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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돈주고 산다고” vs “못생겨서 더좋은데”
‘못난이 농산물’ 기준 없어…가격형성만 잘하면 소비자와 농가 도움
- 기사입력2023-11-28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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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위치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작아도 맛있는 사과’라는 이름으로 사과 1.5kg짜리 1봉지를 9900원이라는 초특가에 판매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올 초에 홈쇼핑 채널에서 못난이 사과 9kg짜리를 2만7000원에 팔길래 구매한 적이 있어요. 사서 보니 크기만 약간 작고 일부 사과에 상처만 조금 났을 뿐 보통의 사과와 맛에서 크게 차이는 안 나더라고요. 올해도 구매할 예정입니다.”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홈쇼핑을 통해 ‘못난이 사과’를 구매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다며, 다음번에도 재구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농산물 유통업자들이 바라본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한 가락시장 중도매인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못난이 농산물은 시세가 없거든요. 부르는 게 값이에요. 왜냐하면 원래 폐기돼야 할 상품을 팔아주는 거니까요. MD가 절충해서 가격을 적당히 잡아야 하는데…, 사실 중간에서 바이어들이 가격 책정을 비싸게 하는 경우가 있죠. 소비자들은 적정가격을 모르거든요.”고물가 시대, 쇼핑 패턴이 바뀌고 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좀 더 싸고, 양은 많은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과거와 달리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못난이 농산물’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사면서 농가에는 지속가능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해 가치소비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못난이 농산물이지만, 입장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이렇게 잘 팔리는데”…‘못난이’ 떴다 하면 ‘완판’‘못난이 농산물’이 인기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치면, 못난이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들이 줄줄이 뜬다. 특히 홈쇼핑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이 떴다 하면 매진 열풍이다. 일례로, 2020년도부터 꾸준히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해 온 NS홈쇼핑만 보더라도 지난 9월부터 2개월 동안 판매한 사과, 명란, 배 등 못난이 농수산물만 748톤에 달한다. 주문량으로 따지면 19만5248건,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2억3000만원이다.오프라인 마켓에서도 ‘못난이’의 인기는 이어진다. 농협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농협하나로유통은 하나로 마트 양재점과 창동점에서 크기가 정품보다 작은 못난이 사과 2kg짜리 1봉지를 9900원에 판매한다. 지난 6월과 10월에는 우박 맞은 사과 2kg짜리 1봉지를 정상가보다 50% 할인한 7800원에 판매했고,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와 쿠팡에서도 우박 맞은 사과를 매입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다.이처럼 정품과 비교해서 맛도, 영양가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며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이에 일부 대형유통업체는 농가와 손을 잡고 일시적으로 판매했던 못난이 농산물 섹션을 정식 코너로 마련해 선보이고 있다.‘못난이 농산물’의 인기는 농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자연재해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못난이’ 상품들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상당수의 농산물이 폐기 처리될 수밖에 없었지만, 못난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농가에도 소득 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특히 가격 폭락으로 인해 멀쩡한 상품이 출하도 하기 전에 폐기 처리돼야 할 사항에 놓인 농산물의 경우에는 지자체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줌으로써 상품으로 ‘재탄생’되는 경우도 있다.저 배추는 어쩌다 ‘못난이’ 됐을까…대체용, 등외품충청북도의 경우 ‘못난이 김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충청북도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충청북도가 가을배추 주산지다. 그런데 수요예측에 비해 생산이 많게 돼 작년 가을에 배추 가격이 폭락한 경우가 있었다”며, “멀쩡한 배추들인데, 가격이 낮다 보니 농가에서는 수확해서 판매해봤자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수확이나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이 발생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이 관계자에 따르면, 2년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된다. 이에 도에서 고민한 결과, 관내의 47개 김치업체에 직접 연결해주기로 했고, 일부 업체들이 배추를 매입해 ‘못난이 김치’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유통구조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정상 제품보다 20~30% 저렴하게 책정돼 전국적으로 판매가 많이 됐다”며,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600곳의 외식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업소 중 국산 김치와 수입산을 혼합해 판매하는 곳이 있는데, 대개 수입산 김치 비율이 60% 정도 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못난이 김치가 저렴하니 수입산 김치 대체용으로 공급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이 관계자에 따르면, 충북도에서는 이를 ‘김치 의병운동’이라고 일컫는다. ‘못난이’이지만, 수입산 김치 대용으로 국산 김치를 애용하자는 뜻이다. 참고로, 못난이 김치는 일반 국산 김치에 비해 20~30% 정도 더 저렴하고, 수입산 김치보다는 3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일반 국산 김치보다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외식업체에서는 반기는 눈치다.못난이 김치는 올 1월 일본에 이어 호주에 수출했고, 4월에는 홍콩에도 진출했다. 