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모욕 강요…아직도 ‘직장내 괴롭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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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폭행 모욕 강요…아직도 ‘직장내 괴롭힘’이라니 지위·관계 우위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 넘어 고통 주면 안된다

기사입력2023-10-17 00:00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최근 고용노동부는 직원 폭행 및 괴롭힘으로 언론에 보도된 모 축협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폭행·직장 내 괴롭힘 등 사회적 물의 기업에 대해서 ‘예외 없는 특별감독을 실시한다’는 원칙하에 실시한다”면서, 사업장 전반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집중 점검해 사법처리 하는 등 사용자의 불법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제도는 지난 2019년 근로기준법에 신설됐다. 그간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적 행위들인 폭행, 모욕, 강요 등에 관해 형법 및 기타 법률의 규정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규정들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방지하는 위하력이 과연 있는지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에 따른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금지규정의 의미단위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본 금지규범의 수규자인 ‘사용자 또는 근로자’에는 어떤 사람들이 포함되는지, 둘째 행위자적 요건인 우위성, 셋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지, 넷째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물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해서는 안 되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그 문언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나 사용자를 의미하는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요건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노동관계 중 어느 부분까지 포섭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쟁점으로 남는다. 예컨대 원하청근로의 경우에는 포함이 되지 않고, 파견근로의 경우에는 사용사업주도 일정부분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하므로 포섭이 가능하다. 고객은 직장 내 구성원이 아니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은 비단 피해자 구제의 문제만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심지어는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위성 요건은 매우 개방적인 규정으로 평가된다. 비단 직급체계상의 우위성만 포함하는 것이 아닌, ‘관계 등의 우위’도 우위성의 한 갈래로 규정했다. 예컨대 어느 형식으로라도 우위성이 있다면, 직급이 낮은 대리가 직급이 높은 부장을 괴롭히는 경우도 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 근로자에게 신체상·정신상의 괴로움을 부여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므로, 업무상 적정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문제될 수 있다. 문제된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그 행위가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행위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는 하더라도 그 행위의 양태가 사회통념상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본다. 여기서 업무관련성은 업무와의 직접적인 관련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의미한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양태가 그 특성상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업무관련성을 업무와의 직접적 관련성으로 한정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은 비단 피해자 구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SNS 등을 타고 번져나가,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심지어는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경우가 그 예다. 실무자들은 평소에 사건처리 프로세스 등을 미리 준비해둬야 추후에 생길지 모르는 법률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