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캠코 채권매입’으로 구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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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전세사기 피해 ‘캠코 채권매입’으로 구제를” 선순위 부실채권과 임차인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필요

기사입력2023-08-24 10: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3일 ‘전세사기 피해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주민 의원실>

지난 5월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피해자가 여전히 많으며, 특별법 적용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된 피해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특별법과는 별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구제할 수 있는 채권매입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23일 개최한 ‘전세사기 피해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이를 제안했다.

임 교수는 ‘채권매입 등 금융정책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는 신속하게 시행해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최근 제정된 전세사기특별법의 피해구제책은 빚을 내줄테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손실은 떠안으라는 대책에 불과해 보증금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매입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필요=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지만 입주 전 사기, 신탁사기 등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다. 또,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적게는 한달에서 많게는 두달 이상 걸리는 위원회의 심의과정을 통과해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특별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구체적인 피해자 인정 요건은 위원회의 결정과 그 결정의 기준이 되는 내부 세부기준에 맡겨져 있는데, 위원회가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다보니 피해자들은 신청 당시에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모르고, 위원회의 결정을 불안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접수센터가 지난 4월24일부터 7월25일까지 접수한 전세사기 피해 고충 현황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이행 605건이 접수되고 시행 이후에도 366건이 접수돼 특별법이 완전한 해결책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따라서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 보증금 전액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권매입을 통한 전세사기 등 피해자 구제방안을 제안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선 선순위 부실채권과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사례처럼 금융기관의 선순위채권이 존재하면, 경매 등의 과정에서 최우선변제금 등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실채권 처리 전문공공기관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금융기관의 선순위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해 경매권 실행만 유보해도 해당 주택의 임차인에게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임 교수는 보증금반환채권을 채권매입기관인 캠코 또는 허그(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매입하면 경매신청권, 우선매수권, 우선변제권 등 채권자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유형의 피해자를 집단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임 교수가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 중 이미 경매가 이뤄진 주택 88건을 대상으로 현 상황에서 배당 결과와 선순위채권 매입을 통한 배당 결과를 비교했는데, 현행 배당 결과 임차인의 배당보증금은 약 2300만원으로 보증금 회수율은 원 보증금의 33%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캠코가 선순위채권을 할인 매입해 채권최고액의 75%를 배당받을 경우 임차인의 배당보증금은 현행보다 평균 2800만원씩 가량 증가한 5200만원에 이르며, 원 보증금의 71%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경매과정 개선 통해 보증금 회수 지원해야=경매절차를 개선해 임차인이 피해 주택을 우선 매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선순위채권이 없는 임차인은 보증금을 회수하려면 경매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경매를 진행하는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경매과정을 개선해 임차인이 해당 주택의 우선매수를 신청하면, 법원은 일정기간을 정해 해당 기간 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임차인에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금융기관의 선순위 부실채권 할인 매입방식은 정부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되는 방안이 아니며,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전문기관인 캠코의 고유계정 사업으로 충분히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부실채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경매를 통해 전액 회수할 수 있어, 정부 재정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전세제도는 물론 주택임대차시장의 근본적인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형 토지주택은행을 설립해 주택 관련 부실채권을 우선협상권 또는 우선매수권을 통해 매입해 경매권 실행을 유예하거나, 경매권을 실행해 한계차주나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