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쟁 예방위해 “관리비 규정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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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상가 분쟁 예방위해 “관리비 규정 명확히 해야” 고금리·고물가로 상가임대차 분쟁 증가…제도 개선 필요

기사입력2023-11-22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 국회에서 ‘상가임대차 피해사례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인천 공정거래지원센터>

#고시원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시기를 견디고 매출이 복구되면서 신규 임차인을 모집해 권리금 양도양수를 진행하던 중 건물주가 신규임차인에게 재건축 예정이라고 통지하면서 계약이 불발됐다. A씨는 권리금 소송을 하려고 해도 코로나 기간 매출이 저조해 감정평가액이 매우 낮게 나오고 소송 비용을 감안 하면 남는 것이 없어 소송도 못하고 있다.

#사우나를 운영하는 B씨는 2014년 8억원의 권리금을 주고 사우나를 인수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부진으로 2020년 월 임차료 1000만원을 3기 연체하다 2021년 모두 완납했지만, 건물주는 3기 연체를 이유로 명도소송을 했고 권리금 회수도 못한 채 쫒겨나게 될 상황에 처했다.

#닭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최초 계약 2년이 되던 시기 건물주로부터 계약 종료 1개월 전 마지막 날의 저녁에 임대료 50% 인상을 요구하며 거절시 ‘재계약 안함’을 통보받았다. C씨는 법률상 10년의 임대차 보호와 임대료 5% 이내 인상이 보장된 점을 생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계약갱신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임대차 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C씨는 그 기간을 넘겨 기존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할 수 없게 됐고, 건물주의 요구대로 임대료 50%를 인상해 재계약 할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가 21일 개최한 ‘상가임대차 피해사례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상가임대차 분쟁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영천 서원대학교 교수는 ‘상가임대차 분쟁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고금리·고물가·고유가 등으로 인한 경제 사정의 악화로 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게 됐고, 임대인도 고금리 등으로 대출 이자 상승에 따른 임대수익이 감소하면서 상가 임대차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며, “상가임대차와 관련해 소송을 할 경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소송 전 구제할 수 있는 분쟁조정의 활성화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 규정 미비에 해석도 모호…분쟁 원인으로

2022년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모두 773건으로 이 중 보증금과 상가 건물의 반환이 209건으로 전체의 27.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163건으로 21.1%를 차지한 차임과 보증금의 증감이었으며, 계약갱신과 종료에 관한 사항은 105건으로 13.6%를 차지했다.

서 교수는 상가임대차 분쟁조정 신청 사례를 보면 법률에 규정된 바가 없거나 법률해석 차이로 인한 분쟁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법률 규정에 관한 분쟁 사례 중 첫 번째로는 관리비 인상으로 인한 분쟁이 있다. 상가임대차법의 규정을 적용받는 임대차는 차임 인상 한도가 5% 내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임대인은 임대료 인상 대신 관리비 인상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분쟁이 늘고 있다.

환산보증금 초과 임대차에서의 분쟁도 비슷한 사례다. 상가임대차법으로 정한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한 상가임대차에는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10년 동안의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의 규정은 예외적으로 적용받는다. 그러나 우선변제권과 차임 인상의 한도, 묵시의 갱신 조항 등은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아 민법의 규정을 적용받으면서 분쟁이 발생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차인의 해지통고 기간에 대한 분쟁도 법률 규정 미비로 인해 발생한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이 계약 종료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의 거절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주택임대차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계약종료 2개월 전까지 해지 통고를 하도록 한 것과 달리 상가임대차에서는 임차인의 해지 통고 기간에 관한 규정이 정해지지 않아 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다.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과정에서 각하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 점도 분쟁 조정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 신청사건 2960건 중 47.9%인 1418건의 사건이 개시되지 못하고 각하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가 행정구역에 따른 배치가 아닌 각 기관의 필요에 따라 설치되고 있어 관할의 누락 또는 중복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소송 절차 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해야

서 교수는 “임대차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 당사자가 양보와 타협을 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울 때는 분쟁이 생기더라도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상가임대차법 상 모호하거나 미비한 규정을 신설 및 개정을 통해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선 관리비 규정의 신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일반 건물의 임대차에서 임대료 인상분을 관리비 명목으로 전가해 인상함으로써 이로 인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서 교수는 상가임대차법에 관리비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신설해 근거 기준과 산정에 대한 자료 등의 관리비 내역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산보증금 제도의 폐지도 주장했다. 현재 환산보증금 해당 금액의 경계에 있는 임차인은 추후 보증금의 인상으로 환산보증금이 초과됐을 때 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서 교수는 현재의 상가임대차법에서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차인의 해지 통고 기간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주택임대차법과 달리 상가임대차법에서는 임차인의 해지 통고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어 계약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상가임차인이 해지 통고를 하는 경우 임대인은 종료일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이행지체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서 교수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도 계약을 종료하려면 종료 1개월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상가임대차 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소송으로 가기 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분쟁조정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 전치주의를 도입해 상가임대차 관련 분쟁이 생기면 소송으로 가기 전 조정제도를 이용하도록 의무화하고, 피신청인도 조정 참여에 대한 성실의무로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이렇게 되면 조정 참여율이 높아지고 각하율은 낮아지며 조정성립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장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법무부의 상가건물임대차 표준계약서의 활용을 높이고, 상가임대차법 등의 교육을 통해 계약 체결 시 특약 등으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