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편하고 싸다…피서객 끌어들인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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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가깝고 편하고 싸다…피서객 끌어들인 그곳은 여행 느낌 듬뿍 “소비하며 힐링한다”…안캉스, 스테이케이션

기사입력2023-08-19 00:00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했던 ‘무지출 챌린지’가 여름 피서 형태도 바꿔놨다. ‘전통적인’ 휴가 방식을 선택하기보다는 피서의 대안으로 집 근처 시원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서지 바가지요금도 문제이지만, 치솟는 생활물가로 인해 피서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실내에서 피서를 즐긴다는 뜻의 ‘안캉스(실내+바캉스)’ 혹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Stay+Vacation)’을 즐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 인기 ‘시들’…높은 물가로 관광객 ‘외면’

20여년전 유행했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문구가 무색해지는 요즘이다. 고물가 시대에 경제적인 이유로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늦춘 직장인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전국의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휴가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 답한 사람이 70%에 육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일정 조정의 어려움(35.4%)’과 ‘비용 부담(34.8%)’ 때문이었다.

도심 속 의외의 장소가 ‘힐링’의 장소로 뜨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의정부미술도서관의 실내 전경. 도서관과 미술관을 융합한 미술 특화 전문도서관으로, 4만3000여권의 전문도서를 만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지혜의숲 실내 전경. 더위를 피해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북캉스를 즐기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래서일까.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던 여름휴가 장소 중 하나인 제주도의 인기는 휴가 막바지인 지금까지도 시들하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제주 관광객 수가 엔데믹을 기점으로 풀릴 거라 업계는 예상했지만, 막상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비싼 물가와 높은 여행경비 등으로 인해 만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10여년전부터 예견되던 일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2014~2022년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 심했던 2020년과 2021년에 국내 다른 지역의 대안으로 제주도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12.3%, 13.5%였다. 이는 2018과 2019년에 각각 1.5%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여행 만족도는 떨어졌다. 2018년과 2019년에 5점 만점에 각각 4.10점, 4.09점을 받았지만, 2020년부터 3년간 3.96, 3.88, 3.95점으로 하락했다. 이유는 비싼 물가 때문이었다. 이런 불만족도는 올 6월까지 지속적인 관광객 하락세로 이어져 내국인 관광객이 5.6%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사람들이 올여름 휴가지를 선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관광객 입도 현황에 따르면, 한창 여름휴가 특수를 누려야 할 시즌인 7월에 105만9165명의 내국인이 방문해 전년도 동월 대비 14.3% 더 적게 방문했다. 8월에는 16일 기준으로 57만2999명이 방문해 전년도 동월 대비 17.3% 하락했다.

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광복절에도 관광 제주로서의 명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월11일부터 15일까지 연휴기간 제주도를 방문한 내국인은 19만9718명이었다. 이는 2022년 광복절 기간인 8월11일부터 15일까지 22만6862명이 방문한 것보다 약 13.6% 낮은 수치다.

국내의 인기 피서지로 손꼽혔던 강원지역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시·도 서비스업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강원도의 서비스업 생산은 -0.3%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지역은 강원도 외에 제주(-1.7%), 세종(-1.4%)뿐이다. 이유는 숙박 및 음식점, 교육, 전문·과학·기술 등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가깝고 편하고 저렴…‘무지출 챌린지’ 열풍 속 뜨는 명소

유명 관광지가 외면받고 있는 반면, 도심 속 의외의 장소가 ‘힐링’의 장소로 뜨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카페. 이곳은 카페 외부와 내부를 식물로 포인트를 준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로 인기가 높다. ©중기이코노미

인천 강화도에 위치한 이 카페는 숲과 바다를 동시에 보고 누릴 수 있다. 특히 루프탑은 바다뷰를 조망하길 원하는 나들이객 사이에 인기다. ©중기이코노미

배움의 장소 혹은 동네 커뮤니티의 장소로만 여겨졌던 시립도서관이 대표적인 곳이다. 그중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의정부 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에까지 입소문을 타고, SNS에서 가장 핫한 도서관이자 서울 근교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11월29일 개관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이름에 걸맞게 도서관과 미술관을 융합한 미술 특화 전문도서관이다. 전 세계에 9000부만 제작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빅북부터 하와이 호놀룰루미술관과 이준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기증한 도서, 각종 미술 전문 서적 등 4만3000여권의 도서를 볼 수 있다. 또한,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위한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어 그들의 작업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BTS의 멤버인 RM이 이곳을 직접 방문해 서적을 기증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여기에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한국문화공간상 2020에 빛나는 매력적인 건축 디자인은 SNS 인증각을 불러일으키며 명실공히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1층부터 3층까지 격자무늬의 통유리로 이어진 인테리어는 인근 공원의 능선과 햇살을 한눈에 담아 사계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원형의 계단으로 이어진 내부 사이로 배치된 감각적인 의자와 테이블은 카페 같은 도서관으로 MZ 사이에서 ‘편안하지만, 멋들어진 공간’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의정부미술도서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특색있는 도서관이다 보니 개관 직후 방문객이 몰려들 정도로 많이 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난 뒤에는 방문객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며, “나들이, 데이트를 즐기러 오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가족 단위로 오기도 한다. 방문객 나이대도 십대부터 어르신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서점도 늦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대표적인 피서지다. 그중에서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지혜의숲’은 15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곳으로 가족 단위로 북캉스를 즐기러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꼭대기 층에 위치한 헌책방은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인기 있는 휴식의 장소로 빠지지 않는 곳은 카페다. 그래서인지 굳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마치 휴가를 떠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신상 카페들이 강화, 광주, 김포, 파주, 양주시 등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 카페들은 마치 ‘숲속’에 온 듯한 청량감을 안겨주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또한, 카페만의 시그니처 베이커리와 함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독특한 풍경을 그대로 전달해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투썸플레이스 대구수성못점 전경. 수성못에 위치한 이곳은 호수의 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펫 프렌들리 매장에 걸맞게 반려견과 산책이나 여행을 즐기는 댕댕이 집사의 성지로도 불린다. <사진=투썸플레이스>

이런 자연 친화적인 카페는 프랜차이즈도 추구하긴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오픈한 투썸플레이스 대구수성못점은 호수 공원으로 알려진 수성못에 위치해 도심 속 자연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펫 프렌들리 매장으로 1층 입구에 위치한 펫 파킹 존과 2층 외부 테라스에 위치한 펫 프렌들리존을 통해 댕댕이 집사들이 마음 놓고 카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특징이다. 메뉴 역시 소수의 몇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브런치 메뉴 6종을 판매해 이곳만의 특별함을 살렸다.

투썸플레이스 홍보 담당자는 “대구수성못점은 나들이객이 증가하는 연휴기간에 고객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지난 광복절 연휴였던 8월12~15일에는 전주(8월4~8일) 대비 약 60% 고객이 늘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