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통 지속에…생활형편·경기전망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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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물가고통 지속에…생활형편·경기전망 ‘후퇴’ 정부는 추석 물가 안 올랐다고 하는데, 민생은 ‘찬바람’

기사입력2023-10-2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각 부처는 민생안정을 위해 고물가·고금리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24일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고물가 상황에 전쟁을 선포하며, 모든 정부부처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추석 당시만 해도 주요 성수품 가격이 지난해 추석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거듭 해명했으나, 추석 이후에도 들썩이는 물가상황이 안정을 찾지 않자 대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자료=통계청>

소비자들은 정부보다 더 빨리 고물가 상황에 반응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8.1로 한달 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동향조사는 전국 도시 2318가구를 대상으로 10월 중 조사한 결과다. 100보다 크면 긍정적인 응답이 많다는 의미이며, 100보다 작으면 부정적인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특이한 점은, 10월들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4%로 한달전보다 0.1%p 상승했다는 점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4.0%에서 매달 하락해 7월에는 3.3%에 도달했다. 이후 9월까지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들썩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만에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 불안…고물가 고착화 우려

기대인플레이션은 한국은행이 물가상황을 파악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 만큼이나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지난 9월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수준(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상당 수준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시 인플레이션의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특성으로 인해 고물가 수준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한은은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일반인 3.3%, 전문가 2.5%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인 2%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특히 경제주체로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전문가에 비해 그 수준이 높은 데다 한번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수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고서에 인용된 수치보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상승한데다 8개월간 이어온 하락·횡보 추세가 상승으로 반전된 것이다.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담긴 한은의 물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가 부담에 생활형편·경기전망도 내려앉아

소비자들은 물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 전망한 것과 동시에, 생활형편이나 경기 역시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소비자동향조사의 세부지표를 보면, 고물가 부담이 살림살이를 위축시킬 것이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생활형편CSI는 88로 9월보다 1p 하락했다. 현재에 비해 6개월 후를 전망하는 생활형편전망CSI(90)는 2p, 가계수입전망CSI(98)는 1p 하락했다. 세가지 지표 모두 9월과 10월 두달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대로 소비지출전망CSI(113)는 한달새 1p 상승했다. 물가상승 국면에는 씀씀이를 줄여도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인 것이다.

현재경기판단CSI(64) 및 향후경기전망CSI(70)는 한달만에 2p, 4p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CSI(78)은 1p 올랐으나, 금리수준전망CSI(128)는 10p로 크게 상승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올해 1월 132를 기록한 뒤 크게 하락해 2월부터 110~120 사이를 오가다 10월 들어 9개월만에 1월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현재가계저축CSI(91)와 가계저축전망CSI(94)는 9월보다 2p, 1p 하락했고, 현재가계부채CSI(101)와 가계부채전망CSI(99)는 모두 9월과 동일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인식은 경기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한은 역시 “고금리 환경에서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하락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물가대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위축된 가계경제의 고통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