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근로자라고 각종 수당 등 차별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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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기간제근로자라고 각종 수당 등 차별해선 안돼 1년 미만 기간제근로자에 처우개선수당 지급 안하면 “차별적 처우”

기사입력2023-10-09 18: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우리가 흔히 비정규직이라 부르는 대표적 고용형태가 ‘기간제 근로자’다. 노동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1년 미만의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이라 불리는 통상의 근로자에 비해 명절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명절상여금이나 각종 수당 등 근로조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오로지 단지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차별해서 안된다. 근로조건에는 임금,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 모두 포함된다.

최근 대법원 제1부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처우개선수당을 차별한 사건에 대해 “1년 미만인 기간제 근로자에게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행위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결(대법 2019두55262, 선고 2023.6.29.)했다.

◇사건의 경위=원고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18조에 따라 교육·학예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다. 원고 교육청 소속 B고등학교의 행정실에 2016년 2월15일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 A는 행정실 수납업무 담당 무기계약직 근로자 C의 출산휴가로 2016년 2월15일부터 2016년 6월1일까지 일급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해 근로제공 하던 중, 근로자 C의 육아휴직으로 2016년 6월2일부터 2017년 6월1일까지 1년간 월급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원고 교육청은 2016년에 소속 학교에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수당 업무지침’(이하 지침)을 통해 교육공무직원에게 장기근무가산금, 교통보조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명절휴가보전금, 정기상여금을 내용으로 하는 처우개선수당을 지급케 했다. 또한 이중 자녀학비 보조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처우개선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했다. 지침에 따르면 처우개선수당의 지급 요건은 ‘적용기준일(2016년 3월1일)로부터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 또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다.

원고는 이 사건 지침에 따라 2016년 6월부터 근로자 A에게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과 이를 반영해 계산한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나 원고는 회계감사에서 근로자 A가 지침의 적용시점인 2016년 3월1일에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지침이 정한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처우개선수당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근로자 A로부터 기지급분을 환수조치했다.

근로자 A는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이 된 2017년 3월1일에서야 처우개선수당을 지급받았고, 2017년 6월1일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할 때 퇴직금으로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이 반영되지 않은 퇴직금 산정액을 지급받았다.

근로자 A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전임자인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사 C와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지침을 근거로 2016년 3월1일부터 2017년 2월28일까지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차별이라 주장했다. 또한 그로 인해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지급액이 감소했으므로 이에 대한 시정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지침이 기간제 근로자,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근로자 A는 비교대상 근로자로 전임자 C와 원고 교육청 소속 학교의 동종유사 업무 담당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사를 지정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비교대상인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사(1년 이상 근로계약, 실제 계속근로기간은 1년 미만)에 대해 원고가 입사 첫 달부터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한 반면 참가인에게는 2016년 3월1일부터 2017년 2월28일까지(1년 미만 근로계약,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시정을 명령했다.

원고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했고, 1심과 2심 판결은 “원고의 처우개선수당의 미지급이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한 경우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처우개선수당을 차별한 사건에 대해 “1년 미만인 기간제 근로자에게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행위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판결의 쟁점=쟁점은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다.

원고는 기간제 근로자인 근로자 A와 비교대상 근로자인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사 모두에게 처우개선수당의 적용지침이 동일하게 적용됐으므로 차별이 없었다 주장했다. 근로자 A에게 원고가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기간제 근로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수당 지급기준일에 근로자 A의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심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와 2심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지침이 정한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의 공통기준 중 ‘학교의 적용기준일인 3월1일로부터 근로계약기간 또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 부분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나 기간제 근로자임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된다라는 점에서, 기간제 근로자와 무기계약직 근로자 사이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지침의 적용 기준일이 되는 2016년 3월1일에 채용된 원고 교육청 소속 학교의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사(비교대상 근로자)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지침에 따라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 임에도 지침의 지급요건인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를 적용해 2016년 3월부터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했다.

근로자 A는 해당 날짜(2016년 3월1일)에 채용된 상태였음에도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3개월)’이고 계속근로기간도 1년에 미치지 못해,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처우개선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그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에서도 처우개선수당이 반영되지 않아 불이익을 입었다. 근로자 A는 이를 두고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 주장했다.

원고는 설사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 미지급이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하는 차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처우개선수당은 기본적으로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인 만큼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인 근로자 A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 사건 비교대상 근로자인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지침에 따라 적용시점에서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라도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 해당해 처우개선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비해, 계속근로기간 및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A와 같은 기간제 근로자는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 재판부는 비교대상 근로자들에 비해 이와 같은 불리한 처우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제 근로자’ 이기 때문이며, 비교대상인 무기계약직과 달리 기간제 근로자만이 ‘근로계약이 1년 미만’이라는 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근로자 A에 대한 처우개선수당의 미지급이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인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 중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이 사건 처우개선수당 중 장기근무가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하는 등 처우개선수당의 항목별 미지급을 꼼꼼히 검토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인지를 다시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단기간, 비정규 근로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기간제 근로의 속성에 주목해,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형태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차별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