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권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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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특별사면권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 경제사범의 특별사면이 ‘정경유착’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기사입력2023-08-16 09:1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경제인 가운데 횡령배임 등으로 처벌받은 이중근 부영 창업주는 2021년 광복절에 이미 가석방 됐지만, 5년간의 취업 제한이 이번 특사로 복권돼 경영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또한 130억원이 넘는 대규모 배임 혐의로 2018년 1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으나, 이번 특사에서 복권됐다. 횡령과 배임, 법인세 포탈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복권됐으며,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또한 복권됐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중인 김기문 회장도 이번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정부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기업임직원들을 사면 대상에 적극 포함해 민생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주요 경제인을 사면함으로써 당면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권이 공정과 법치주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행사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부패한 기업인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경제활력을 도모할 수 없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는 부패한 기업인들이 재기해야 할 약자로 보입니까?”라며,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이 아니라, 사법행정이 보듬지 못한 국민을 보살필 책임이다. 이번 특별사면 어디에도 대통령의 그런 책임감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도 “공금 횡령자들을 사면하는 게 경제활성화라니, 그 논리라면 동네슈퍼 도둑질은 ‘지역 경제활성화’라 불러야겠다”며, “이번 8·15 특사는 가진 자들에게 물어야 할 마땅한 죄도 묻지 않겠다는 ‘재벌 민원처리 사면’이자, ‘정쟁용 꼼수 사면’”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재벌총수 사면은 ‘헌법 위 특권층’이라는 대국민 선언에 불과하며 ‘법 앞의 평등’을 훼손하는 명백한 행정권력 남용”이라며, 부패한 재벌총수를 사면하지 않고서 경제활력을 도모할 수 없다면, 도대체 대통령과 경제부처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대거 사면·복권한 바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SK최태원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한화 김승현 회장 등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이 특별사면 혜택을 입었다.

사리사욕을 위해 배임·횡령을 하고 스스로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와 기업 관계자, 국가경제에 해악을 입히고도 그 죄를 다 받지 않은 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경제계가 건의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는 특별사면이 경제사범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별사면에 대한 취지와 의미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경제사범의 특별사면이 정경유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범위와 요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