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티’의 중심에 선 엘리베이터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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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스마트 시티’의 중심에 선 엘리베이터의 진화 1800×1200mm에 모인 첨단기술 집합체…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

기사입력2023-11-21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엘리베이터 기술은 침체해 있다. 위아래 수직이동 구성이 다인데, 그 안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2023 ILEK, 11월 8일~10일, 킨텍스)’에 참가한 한 관람객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동안 승강기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은 모조리 쏟아져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의 승강기 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소프트웨어와 유지보수 강화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강기는 미래도시의 중심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군이다. 한정된 땅덩어리에서 건물은 점점 더 고층화되고 있고, 각종 모빌리티가 상용화되는 미래사회에서 승강기의 역할은 단순히 탑승하고, 내리는 데만 국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개국 110개사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 모인 약 6000명의 관람객은 승강기의 기술 발전은 물론, 이런 승강기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진화…도심항공 이끄는 ‘H-PORT’ 청사진 제안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최근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공중에서 화물과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도심항공교통시스템인 UAM(Urban Air Mobility)에 대한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일명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UAM을 효율적으로 정차할 수 있는 인프라다. UAM에 대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UAM이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UAM 정거장을 어떤 식으로 마련할지 그려보고, 이에 대한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말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선보인 H-PORT와 엘리베이터 디자인 모형. UAM이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미래에는 이런 모습의 격납고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다봤다. ©중기이코노미

전시회장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현대엘리베이터 장형석 전략담당자는 “현재 도시의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소형 비행기를 도심에 활성화하려는 연구들이 많다. 문제는 현재 기체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도심 항공법에 대한 교통표준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지금, 기체들이 개발되고 난 후 어떻게 정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고속버스나 KTX를 타고 서울~대전 구간을 이용하듯이 UAM이 이런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순간이 올 텐데, 지금의 상황으로는 2D 면적에 기체를 정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안한 것이 수직으로 주차공간을 만들어 여러 대가 정박할 수 있는 모형이다. 마치 지금의 주차타워와 같은 개념이다.

주차에 대한 문제만 해결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UAM 주차장은 융복합으로 나가야 효율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UAM을 이용할 때 티켓팅을 어떻게 할 것이며, 기다리는 동안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UAM에서 또 다른 교통수단으로의 환승이 관건이다. 또한, UAM 충전과 유지보수시스템도 완벽히 갖춰져 있어야 한다.

장형석 전략담당자는 “현대엘리베이터에서 갖고 있는 자동주차시스템을 활용해 스마트 시티의 격납고(Sky Garage) 청사진을 그린 것”이라며, “테스트 형식의 포트를 2025년까지 만들어 실제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이 사업은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자동주차시스템만 제공할 것인지, 수직 이착륙 비행장(Vertiport)을 잇는 스테이션 자체 사업까지 참여할 것인지 오픈돼 있다”고 했다. 즉, 각 거점 도시의 랜드마크 중심에 UAM 포트를 세우고, 복합몰과 교통환승센터까지 연결하면 엘리베이터 사업이 스테이션 사업으로 무한 확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건축물은 엘리베이터 기술부터 건축 기술, 모빌리티 기술의 총체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건축물을 지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 기존의 건물 옥상에 증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장형석 담당자는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수주 시 유수의 세계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라며, “특히 이미 조성된 도시에는 항공법 등 여러 제약이 있지만, 스마트 시티를 새로 조성하는 곳에는 좀 더 용이할 것이다. 이에 2030년 완공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시티 등에 이런 청사진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면…안전사고에 대비한 신기술도 ‘눈길’

높은 곳을 쉽고, 편하게 오르도록 해주는 엘리베이터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123층 고층 건물을 단 1분 만에 순간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층과 층 사이에 멈춰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고정해 주는 등 다양한 기술이 그 안에 녹아 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와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고는 자칫 잘못하면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승강기는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설치 후 안전 점검도 중요하다.

㈜코엘텍의 심동국 과장이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비상벨을 누르고 있다. 코엘텍의 비상 구출 운전 전원은 멈춘 승강기가 멈춘 곳에서 근접한 층까지 갈 수 있도록 한다. ©중기이코노미

승강기에 적용하는 전력장치를 제조하는 업체인 ㈜코엘텍은 갑자기 승강기를 구동하는 전원이 차단됐을 때 멈춘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도록 비상전원을 공급해 주는 ‘비상구출 운전 전원’을 선보였다.

심동국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에 “만약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다가 승강기가 멈췄다면, 멈춘 곳에서 근접한 층까지 승강기를 구동할 수 있도록 비상전원을 공급해 주는 장치”라며, “서브 아이템으로 비상벨을 누르면 저장된 119, 콜센터, 보수업체 등에 연결하는 장치도 있다”고 부가 설명했다.

이 장치는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TK엘리베이터의 1차 벤더이면서 국내 대다수 중견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코엘텍의 제품은 일본에 월 200~300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분기에 100개씩 납품업체를 통해 해외시장에도 선보이고 있다.

제일에스컬레이터㈜가 선보인 과속 역행 방지 장치. 특허 기술력으로 국내 공공기관에 3000대 이상을 달았고, 최근에는 인천공항의 노후화된 에스컬레이터 부품을 교체했다. ©중기이코노미

에스컬레이터 안전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인 제일에스컬레이터㈜는 ‘과속 역행 방지 장치’를 선보였다.

