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과제빵 기술력의 원천은 동네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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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우리나라 제과제빵 기술력의 원천은 동네 빵집” 한국 제과제빵 기술인들의 목소리…(사)대한제과협회 마옥천 회장

기사입력2023-10-18 14:5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대한제과협회 마옥천 회장은 올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임기 동안 제과제빵업계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부분들을 현 시류에 맞게 개선하고, 발전시켜 제과업계 종사자들의 이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제과제빵을 시작한 이후 스스로 한 각오가 있습니다. 바로 ‘맛으로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사)대한제과협회 마옥천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제과점 빵이 ‘귀한 빵’으로 대접받던 1980년대부터 ‘제과제빵인’으로 살아온 마옥천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우리나라 제과업계 변천사와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특히 한때 유행의 중심에서 반짝이다 금방 사라지는 빵집이 많아진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옥천 회장은 “우리나라 제과제빵인들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깊이를 따지기보다는 트렌드만 쫓는 경향이 있다. 한때 유행해 골목마다 있었던 식빵 전문점이 어디로 갔나 생각해 봐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대한민국 제과제빵 기술을 대표하는 협회로서 오래가는 사업체, 기본기가 잘 다져진 빵집이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더욱 넓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토탈 베이커리’ 명맥 잇는 동네빵집은 제과제빵 기술력의 뿌리

우리나라에서 ‘제과(製菓)’란 과자나 빵을 만드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단순히 후식용 과자나 빵을 가져와서 파는 것이 아닌, 빵을 굽고 창작하는 모든 고민이 이 단어 안에 함축돼 있다. 이는 베이커리와 제과점이 명확히 구분된 유럽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 제과제빵 기술인을 대표하는 협회인 대한제과협회의 이름에도 이런 ‘종합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들어있다.

마옥천 회장은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전문점이 많다. 예를 들어 케이크만 하는 곳은 케이크만 만들어 팔고, 빵만 굽는 곳은 빵만 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복합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쿠키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토탈 베이커리를 지향한다. 아무래도 한 군데에 모든 것이 다 있어야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문화적인 차이도 한몫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팥빵이나 크림빵을 단과자빵이라 했다. 즉, 빵의 총칭이 과자 빵인 제과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 제과제빵인으로 살아온 마옥천 회장은 최근 들어 기술의 깊이보다는 트렌드를 쫓는 경향이 짙은 현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런 ‘토탈 베이커리’ 형태는 우리나라 제과제빵인들이 월등한 기술력을 갖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마 회장은 “제과제빵은 기술직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원에 가서 배워서 바로 창업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술의 깊이를 따지기보다는 트렌드를 쫓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한때 마카롱이 유행이었을 때 골목마다 마카롱 전문점이 생겼었다. 지금은 소금빵, 베이글, 크로플, 약식빵 등 유행 따라 여러 전문점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요즘에는 SNS가 발달하다 보니 사진찍기 좋은 디자인과 소재로 만들기도 하고, 기성품에 뭔가 하다 더 얹어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솔드아웃을 앞세워 문을 일찍 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문점이 오래 가는 경우를 못 봤다. 5년 주기로 유행이 바뀌는 것 같다”며, “전문점이라도 제과제빵에 대한 기본기가 잘 다져져 있으면 반짝 뜨는 곳이 아닌, 오래 가는 가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동네빵집이다. 대기업에서 하는 빵집에서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토탈 베이커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동네빵집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은 훗날 창업에서도 큰 경쟁력이 된다는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동네빵집이 많아지면 고객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제과제빵인은 기능인이면서 아티스트와 같기 때문이라고 마 회장은 설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빵을 창작해서 만들고, 디자인해서 내놓기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빵집에서 기술을 배워, 11곳 매장을 이끄는 대표로 성장

마옥천 회장은 40년 이상을 제과제빵과 함께했다. 사실 청년시절 마 회장의 꿈은 달랐다. 1984년만 하더라도 큰 재산이었던 소를 키워 대농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농고 축산과에 진학했지만, 빵 기술을 배워보라는 부모의 추천에 따라 벌교에서 빵집을 하던 이모네를 찾아간 것이 그의 운명을 바꾼 계기가 됐다.

마 회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제과점의 빵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귀한 빵, 고급스러운 빵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곳에서 일하던 셰프가 있었는데, 몇 가지 재료를 가지고 빵을 만드는 것을 보고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셰프가 내 스승님이다. 모든 기본기를 거기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7월 말, 폭우로 수해를 입은 청주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대한제과협회가 1만2200개의 빵을 기부했다. <사진=대한제과협회>

2년 후, 서울로 상경한 그는 당시 제과점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김춘복 제과점과 나폴레옹 과자점에서 일하며 실력을 다졌다고 한다.

