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SPC 대국민사과 또터진 산재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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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말뿐인 SPC 대국민사과 또터진 산재 사망사고 SPC 회장 사과와 노동부 기획감독에도 사고 재발 이유는 뭔가

기사입력2023-08-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SPC는 지난해 10월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허영인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이후에도 산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산재사망희생자추모행사 <사진=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SPC 계열사에서 또다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사망사고로 인해 허영인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사실이 놀랍다. 말뿐인 사과를 반복하지 말고, 또다시 발생한 산재에 제대로된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고는 지난 8일 SPC 계열사인 샤니의 성남지역 제빵공장에서 발생했다. 노동자 한명이 기계에 끼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이후 호흡과 맥박이 돌아와 치료중이었지만, 10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건이 일어난 구체적인 정황은 상세한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점검해야할 중요한 대목들이 있다.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끼임이 발생할 수 있는 기계의 설치와 작동방법이 안전기준에 따른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위험한 기계의 아래쪽에서 부품 교체를 금지하는 등의 안전수칙을 정하고 관리 중인지, 기계를 정지했을 때 다른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수칙을 회사가 제대로 정한 것인지 등을 지적했다.

공동행동의 지적은 모두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고 있는 바다. 법과 규정이 정한 기본적인 사항만 지켰더라도 위험한 산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공동행동은 샤니 제빵공장에서 지난해 10월 40대 노동자가 불량품을 빼내던 중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는 사실도 짚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제품 검수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SPC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SPL의 평택 공장에서는 20대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 이후 SPL 대표이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사고 이후 허영인 SPC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고가 발생한 SPL 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된 사실에 대해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그룹 회장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또다시 산재사고가 발생해 사과가 무색해졌다. 사과 이후 SPC그룹이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이것이 이번 사고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규명하고 철저히 책임져야 한다.

정부 역시 책임질 바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사망사고 이후 SPC그룹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해 다수의 위반사항을 개선지도한 바 있다. 또 전국의 식품 혼합기 등 위험 기계·장비를 보유한 13만5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6주간 단속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산재가 반복됐다면, 고용노동부의 조치에서 미진한 부분을 살피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동행동은 “SPC계열사에서 끼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끼임 사고는 동료 노동자의 부주의나 우연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SPC그룹의 기업 경영 및 생산 방식과 조직관리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추정이며, 산재 근절을 위해 반드시 귀기울어야 할 중요한 지적임에 틀림없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