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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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노동력·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 몰두 ‘스마트 소규모 공장’ 미래를 보다…스마트공장구축·생산자동화전

기사입력2023-11-20 00:00

“옛날에는 인쇄회로기판(PCB)의 뒤판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이 하루 종일 들고 고정하는 작업을 했거든요. 8시간 내내 이것만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피곤이 문제가 아니라 근육계 이상이 오기도 해요. 하지만, 이젠 로봇이 이 역할을 해줍니다. 그만큼 업무는 수월해지고 생산성은 올라가죠.”

‘제5회 스마트공장구축 및 생산자동화전’에는 전국의 130개사가 참가해 공장 자동화와 설비, 스마트공장 솔루션 등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참관객 사전등록 비율이 전회 대비 40% 이상 증가하는 등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기이코노미

지난 8~10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스마트공장구축 및 생산자동화전(Smart Factory & Automation Technology Fair 2023, SMATEC 2023)’에 참여한, 모션&비전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소규모 공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내 첨단제조 산업을 뒷받침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SMATEC 2023에는 전국의 130개사가 참가해 공장 자동화, 자동화 설비, 스마트공장 솔루션 등 최신 제품과 기술,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런 신기술들은 실제로 작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영역이기 때문에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공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스마트팩토리

IoT 환경에서 빅데이터와 AI 분석을 통해 제어하는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필요성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가 기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중에서도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기술은 코로나19 이후로 시장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버넥트가 XR 기술을 활용해 현장 모니터링 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버넥트(Virtual Connect) 조항래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산업현장은 디지털화가 이미 돼 있지만, 이전의 디지털화라는 것은 데이터들이 중앙에 모여 모니터링되거나 중앙통제센터에서만 활용되는 것을 의미했다”며, “이런 모든 것들을 직접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XR(확장현실)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XR 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활용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례로 해외에서 온 생산라인이 고장 났을 경우 기술자가 한국에 올 때까지 해당 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는데, 라인을 멈추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납기도 늦어지고, 그만큼 공장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XR 기술로 이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삼성, 현대중공업, 한화, LG, SK 등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제조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불량률을 낮춰준다는 점이다. 조 부장은 “설계된 대로 정확히 제조됐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며,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도면을 들고 다니면서 검사했던 것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속도도 빠르다. 3시간이 걸리던 일을 10분 이내로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XR 기술이 실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다. 조항래 부장은 “XR이 각광받기 시작한 시기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메타버스가 이슈화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라며,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있어 비대면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까, 이런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유통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엠테크컨설팅의 스마트 공장장 구동 모습.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이 기술은 한 번의 로그인만으로 생산, 매출, 불량 현황, 근거 데이터값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공장의 제조 현황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시스템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디엠테크컨설팅 영업마케팅팀 장건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스마트 공장장’을 소개했다.

장건 과장은 “기존에는 그룹웨어나 AI, MS 같은 솔루션들이 낱개로 구성돼 있다 보니까 연계해 관리하기가 어려웠다”며, “스마트 공장장은 자체 개발한 솔루션들을 하나로 묶어 서비스한다. 따라서 작업자가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한 번의 로그인만으로 생산, 매출, 불량 현황 등을 모두 다 볼 수 있다. 여기에 근거가 되는 데이터값도 확인할 수 있고, AI 빌더 솔루션을 통해 예지보전까지 가능하다. 더불어 소방 관련 문제도 미연에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 공장장의 주요 타깃은 중소기업이다. 장 과장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이전부터 수많은 솔루션들을 자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과 중견 규모 이상의 기업 간 데이터 격차는 90% 이상”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기업에서 어렵게 모은 데이터들을 활용해 보지도 못하고 그냥 버리게 되는 일들도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장 과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그 데이터가 눈으로 보이는 게 중요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솔루션들을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소규모 공장의 현실을 고려한 ‘기술’ 주목 받다

아무리 스마트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공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이에 소규모 공장 환경에 맞춰 지능화된 물류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력도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더원의 자율이동로봇 구동 모습.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작은 공장의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더원은 식품회사처럼 소규모 공장의 내외부를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개발된 AMR(자율이동로봇)을 들고나왔다. 이 로봇의 핵심은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기술영업팀 최경식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무거운 짐을 실은 물류 로봇이 평평한 곳만 다니지 않는다. 좁은 곳, 울퉁불퉁한 곳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보통 공장이나 물류센터를 보면 0.5~1cm 정도의 방화벽이 있다. 이런 곳도 무리 없이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며, “이 제품은 4개의 바퀴가 각자 따로 움직이고, 자동차처럼 텐션이 달려 있어 하중에 대한 부분도 조정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보통의 AMR은 실내만 다니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 제품은 실내외 모두 파워풀하고,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다”며, “제조 비용 역시 기존의 AMR에 비해 1/3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올 2월 출시했는데도 박람회 기간 여러 동남아 국가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나의 수직 컨베이어 건조기. 수직 상승과 수직 하강의 동작으로 공장의 면적으로 적게 쓴다는 장점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컨베이어 건조기도 현실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수직 컨베이어 건조기를 들고나온 ㈜카나(CANA)의 이동원 상무이사는 “기존의 터널형 건조기는 수평형으로 길게 돼 있어 공장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 그래서 10년 전에 수직 상승과 수직 하강의 동작을 반복하는 이 제품을 개발했다”며,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공장의 면적을 적게 쓰기 때문에 부동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전기료는 1/10밖에 되지 않는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코팅, 베이킹, 큐어링 등이 가능한 이 장비는 PCV 제조회사, 자동차 전장품 회사, 바이오 업체 등에서 200여대가 운영되고 있다.