또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고, 김치 제조업체의 매출 증대를 돕는 등 상생의 가치를 인정받아 제14회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 가공식품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충북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좋은 취지와 가치를 계승하자는 의견을 모아 연중 사업으로 기획하게 됐다”며, “올해 같은 경우 가격 폭락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등외품(크기가 기준보다 작은 상품)을 맛김치(썬 김치)나 묵은지, 캔 김치 등 3종류로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에 못난이 김치 만드는 5개의 업체에 요청해 300톤 규모의 등외품 배추를 상품화해 ‘못난이 김치’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그는 크기가 3kg 이상은 돼야 포기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1.5~2kg에 해당하는 배추는 배추를 다듬고 분류하는 전처리 과정에 드는 인건비 투입 대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김치공장에서는 구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등외품 배추는 매년 평균적으로 20% 정도 발생한다. 농가에서는 상품성이 없는 이런 등외품 배추는 완전 헐값에 팔아 넘기거나 갈아엎는다고 한다. 현재 충북도는 등외품 배추로 만든 못난이 김치 출시와 함께 12월 초에 판촉전을 계획하고 있다.“못난이 농산물, 정품보다 50~60% 저렴해야 적당”그렇다면 농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전통시장 반응은 어떨까. 서울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의 협동조합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일반 시장에서 못난이 농산물은 잘 다루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이 봤을 때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온라인 쇼핑몰 같은 곳에서 팔긴 하지만, 전통시장은 대개 어르신이 많이 장사한다. 어르신의 눈으로 봤을 때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본인이 먹거나 버려서 처분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사과 판매대 모습. 국내산 사과의 가격은 등급에 따라 3개 1만5000원, 4개 2만5000원에 책정돼 있다. ©중기이코노미이처럼 ‘못난이 농산물’이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인이나 중도매인들은 ‘못난이’ 상품에 대해 100%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한 유통업자는 상품성에 비해 판매가가 올려치기 된 경우가 있어 ‘바가지’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고도 했다.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진행하려면 규격이나 품질이 맞아야 한다. 10kg 박스 안에도 크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불량스러운 상품이 있으면 물건을 받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품에 미달하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과일들이 ‘사이드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즉, 산지에서 직송으로 올라와 마트 등에서 바로 판매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귤을 예로 들면, 제주도 자치법에 따라 기준보다 작으면 폐기하게 돼 있다. 박스당 3000원씩 보존해 주며 폐기하라고 한다. 만약 그런 상품이 육지로 올라오게 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하지만, 일부 하주(농사짓는 사람들)들이 아깝다는 생각에 폐기하지 않고 지자체 몰래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자 입장에서는 폐기 상품을 구입하는 거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단가를 책정할 수 있다. 원가 이하로도 가져올 수 있다”고 부연설명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못난이 농산물’은 지금보다 더 가격이 저렴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이 중도매인은 “대형마트에서는 사회적 흐름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간혹 판매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볼 때 못난이치고는 비싸다. 유통 흐름을 아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싸게 가져올 수 있는데, 소비자들이 볼 때는 ‘어? 별 지장 없는데?’ 혹은 ‘되게 싸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전문유통업자들이 볼 때는 비싸다”고 지적했다.이어 “못난이는 시세도 없고, 기준도 없다. 즉, 얼마큼 못생겨야 못난이고, 얼마나 망가져야 못난이인지 기준점이 없다”며, “못난이 농산물을 20~30% 싸게 파는 건 바가지고, 정품보다 50~60% 더 저렴해야 적당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농가소득 보전 및 푸드업사이클링 개념에서 ‘긍정적’‘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가가 정품과 비슷하다는 조건 아래, 폐기 위기에 처한 농산물을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관건은 가격이라 할 수 있다.가락시장의 중도매인 역시 “농산물은 정답이 없다. 보는 시각이 다 다를 수 있다”며, “가격 형성만 제대로 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특히 올해의 경우에는 봄에 꽃눈이 얼어 모든 과일이 제대로 수확하지 못해 가격이 폭등했다. 일례로, 청송지역의 사과는 1/3밖에 수확하지 못했고, 올해 해걸이를 맞은 감의 경우에는 시장에 들어온 수가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그러다 보니 사과(정품 10kg)가 8~9만원, 감(정품 10kg)은 4만원 후반~5만원 초반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예년에 비해 120% 비싼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하나같이 ‘사과 하나도 못 사 먹겠다’고 한탄하는 이유다.소비자도 문제지만, 농가도 걱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못난이 농산물’은 또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충북도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기후 위기 등 여러 환경적인 이슈와 맞물려 못난이 농산물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꾀하고, 지구환경도 구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런 사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푸드업사이클링에 대해 환기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음을 알렸다.이에 충북도는 못난이 고추, 못난이 사과 등 ‘못난이 농산물’을 확대해 시리즈로 계획하고 있다.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올해 시범사업으로 했던 못난이 고추와 못난이 사과와 관련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못난이 사과의 경우에는 우박 맞은 사과가 발생했을 때 농협, 대형유통업체와 함께 이벤트성으로 판매했었고, 충북도에서 진행한 직거래장터인 ‘나들이 장터’에서도 판매했었다. 지난 10월에 열린 막걸리 축제와 못난이 김치 축제에서도 판매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가격도 정상품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했다”고 소개했다.이어 “고추의 경우에는 건고추, 풋고추 이후에 생산돼 버려지거나 헐값에 식품공장에 판매되는 끝물 고추(마지막에 열리는 고추)를 활용했다”며, “고추부각, 고추장아찌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해 농가소득 보전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