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스템이 못한 일 사회적 기업이 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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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복지시스템이 못한 일 사회적 기업이 해왔는데 사회적 경제 이해 부족한 ‘제4차 사회적 기업 기본계획’

기사입력2023-09-0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2027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제4차 사회적 기업 기본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패러다임을 ‘육성’에서 ‘자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경제 분야의 예산축소와 함께 그동안의 기조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이번 기본계획을 보면서, 사회적 경제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12월1일 ‘사회적 기업 5년의 성과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지난 5년간 눈에 띄는 양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취약계층 고용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사회적 기업은 2016년 1713개에서 2021년 3142개까지 증가했으며, 2021년 11월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6만1154명으로 이중 약 60%가 취약계층이었다. 사회적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6년 15억8000만원에서 2020년 19억6000만원까지 증가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는 전체 노동자의 60%가 고령자,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인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기업 제도가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제도임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제4차 사회적 기업 기본계획 발표에서는 “인건비 중심의 재정지원으로 일자리제공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며, 점검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도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적 기업 지원 패러다임을 자생력 제고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따라 사회적 기업 일자리 지원금 폐지, 사회적 경제 예산 60% 축소,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축소 및 통폐합 등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이와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성명을 통해, 정부는 사회적 경제의 성과와 파급력은 무시하고 3년간 71곳 23억원의 사회적 기업 부정수급을 예산 삭감의 근거로 거론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침소봉대이자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 씌우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에 따르면, 3년간 6000개가 넘는 (예비)사회적 기업에 지원된 예산 5624억원 중 부정수급 예산은 0.4%, 기업은 1.1% 남짓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기본계획 중 ‘정책 변화의 필요성’으로 제시한 기존 사회적 기업 정책의 문제점이 통계데이터를 실수로 오독했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하고 취사선택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집단으로 호도한 사안 등에 대해 반박하고,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의 성과와 가치가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현장과 소통해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인증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사회적 경제는 많은 부침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특히, 보수정부에서 사회적 경제는 이념 프레임까지 덧씌워져 폄훼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전체 경제의 10%의 비중을 차지하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 민간 경제와 사회적 경제의 성공적인 균형 정책으로 평가한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은 정부도 민간도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서비스를 발굴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수익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외에도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민간경제의 한 부분이 아닌 정부와 파트너가 돼, 정부의 복지체계가 미치지 못하는 작은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경제와 민간경제를 동일한 잣대 위에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 중앙협의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예비사회적기업과 초기사회적기업 만이 인건비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마치 모든 사회적 기업이 지원금이 없으면 부도가 나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표해 이로인해 사회적 경제 전체의 분위기가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사회적 기업의 부정수급이 문제라면,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 종사자의 고용유지 기간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고용유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먼저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부 스스로의 관리책임은 뒤로한 채 사회적 기업 전체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부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집단인 것처럼 호도했다. 정부가 사회적 경제 현장과 소통하고 그 역할과 성과를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