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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러’ 가던 커피숍이 이제 ‘즐기는’ 공간으로
레드오션 속 커피숍 변화…장소 자체가 ‘목적지’ 되다
- 기사입력2023-11-0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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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쉬고 싶어 대형카페 알아보다가 왔어요. 산에 옷듯한 느낌과 시원한 폭포가 힐링하기 딱 좋네요.”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한 대형카페에 방문한 고객이 남긴 리뷰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숍이고, 먹자골목만큼 흔하디흔한 거리가 ‘카페거리’인 만큼 최근의 커피숍은 소비자 선호도 향상을 위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호도는 방문율을 높이고, 입소문의 원천이 돼 또다른 고객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이에 많은 커피숍들이 소비자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갖추고 있다. 이전에는 커피 로스팅 기법과 원두의 차별화로 손님을 끌어모았지만, 지금은 특별한 메뉴와 함께 장소 그 자체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오다가다 들리던 곳에서 카페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셈이다.프렌차이즈와 개인 카페 사이…소비자 기분·기호 따라 선택 기준 갈려소비자가 커피숍을 고르는 기준은 커피숍에 가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목적에 따라 커피숍을 선정하는 이유가 명확히 달라지기 때문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커피·음료점업 매장 수는 9만8886개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 69% 증가했다. 즉, 국내 커피 시장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 넓어졌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 9월 20~59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커피숍을 선택하면서 매장 내 음용, 테이크아웃, 배달의 여부를 정한 경우가 많았다.대형·고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 내 음용 비율(33.7%)과 테이크아웃 비율(33.1%)이 비슷했고, 소형·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테이크아웃 비율(44.6%)이 매장 내 음용 비율(10.5%)를 훨씬 웃돌았다. 교외에 위치한 대형 카페에서는 매장 내 음용 비율(37.2%)이 테이크아웃 비율(8.1%)보다 높았다.나이대별로도 유형이 나뉘었는데, 20~30대는 배달 비중이 높았고, 30~40대는 테이크아웃, 50대는 매장에서 마신 비중이 높았다. 나이대가 낮아질수록 저가 프랜차이즈를 찾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리저브 전용 매장인 스타벅스 더제주송당파크R점 전경. 키네틱 아트 인테리어와 특화 푸드, 한라산과 돌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고객이 여행 목적지로서 많이 찾는 곳이다. <사진=스타벅스 코리아>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매장 내 음용비율과 테이크아웃 비율이 50%로 비슷하고, 손님의 60% 이상이 20~30대가 차지한다”며, “저가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메리트도 있지만, 달달한 메뉴가 많아 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평소 회사 주변에 위치한 대형 프렌차이즈를 자주 찾는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스타벅스는 접근성이 좋아 약속 잡기가 편해서 자주 찾고, 기프티콘을 사용하러 오기도 한다. 음악도 잔잔한 재즈 음악이 나와 편안하고 좌석도 노트북 하기에 편한 높이라서 혼자서도 자주 찾는다”며, “또다른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는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이태리 스타일의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찾는 편”이라고 덧붙였다.차별화·맞춤형 컨셉이 승부수…그곳이 ‘목적지’가 된 이유눈만 돌리면 커피숍이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원두의 특징이 각기 다르다보니 카페 역시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가져갈 필요가 있다. 게다가 카페마다 맛과 메뉴에 대한 차별성이 그리 벌어지지 않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이는 해외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10월 기준 대만의 전체 음료 산업의 80%가 ‘수제 음료’를 내세우는 냉·온음료 매장과 빙과점이다. 이는 전체 편의점 매장 수를 뛰어넘은 수치다. 대만의 음료 시장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역시 농식품을 연계한 상품 등 특색있는 제품 모색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 카페 더엠 전경. 이 카페는 우유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실내공간 655㎡, 부지 면적 5950㎡의 넓은 공간을 누리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사진=카페 더엠>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카페 더엠’은 목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우유가 컨셉이다. 조리 경영학 박사이면서 카페 더엠을 운영하는 오철환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우유는 음료와 베이커리에 필수불가결한 재료”라며, “목장을 하는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때부터 자연스럽게 목장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우유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이어 “우유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실내공간 655㎡, 부지 면적 5950㎡의 넓은 공간에 인공폭포를 비롯한 각종 조경과 숲을 누릴 수 있고, 10km 이내에 목장이 위치해 있다는 점 때문에 고객이 많이 찾는다. 게다가 이천 시내에서도 차로 5~7분이면 올 수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며, “작년 10월에 오픈했는데 가족단위, 커플단위로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 95%의 손님이 매장에서 느긋하게 즐기다 가는데 평일 대비 주말에 3배 정도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100년을 이어온 방앗간을 메인 컨셉으로 잡은 카페 빵앗간& PUB 역시 오픈한 지 3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검색을 통해 고객이 찾는 곳이다.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주)빵앗간며느리안준성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매장 내 음용 고객이 80%다. 리뷰의 평이 좋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며, “한국적인 미를 살린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블랙 흑임자를 활용한 메뉴 등 독특하고 맛있는 음료와 푸드가 호감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대형 프렌차이즈도 고객의 선호도를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홍보 관계자는 “취향에 따라 원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원두 다원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음료에 어울리는 디저트와 델리 등을 제안하는 ‘페어링 문화’도 호감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1~3층까지 다른 무드의 인테리어를 적용해 주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경기 광주쌍령DT점, LG전자 제품을 활용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LG전자 베스트샵 목동점 숍인숍(Shop in Shop) 매장 등 차별화된 운영을 통해 색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맛 이외에도 ‘공간’의 매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과 외곽에 위치한 카페를 찾는 이유 역시 넓은 실내에서 즐기는 여유와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외부 공간이 필수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카페 매출과도 연결된다. 오픈서베이 설문 조사결과를 보면, 매장 내 음용 비율이 높은 대형·고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개인 커피 전문점에서 1회 방문 시 지출하는 평균 금액은 각각 7493원과 8157원이었지만, 중소형·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4344원으로 집계됐다.스타벅스 코리아는 ‘THE’ 매장을 대표 전략지로 꼽았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전국에 5개의 ‘THE’ 매장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목적지 매장’이라고 표현한다”며, “고객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혹은 커피를 사러 매장에 오는게 아니라, 하루종일 스타벅스에서 놀다가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이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컨셉을 세웠다”며, “더북한강점의 경우 라이더들이 와서 편하게 주차하고, 강뷰를 보면서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특화 푸드를 준비했다. 또한, 반려견과 뛰어놀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10월12일 오픈한 더제주송당파크R점은 360평(약 1190㎡) 규모의 국내 최대 리저브 전용 매장으로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인테리어와 특화 푸드로 스타벅스의 특별함을 강조했고, 한라산과 돌공원을 조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현지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음료와 푸드는 스타벅스 메뉴 상위 5위 안에 항상 들 정도로 인기”라며, “단순히 커피를 즐기러 오기보다는 매장을 즐기러 온다. 그곳이 여행지가 되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지역에 맞게 맞춤형 스타일로 컨셉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일례로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더북한산점의 경우 아침 7시만 되면 손님으로 꽉 찬다고 한다. 등산가다가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저녁에는 동네 마실 나온 손님, 산책하러 나온 고객이 주를 이룬다.스타벅스 관계자는 “THE 매장 5곳에만 하루에 2000명의 고객이 찾고, 주말에는 3000명 이상이 방문한다”며, “카페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그곳에서 좀 더 차별화된 전략으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