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자회사의 잉여금에도 인건비 재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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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공 자회사의 잉여금에도 인건비 재원 부족” 모기관과 자회사 사이 계약내용 알수 없어 노동조합 교섭 등 취약

기사입력2023-10-05 12:1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의당 장혜영·강은미·이은주·심상정·배진교·류호정 의원과 진보당 강성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등은 4일 ‘공공발주 용역계약 공시 의무 강화 및 중간착취 근절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주민 의원실>

#1. 김웅 공공운수노조 기업은행서비스지부장은 기업은행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자회사가 운영되기 시작한 이래 매년 10억원 이상을 이익잉여금으로 남겨 소위 사내유보금 형태로 적립해두고 있지만, 원청의 자회사에 대한 이윤 보장이 자동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코레일과 코레일 자회사 간의 관계를 볼 때, 이익잉여금을 다시 원청에 배당의 형태로 환수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이윤이 아닌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조건을 개선하고 자회사의 재정적 안정에 원청이 기여하도록 하는 방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2. 서재유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장은 인건비 명목으로 받아온 용역대금을 모두 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 다시 원청의 배당 방식으로 돌려주는 기행이 몇 년째 공공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서 지부장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이 이 같은 중간착취를 방조·조장하고 있다며, 인력공급형 자회사이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경우 예산운용지침 적용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장혜영·강은미·이은주·심상정·배진교·류호정 의원과 진보당 강성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등이 4일 개최한 ‘공공발주 용역계약 공시 의무 강화 및 중간착취 근절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각 부문 노조 대표자가 참여해 이처럼 밝혔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2년 공공기관 결산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 자회사 73곳의 유보금이 무려 2077억원에 달한다. 공공기관 자회사의 이익잉여금이 2000억원이 쌓이는 동안 공공기관 자회사로 간접고용이 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중간착취, 불투명한 단체교섭권 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익잉여금에도 인건비 재원 부족=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공공기관 자회사의 중간착취 실태와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공공기관 자회사 73곳의 이익잉여금이 2000억원이 넘는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며, “그 잉여금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미미하고, 노동조합과 교섭을 할 때마다 자회사들은 인건비 재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원청 모기관과 계약에 의존해 유지되는 자회사로서는 모기관으로부터의 용역대금이 사실상 운영비용의 전부가 되고 노동자의 임금 또한 그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모기관과의 직접교섭은 아직 제도적으로 막혀있는데, 엄 위원장은 모기관과 자회사 사이에 이뤄지는 계약의 내용 대부분이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노동조합의 교섭 등에서의 대응을 취약하게 하고, 노동권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했다.

◇공공기관 자회사 계약 정보 공개를=엄 위원장은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저임금화의 실질을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자회사 구조로 운영할 때 원청 모기관이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래서 자회사가 민간용역보다 공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평가에서는 원청 모기관이 자회사를 지원해 홈페이지 등에 경영공시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에 관한 내용은 공개되고 있지 않는데, 엄 위원장은 모기관 공시에서 자회사 계약에 대한 세부내역을 공시하도록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자회사의 경영공시도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회사의 중간착취를 배제하고 인건비 누락없이 지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기관이 책정한 인건비가 그대로 인건비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인건비 수준을 대폭 인상하는 것을 제안했다. 즉 최저임금, 낙찰률 적용 시중노임단가 등에 맞춰졌던 직무임금체계 자체를 제대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엄 위원장은 이와함께 모기관의 사업 혹은 모기관의 유지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가 공공부문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약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기관의 한 부분으로서 자회사의 건강한 운영을 관리하고, 통합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으로서의 운영이 함께 점검될 수 있도록 구조적 연결을 강화하고 통합성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