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역 ‘빨간불’…韓 수출부진 장기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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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국제 교역 ‘빨간불’…韓 수출부진 장기화되나 WTO, 올 상품 교역증가율 1%대…수요 위축·공급망 분절 악재

기사입력2023-10-04 00:00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지난 8월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와 내년도 경제전망의 위험요인으로 “중국의 경기부진이 심화되거나, 글로벌 물가상승세 확대로 주요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에서 부동산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부양책의 영향이 제한되며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기상여건 악화로 원유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의 긴축기조가 강화되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 상 국제교역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나, 특히 중국의 경기부진이 심화될 경우 대중수출을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은 다양한 경로로 확인할 수 있는 바다.

문제는 국제교역의 여건이나 중국경제의 회복에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국제교역이 부진에 빠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중국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수 있다.

선진국 수요 위축에 전쟁 겹쳐 교역 부진 이어져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8월 내놓은 ‘최근 글로벌 교역 상황 및 평가’ 보고서는 “글로벌 상품교역은 선진국의 수입수요 둔화,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환경·AI 관련 수요는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면서 선진국의 수요가 위축되었으며, 이는 신흥국 수요의 부분적 회복세를 상쇄하며 글로벌 교역의 주요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상품교역량은 신흥국의 반등과 기저효과 등으로 3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증가했으나, 이후 선진국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4월 들어 1.0% 감소했고, 5월에는 2.4% 감소로 더 큰 폭 줄어들었다.

유형별로 보면, 수입은 올해 3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한 신흥국과는 대조적으로 선진국 수입 증가율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수입은 3월 2.0% 감소했고 4월(1.8%)과 5월(3.2%)에도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수출은 3월 들어 3.9% 증가했지만, 4월 0.2% 감소한 뒤 5월에도 1.7%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갈등 심화, 러우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선진우방국들간 교역량은 증가하면서 탈세계화, 탈중국 움직임 등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교역상대방의 정치·경제적 안정성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무역 다각화 추세는 약화된 반면 유사한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는 기존 동맹국간 교역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교역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중국의 경기회복 역시 지연되면서, 한국의 수출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표적으로 글로벌 교역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기술 패권경쟁과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면서, 두 나라의 총 무역규모 대비 양국간 무역액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14.3%였던 양국간 무역액 비중은 3분기 12.3%로 감소했고, 올해들어 1분기(11.9%)와 2분기(11.6%) 연거푸 하락세를 이어갔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서방국을 중심으로 중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중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이외의 국가를 해외 생산거점으로 추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초 이후 미국의 대캐나다·멕시코 수출은 14%, 대EU 수출은 25.3% 늘었다.

보고서는 올해 글로벌 교역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공급망 정상화와 미국 경기의 연착륙 등을 지목했다. 공급망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최근 공급망 관련 지표들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상품 수요 약세와 공급여건 개선 등으로 당분간 안정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러우 전쟁, 보호무역주의 강화, 곡물 수급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WTO, 올해 상품 교역 증가율 1%대 비관적 전망

부정적 요인은 보다 뚜렷하다. “선진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다소 완화되었으나,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급증한 부채 부담도 점증하면서, 수입수요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7월 근원물가는 4.7%, 영국은 6.9%, 유로존은 5.5%에 달해 2021년 초에 비하면 여전히 3배 이상 높다. 여기에 7월 이후 유가 상승세와 흑해곡물협정 종료, 엘니뇨 등 악재가 겹쳐 식품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IMF는 7월 글로벌 경제전망에서 올해 선진국 근원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를 4월에 비해 0.3%p 높여 잡았다.

보고서는 러우전쟁에 따른 긴장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진영간 대립구도 심화시 글로벌 교역 분절화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 “WTO는 글로벌 탈동조화 및 탈세계화, 무역시스템의 분절화 위험 등으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교역의 가장 큰 위협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무역시스템이 미중 중심의 두 개 블록으로 나눠질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실질GDP의 5%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OECD 국가들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입은 손실이 3.5% 수준이었으니, 무역시스템 분절으로 인한 여파가 경제위기 당시 피해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내수위축 역시 글로벌 교역 위축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부동산 불황 여파와 고령화, 저축 선호, 상품가격 하락 예상 등으로 가계가 소비를 줄이자 기업들도 고용·투자를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가계소비 위축이 당분간 신규주문 감소, 상품 출하가격 하락, 기업마진 감소, 투자·고용 감소 등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수입 둔화까지 유발하는 악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부 선진국의 견조한 경기 등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 속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벨류체인 위축 여파 등이 연말로 갈수록 점차 크게 작용하면서, 2023년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은 2% 내외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2024년에는 다소간의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WTO 역시 글로벌 교역 하방압력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2023년 전세계 상품교역 물량 증가율이 2022년(2.7%)보다 크게 낮은 1.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교역물량 증가율을 2.0%로, UN은 2.3%로 추정했다. 2024년 전망치는 3.5% 내외(WTO 3.2%, IMF 3.7%)로 올해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겠으나, 2000년부터 2019년 사이 평균치인 4.9%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