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거품 여전해, 터지면 금융·실물 동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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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집값 거품 여전해, 터지면 금융·실물 동시 위기 한국은행 “대출 부실 증가 가능성 대비해야”

기사입력2023-09-26 15:26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은행이 최근 집값 거품의 위험이 여전하다고 진단하며, “향후 금융불균형 확대 흐름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출부실 증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은은 26일 ‘금융안정 상황’ 9월호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증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 익스포저의 부실위험 확대,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부담 증대”를 최근 금융시스템내 취약성 및 리스크 요인이라고 꼽았다.

또, “부채의 디레버리징과 자산가격 조정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금융시스템과 자산시장 간의 연계성을 강화시켜 자산가격 급락 시 금융 및 실물경제를 동시에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최근 주택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자, 가계부채의 비율이 상승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행이 우려를 표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금융불균형이란 민간부문의 레버리지 확대를 바탕으로 한 자산가격의 고평가 현상을 지칭한다. 다시 말해, 과도한 대출과 그에 따른 집값 거품이 경제여건과 괴리된 현상이 최근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거품이 터지면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 역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은 또 “비은행금융기관의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가계 및 기업의 늘어난 채무상환부담은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와 금융시스템의 대응여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 반등세에 가계대출 증가세도 겹쳐

한국의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대출 등 가계부채 총합)의 비율은 올해 2분기말 기준으로 101.7%에 달한다. 선진국(73.4%)이나 신흥국(48.4%) 평균보다 크게 높다. 고금리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가계부채 확대 추세 역시 주춤했음에도 이렇게 비중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주택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가계부채의 비율이 상승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주택가격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2021년 하반기 고점에 비해 25% 내외로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상당폭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소했던 가계대출은 4월 이후 주담대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한은은 “가계의 대출수요 규모를 추정해본 결과,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정책대응이 없다면 매년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명목GDP 성장률이 연간 4% 수준을 보인다고 가정할 경우, 가계부채 비율이 내년부터 재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경우 금융안정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대내외 여건 급변 시 위험회피 강화에 따른 디레버리징 가속화와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소비 및 투자 위축이 심화될 경우에는 향후 GDP 경로상 하방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집값 거품이 일시에 꺼질 경우 경제성장 자체가 저해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실확산 가능 낮지만 대출 증가 관리 필요

한은은 “대출 부실위험에도 불구하고 취약부문 비중이 크지 않고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9월말)의 영향도 제한적이라 대출 전반의 부실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PF 대출 역시 “부실 우려가 진정되고,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이라며, “전체 PF 대출의 90%를 차지하는 은행·보험사·여전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했다. 아울러 “취약부문의 부실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복원력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시스템 차원의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대출 증가세를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향후 금융불균형 확대 흐름을 완화(가계신용/명목GDP 비율 하향 안정화 등)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속도 조절에 이어 장기 주담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등 최근 크게 늘어난 부문을 중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차주단위의 DSR 규제를 정착해나가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을 관리하는 한편,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