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예약 앱 ‘똑닥’의 유료화는 왜 논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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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병원 예약 앱 ‘똑닥’의 유료화는 왜 논란이 될까 의료는 엄연한 ‘공공의 영역’…취약해진 필수 의료시스템이 문제

기사입력2023-10-10 10:25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병원 진료 예약 및 접수 앱인 ‘똑닥’이 유료화를 선언하며 이슈가 되고 있다. 똑닥의 유료화는 왜 논란의 소지를 품고 있는지, 공공의 영역을 다루는 플랫폼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보자.

◇소아과 예약·접수를 모바일 앱으로=똑닥은 ‘비브로스’라는 스타트업이 2017년에 만든 모바일 앱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접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이며, 전국 1만여 병·의원과 제휴돼 있다. 주로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에게는 사실상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똑닥을 이용하면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예약할 수 있다. 즉 병원에 오랜 시간 대기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오랜 시간 진료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감기나 수족구병 등 전염성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러한 우려를 줄일 수도 있다.

그동안 무료 서비스로 운영돼 왔던 똑닥은 지난 9월5일부터 유료 멤버십(월 구독료 1000원)으로 전환됐다.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 밖에 없다=문제는 현재 소아청소년과가 고사 위기에 내몰려 양육자들이 ‘소아과 오픈런'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똑닥의 유료화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이 앱을 이용하지 않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진료 접수를 하지 못하거나, 현장에서 대기하더라도 계속해서 진료 순서가 밀려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앱 리뷰를 살펴보면, 새벽부터 오픈런으로 병원을 찾았더라도 똑닥 예약이 우선 처리되는 바람에 2시간 이상 기다리거나, 똑닥 예약이 열리면서 아예 접수가 마감돼 진료를 보지 못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아픈 아이들을 두고 볼 수 없는 양육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똑닥을 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제 똑닥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하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소아과 진료를 받으려면 똑닥에 정기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료는 엄연한 ‘공공의 영역’이다=공공의 영역인 의료에 사기업이 개입해 영리를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 현재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가 무너져 내리는 위기 상황인데, 자칫 절박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사정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양육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의료는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 권리이자 공공의 영역이다. 그런데 오프라인 현장 예약을 하는 사람들은 똑닥을 이용해 구독료를 내는 사람보다 후순위로 밀린다. 공공의 영역에서 비용에 따른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이익을 보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 아니다.

◇왜 병원 아니라 환자가 돈 내야 하나=물론 1000원이라는 금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다. 우리는 본래 병원 예약을 할 때 별도로 비용을 내지 않았으며, 이미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지 않았던 비용을 새롭게 부담하는 것이 추후 보편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나중에는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우려도 있다.

또한 병원 예약과 접수는 병원이 하는 일이며 똑닥은 이 일을 대신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왜 병원이 아니라 환자가 돈을 내야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똑닥의 멤버십은 매월 구독하는 방식이다. 병원을 가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똑닥의 논란을 깊이 살펴보면, 문제의 근간에는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필수 의료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엄연히 국가의 책임이다. <자료=똑닥 앱 캡처>

◇똑닥을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은?=문제는 또 있다. 똑닥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똑닥의 개발사 비브로스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멤버십 구독료를 면제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병원 접수와 예약은 멤버십 구독 없이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비용에만 초점을 맞춘 제도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 앱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취약계층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노인, 장애인, 결혼이주여성 등은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손꼽힌다. 이 앱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할까? 자칫 사각지대에서 진료 예약을 못하거나 밀려나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다.

◇수익 내야 하는 개발사 사정도 존재=물론 개발사 입장에서도 답답한 점들이 많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애초에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똑닥의 개발사 비브로스는 이용자·트래픽 증가와 함께 서비스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했으며, 지난해 80억원 가량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7년 만에 유료 멤버십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이 결코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닐 테다. 또한 이 앱은 생업으로 인해 병원에 장시간 대기하기 어려웠던 양육자에게 분명 도움이 됐다. 이 때문에 모바일 앱스토어에는 ‘혹시 다른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어땠을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이번 똑닥의 논란을 넓게 본다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비대면 진료 논쟁의 일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늘어났는데, 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환자의 안전 및 약물 오남용 우려 등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당장 10일부터 진행될 국정감사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며, 비브로스의 고승윤 대표 역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취약해진 필수 의료시스템, 국가는?=아울러 똑닥의 논란을 깊이 살펴보면 개발사의 책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근간에는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필수 의료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엄연히 국가의 책임이다. 아울러 똑닥을 사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있고,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 역시 개발사가 아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만약 소아청소년과가 고사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면 논쟁의 불씨가 이렇게까지 크게 번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똑닥의 이슈를 개발사와 사용자 간의 분쟁으로만 본다면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어렵다. 병원 오픈런과 모바일 앱 클릭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안정적으로 공공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소위 ‘기피과’로 불리는 필수 의료들의 사정을 대폭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원숭이와 꽃신’ 우화가 주는 교훈은=‘옛날 옛날에 한 원숭이가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구리가 예쁜 꽃신을 선물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원숭이는 극구 사양했으나 너구리는 꽃신을 주고 갔다. 원숭이는 그 꽃신을 신어 보았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어색했는데 자꾸 신다 보니 편안하게 느껴졌다. 원숭이는 꽃신을 신을 때마다 너구리를 생각하며 고마워했다. 여러 날이 지나자 꽃신은 해어져서 못 신게 되었다. 너구리는 다시 와서 꽃신을 주었다. 원숭이는 고마운 마음에 너구리에게 도토리를 선물로 주었다.

다시 꽃신은 얼마 가지 않아 또 해어지고 말았다. 원숭이는 꽃신을 직접 만들어보려 했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발바닥이 너무 약해져서 원숭이는 꽃신 없이는 아무데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원숭이는 너구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너구리는 예전과 달리 거드름을 피우며 지나치게 많은 도토리를 요구했다. 결국 원숭이는 겨울을 나기 힘들 만큼 많은 도토리를 가져다 주고, 겨우 꽃신 하나를 얻어 신을 수 있었다.’

너구리가 제공하는 꽃신은 사용자에게 편의성을 경험하게 한 뒤 과금을 유도하는 플랫폼 서비스와 닮았다. 스마트폰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서비스가 늘어났고, 플랫폼의 과금에 따라 곳곳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점점 상승하는 배달비를 둘러싼 논쟁, 택시 앱에서 팁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의료는 엄연한 공공의 영역이다. 이를 단순히 서비스로만 간주한다면 향후에는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 영역에 속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개발사도 고민해야 하겠지만, 사용자들도 깊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혁신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플랫폼 서비스의 방향성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하나 있다. 바로 ‘편의와 종속’의 차이다. 만약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편리해서 쓴다면 좋은 플랫폼이겠지만, 사용자가 원치 않더라도 부득이하게 서비스에 종속되는 방식이라면 그 플랫폼은 개선돼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