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침해 합의 이유로 처벌 이뤄지지 않아”

프린트

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디자인 침해 합의 이유로 처벌 이뤄지지 않아” 형사처벌 구성요건 명확하게 규정해야 디자인 침해범죄 예방 가능

기사입력2023-10-31 10:1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는 ‘디자인 침해범죄 형사법적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디자인 침해 범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애니메이션 기획전문업체 ㈜아이코닉스는 애니메이션 TV방영 수입을 포함해, 장난감·화장품·생활용품 등 라이선스를 통해 국내외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태예찬 선임은 특허청이 30일 개최한 ‘디자인 침해범죄 대응 컨퍼런스’에서 “최근 한류열풍으로 해외에서 우리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디자인 침해 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선임은 “IP사업을 진행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디자인을 잘 만들고 등록을 해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디자인에 대한 카피 제품을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모든 IP창작자들의 권리를 보다 손쉽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디자인은 151만5200건이 출원돼, 전년대비 9.2% 증가했다. 디자인은 전체 지재권 출원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K-팝, K-뷰티 등 우리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디자인 집약산업은 우리 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모방과 변형이 쉬운 디자인 제품 특성상, K-한류의 인기를 악용한 디자인 모방품으로 인한 피해 또한 매년 늘고 있다. 특허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겪는 피해 신고건수는 2019년부터 연평균 31%씩 증가하고 있으며, 그 피해 대상 또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자인 침해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합의하면 처벌 제대로 안 이뤄져=이날 컨퍼런스에서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는 ‘디자인 침해범죄 형사법적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디자인 권리자일수록 배상금에 대한 합의문 작성을 처벌불원 의사 표시로 종용당하기 쉬우며, 이로인해 침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범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에서 디자인은 창작 특징에 따라 디자인보호법은 물론 특허·실용신안법, 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지난해 디자인·실용신안권 침해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디자인보호법·실용신안법이 개정되며, 그동안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로 규정됐던 디자인권·실용신안권 침해죄가 고소기간 제한 없이 고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수사를 할 수 없어 수사기관이 권리침해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디자인권·실용신안권 침해죄는 ‘반의사불벌죄’로 전환됨에 따라 권리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앞서 참석자들은 ‘디자인의 창작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한 소비자가 되자’는 의미의 ‘페어슈머’ 캠페인을 진행했다. ©중기이코노미

◇‘합의’와 ‘처벌불원’ 구별 명확해야=그러나 서 변호사는 등록 디자인 침해범죄에서 ‘합의’와 ‘처벌불원’이 명확히 구별되지 않고 있어 합의에 의해 합의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며, 이 경우 일부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침해가 발생할 수 있고 디자인 침해의 근절과 예방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