마 회장은 “이후 나폴레옹 과자점의 선배가 마포구 공덕동의 한 빵집에 책임자로 가게 되면서 나를 스카우트해 부책임자로 따라갔다. 그때 책임자였던 선배로부터 장사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사실 빵만 만들 줄 알았지 손님을 받을 줄 몰랐다. 일요일마다 사장님이 교회에 갔기 때문에 직원들이 손님을 받아야 했는데, 선배가 손님들에게 빵에 대해 웃으며 설명해 주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 그 경험이 창업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계속 서울에 남고 싶었다는 마 회장은 당시 사촌 집에서 빵을 배워 창업을 하고 싶어하던 친형의 뜻에 따라 광주에 내려가 함께 창업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친형은 독립했고, 친동생을 불러 함께 가게를 꾸려갔다고 한다. 이 가게가 빵지순례를 부르는 전국 유명 빵집 중 하나인 ㈜베비에르 과자점이다. 1991년에 창업을 시작해 현재 광주전남북 지역에 11개 매장을 이끄는 대형 빵집으로 성장했다.

동네빵집·프랜차이즈·대형 카페 등 2만여 회원사와 함께 간다

올해 회장으로 취임한 마옥천 회장은 주어진 3년이라는 임기 동안 제과제빵업계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부분들을 개선하고,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사안들을 현 시류에 맞게 발전시켜 제과업계 종사자들의 이익을 도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옥천 회장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은 제과산업은 성장하고, 커지고 있는데도 동네빵집은 소멸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제과제빵 기술인의 기술력은 세계 반열에 올라 외국에 나가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세계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기술력에 비해 영업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한다.

마 회장은 “우리 제과제빵 기술인들이 빵은 아주 잘 만든다. 하지만, ‘내가 이걸 만들었다’며 혼자만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인정해 주는 것은 소비자”라며, “협회 차원에서 서비스 마인드 교육을 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교육받을 때는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과 같이 올 것을 추천한다. 제품을 만들어서 어떻게 파는지,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 직접 보고 본인들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외국의 유명한 셰프를 초청해 그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거나, 전국의 성공한 케이스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견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재료 협력업체와 협업해서 세미나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양사, 대한제분, 매일유업, 제과제방 전문유통업체인 베이크플러스, 제과제빵 수입업체인 제원인터내쇼날 등의 재료회사들과 함께 협회 기술 지정위원들이 제품을 개발해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 좀 더 저렴하게 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 8월에 진행한 2023 한국국제베이커리쇼 사업설명회 모습. 이 설명회에는 국내 베이커리 재료 및 장비, 서비스 등 유관업체들과 협회 회장단과 각 지역 지회장들이 참석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전국 지도자 및 자율지도원 교육 모습. 지난 4월 전국에 위치한 자율 지도자 및 지도원들이 모여 식품위생법과 노동관계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사진=대한제과협회>

업주들의 가장 큰 고민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술을 교육하는 일도 할 예정이다.

마옥천 회장은 “빵은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워낙 3D 업종이다보니 취업하기보다는 창업을 바로 하거나, 시험에 합격하고도 취미로만 제과제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사 시험감독으로 가보면 엄청난 인원이 시험을 본다. 그 인원이 모두 다 취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며, “협회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술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기존 업주 교육은 일 년에 한 번, 신규 업주 교육은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한다. 식약처에서 일임받아 위생교육도 하고, 위생점검도 나간다. 마옥천 회장은 이런 이유로 협회 회원사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제과협회가 설립된 1963년에는 혼자 제과점을 운영하거나, 일본 사람들에게 인수인계를 받았거나 동네에서 작게 찐빵집을 하던 사람들까지 다 모였다. 지금은 동네빵집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는 업주들,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창업가도 협회에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어떤 협회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곳이다. 대한제과협회 이외에 프랜차이즈 가맹점 본부 내 협회로 들어간 곳도 있고, 양쪽의 회원사로 모두 활동하는 업주도 있다. 하지만, 자본이 있는 창업가들이 경기도 외곽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많이 세우는데, 이곳들은 음료를 파는 카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휴게업으로 구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류를 팔면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마 회장은 “이런 대형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회원사가 아닌 데는 관리하기가 어렵다. 식약처에서 의뢰해 진행하는 교육에서도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관공서에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빵을 굽는 곳은 제과협회로 들어가라고 얘기를 해주면 이런 문제들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제과협회 회원사인 대형 카페 업주들은 정부시책이 바뀔 때마다 협회에서 발 빠르게 공유해 주고, 협회라는 공동체를 등에 업고 정부기관에 의견을 피력할 때 시너지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마 회장은 SNS가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 시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온라인 마케팅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협회에서 나오는 베이커리 책자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고, 협회 차원에서도 SNS 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업주들도 들어오고 싶은 협회를 만들어 회원을 늘려, 우리 제과업계에 종사하는 업주들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곧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