명신물산의 래핑기 모습. 콤팩트한 크기로 가용구간이 적고, 연신 상태에서 랩을 감아줘 랩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더 단단하게 감아준다. ©중기이코노미

콤팩트한 크기의 래핑기를 8년 전에 개발한 명신물산은 현재도 계속 제품을 디벨롭하며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병익 대리는 중기이코노미에 “업계에서 이탈리아나 중국산도 많이 쓰이지만, 우리 제품의 강점은 컴팩트해서 가용구간이 적다는 점이다. 또, 연신(길이를 늘인) 상태에서 랩을 감기 때문에 랩 절감 효과도 있고, 더 단단하게 감아준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제품에도 연신 기능이 있지만, 랩을 감는 폭이 줄어들거나 길이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는데, 이 제품은 그 단점을 보완해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안전성 부분도 강조했다. 윤 대리는 “다른 제품의 경우 사람이나 물체에 부딪혀야만 작동을 중지하는데, 이 제품은 사람이나 물체를 미리 감지해 작동을 중지하고, 그 장애물이 없어지면 기계가 인식해서 다시 움직인다”고 했다.

이런 강점으로 인해 다른 제품보다 10% 정도 가격이 비싼데도, 랩을 제품에 감는 제품군이나 산업군 대부분에 유통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A/S도 쉽게 받을 수 있고, 제품 구입 후 3년간 무상 AS가 가능하다.

변화하는 노동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몰두

앞으로 노동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기술뿐이다. 현재도 3D로 일컬어지는 직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일부 업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부스가 눈에 띄었다. 다양한 크기의 과일과 채소를 마치 사람이 잡듯이 정확하게 집어 분류하고 있었다.

㈜에스에이치텍과 ㈜로그틱스(LOGTICS)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협동로봇 그리퍼를 개발했다고 한다. 독일의 로봇을 수입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3차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딥러닝을 통해 각 물체를 인식하고, 인식 후에는 16개의 모터가 달린 손으로 물체를 잡고 분류해 정확한 위치에 내려놓는다.

에스에이치텍 공만근 부사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지금 선보이는 로봇은 농업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예시로 보여주고 있다”며, “눈이 있고, 힘 조절이 되는 손이 있어 과일을 종류별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없었다”고 밝혔다.

로그틱스 박성우 대표는 “산업이 발전하고, 고객이 다양해질수록 다품종소량생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전의 로봇은 품종이 바뀔 때마다 툴을 바꿔줘야만 했다. 심지어 같은 종류의 과일이라도 사이즈가 각기 다른데, 이럴 때도 로봇은 잘 잡아내지 못했다”며, “이 로봇은 툴을 바꿔줄 필요가 없다. 사이즈가 달라도 하나의 툴로 다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어느 로봇이라도 이 로봇손을 끼우면 된다. 전 세계에서 이런 기술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서비스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다. 커피숍이라면 커피뿐만 아니라 빵도 집고, 쿠키도 집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V와 같은 가전제품의 뒷면에 있는 수많은 볼트 등을 자동으로 체결해 주는 장비도 노동력이 부족한 업종에서 반길만한 장비다. 1985년 설립한 ㈜대곤코퍼레이션의 윤인상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해외의 좋은 공장자동화 관련 제품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다가 시류가 바뀌면서 5년 전부터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사업을 시작했다”며, “오늘 갖고 나온 설비는 넛트러너자동화다. 조립 자동화 장비로 틀어짐이나 오차 방지를 해주는데 오차가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뿌리산업 기술용 제품도 선보였다. 윤 팀장은 “뿌리산업이라고 하면 3D 직종이라 생각해서 작업자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연마공정용이나 버(Burr)를 제거하는 용도의 장비들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주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아 해외 전시회에도 나갈 계획인데, 이를 기점으로 현재 약 30%에 달하는 수출 비중을 더 늘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합한 기술 개발도 눈에 띄었다. 우리테크는 스마트 절삭유정제기 환경전문기업이다. 임용탁 이사는 “MCT·CNC 장비 등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물과 오일을 적절하게 섞은 절삭유를 뿌려주는데 시간이 지나면 부패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작업자들도 이 부패 냄새 때문에 힘들어한다. 무엇보다도 박테리아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때 필요한 제품이 절삭유 정제기다. 그는 “이 제품을 쓰면 오일과 슬러지(sludge)를 따로 걸러준다. 그렇게 되면 오일은 정제해 재사용이 가능하고, 쇠는 용광로로 보내 다시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장 폐기물 저감과 공장 내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이 제품은 수도권을 비롯해 구미, 대구, 부산, 울산, 창원 등 금속 가공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