부분에 대한 불안으로 근거 없이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맥락을 살펴보면, 언론에서 순살아파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무량판 구조의 보강근이 빠진 것은 천장 등에 들어가야 할 철근이 모두 빠진 것과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순살아파트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불안감이 확산된 원인은 부실시공에 있고 순살아파트는 부실시공에 대한 풍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LH의 공동조사결과, 2017년 이후에 LH가 무량판으로 발주해 시공사를 선정한 91개 단지 중에 15개 단지에서 기둥 주변의 보강 철근이 부족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결과를 보면 일부 단지에서는 무량판 154개 중 모두에서 구조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보강철근이 설계단계에서부터 빠진 채로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계산을 반영하지 않아 전체 무량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분량에 보강철근이 빠진채 시공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보강철근이 빠져도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이미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 1층과 2층이 붕괴한 사고가 발행했다. 당시 사고의 원인으로 보강근의 미설치가 지목된 바 있고, 이로 인해 LH 발주 아파트에 대한 진단이 시작됐다. 검단 붕괴사고는 건설 도중이었기 때문에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없었으나, 이미 입주한 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조사가 2017년 이후와 무량판 구조에 국한됐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부는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와 무량판 구조로 시공중인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는데, 2017년 이전을 조사대상에서 뺀 이유를 알 수 없다. 또, 설계나 시공 단계에서의 부실이 오직 무량판 구조에서만 나타났으리란 법도 없다. 6명의 사망이 발생한 HDC현산의 아파트 붕괴사고의 경우 무단 설계변경이 주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무량판 구조에 초점을 두는 동안 중요한 사고원인이 가려져 있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9만에 가까운 건설사는 5만개에 못 미치는 편의점 개수보다 많다”며, “줄어든 파이에서 이윤을 더 남겨야 되는 건설사들이 결국 선택하는 건 불법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불법하도급은 건설사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해체공사 붕괴사고의 경우, 3.3제곱미터당 공사비가 원도급사인 HDC현산에서는 28만원이었으나 하도급사에서는 10만원, 재하도급사에서는 4만원까지 줄어든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건설노조는 또 “현재 건설기술진흥법에서는 민간을 포함한 발주자에게 적정 공기 산정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법이 무시되고 있으며 발주처가 속도전을 방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처럼 조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순살아파트라는 표현을 막는데 급급한 국토부의 태도가 문제다. 하루빨리 적정한 시공기간 산정 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남탓이나 원인 축소에 정신이 팔려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