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넘어선 가계부채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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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위험 수위 넘어선 가계부채 방치해선 안 된다 ‘과잉대출규제법안’ 등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기사입력2023-09-20 10:3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차례로 발표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LTV 상한을 기존 최대 70%에서 80%까지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상향했다.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기존주택 처분 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완화하고, 신규주택으로 전입 의무도 폐지했다. 올해 3월에는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취급 금지 및 임대매매사업자의 전지역 주담대 취급 금지 규정을 해제하고, 주담대 취급을 허용했다. 또한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주담대의 각종 제한 규정도 완화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이에따른 리스크를 완화하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내수활성화를 노린다는 정부의 정책으로, 정부의 재정 역할을 가계 빚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DSR 예외대상 축소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이에 대한 경고는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해 3월까지 점진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첫번째 원인이었다. 올해 1월 공급이 시작된 특례보금자리론은 8월말 기준 누적신청 5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출자격 최소연령인 34살에 대출을 받아도 84세가 되도록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50년 주담대는 평생 빚의 굴레를 짊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원금 1억원을 연이율 5%로 50년 대출할 경우 이자는 원금을 훨씬 넘어서게 된다. 7월부터 다수 은행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8월말까지 8조3000억원이 공급됐다. 내집 마련이 절실한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 이자 장사인 것이다.

과도한 가계부채가 경제 곳곳에 미칠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결국 소비 여력을 위축시킨다. 내수 위축, 경기 침체, 소득 축소, 채무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한민국의 가계신용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105%에 이르렀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206%에 이른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과잉대출규제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대출 계약을 할 때, 금융이용자의 소득 재산 및 부채 상황 등의 증빙을 통해 금융이용자의 변제능력을 심사하고, 금융이용자의 객관적인 변제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계대출이 더이상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국회가 서둘러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