김귀승 기술영업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안전장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이 과속 역행 방지 장치다. 얼마 전 분당 수내역에서 사고 난 것도 이런 이유”라며, “우리는 관련 부품에 대한 특허가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자신한다. 국내 철도 및 지하철, 공항, 공공기관 등에 3000대 이상을 달았고, 얼마 전에는 20년이 넘은 인천공항의 에스컬레이터에 200대의 안전 부품을 교체 완료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독일의 전시회인 인터리프트에도 참여했는데,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수출 진행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알씨는 행안부에서 인증받은 혁신제품으로 고가의 해외 승강기 진단 측정 장비를 국내산으로 바꿨다. ©중기이코노미

외국산 안전장비를 국내산으로 바꾼 케이스도 있다. 승강기안전공단에 승강기를 진단, 측정하는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이알씨는 2012년도에 브이스코프(Vscope)를 선보였다.

노기상 책임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에 “작년에 행안부에서 인증을 받은 혁신 제품이다. 이는 외국의 고가 장비를 국산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라며, “진동 소음을 측정하는 장비인데, 최근에는 좀더 콤팩트한 크기의 이엘스캔플러스도 출시했다. 이엘스캔플러스의 경우 브이스코프 프로에 비해 기능은 적지만,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 노트북을 태블릿으로 대체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엔이아이의 이성호 대표가 손 끼임 방지 틀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기술력도 눈에 띄었다. ㈜엔이아이(NEI)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거나 닫힐 때 틈에 아이들 손이 끼지 않도록 손 끼임 방지 틀을 들고나왔다.

이성호 대표는 “법으로 안전 규정이 돼 있지만, 간격만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손을 넣더라도 들어가지 않도록 완충하는 구조로 만들었다”며, “올해 행안부 연구과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형태는 세계 최초다. 12월에 연구과제가 끝나면 내년부터 시중에 나올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평산엔지니어링은 인원수나 중량이 초과하는 범위를 정확히 계산해 보여주는 제품을 스페인에서 들여왔다. ©중기이코노미

국내에는 아직 없는 기술력을 해외에서 들여온 사례도 있다. ㈜평산엔지니어링은 승강기에 와이어로프와 벨트에 하중을 상시로 감지해 주는 장치를 선보였다.

신영철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현재 승강기에 탔을 때 인원수나 중량이 초과하면 ‘만원’으로 뜬다. 하지만, 현재 방법은 정확하지 않다. 엘리베이터 회사들이 벨트나 와이어로프의 무게 설계치를 카 무게와 합쳐 프로그램 자체적으로 계산해 추정치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제품은 스페인에서 제조됐는데, 실질적인 하중을 다 측정해 준다. 오차범위는 1~2%이고, 현장의 요건에 따라 5% 이하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평산엔지니어링은 TK엘리베이터, 현대 엘리베이터 등에 각각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금강엔지니어링은 로프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은 벨트를 중국에서 들여와 한국 실정에 맞게 인증을 받아 아파트에 공급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승강기가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들고나온 업체도 있었다. 중국에서 수입해 한국 상황에 맞춰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중소기업중에서는 최초로 벨트로 제품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금강엔지니어링 고남훈 대리는 중기이코노미에 “중국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한국 실정에 맞게 2022년도에 인증을 받았고, 모델 인증은 이번 달에 받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며, “로프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어 아파트에서 선호한다. 현재 속초와 삼척의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엘리베이터용 권상기를 만드는 ㈜비티알수성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는 엘리베이터 기술을 내보였다. 참고로 엘리베이터의 중심을 잡아주는 권상기는 예전에는 기어드(GEARED) 방식을 많이 사용했지만, 20년 전부터 기어가 없는 기어리스(Gearless)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력 효율이 우수해 기어드 방식에 비해 30~40% 정도 전기세 저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상윤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에 “엘리베이터 시브가 커야 안정감이 있다. 로프가 감기는 각도가 클수록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시브가 크면 권상기의 베드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 옛날 건물의 기계실은 천장까지의 높이가 1.8m로 돼 있어 단까지 높이면 설치가 힘들어진다”며, “현재 청와대, 인천공항, 철도청을 비롯해 베트남,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만큼 디자인 중요…고급 소재로 디자인 차별화 나선다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로비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인테리어 시도를 한다. 특히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엘리베이터는 그 건물의 이미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최근에는 엘리베이터 디자인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나전옻칠 아트데코 전문기업인 케이펄아트는 디지털로 점철되는 엘리베이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넣었다. 나전칠기로 작품을 만드는 전용복 작가와 협업해 엘리베이터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는 박양춘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나전옻칠은 천연소재이기 때문에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또한, 전통소재이면서 정형화되지 않아 친근감이 있다”며, “전용복 작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전통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전통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가격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가격대를 보급형으로 만들기 위해 수작업을 최대한 줄였다”며, “기존 엘리베이터에 비해 한 대당 70만원~200만원 정도 추가 금액이 들어간다”고 했다.

지금의 티케이엘리베이터의 전신인 티센크루프에서 10년간 사장직을 지냈던 박 대표는 티센크루프 당시 전용복 작가와 만나 공동개발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목단가옥 ▲스타비아 호텔 ▲우리은행 본사 및 국제전자센터 ▲푸르지오 써밋(과천) ▲협성 마리나 G7 ▲일본의 최고급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 등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디자인이 당시 협업한 작품이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문양을 친환경적이면서, 빠르고 간단하게 조각할 수 있는 기술도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터테크놀러지 송영준 영업이사는 “예전에는 스테인리스 소재에 문양을 내고 싶으면 화학약품을 이용해 금속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해서 친환경적이지도 못하고, 공정과 인력이 많이 들어가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맞춰 론칭한 이 제품은 레이저를 이용하기 때문에 빠르고, 심플하게 공정할 수 있다”며, “화학약품을 이용하지 않고 프린트하듯 파일로 넘기면 기계가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서 대부분의 관람객이 모두 만족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