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내야 할 법적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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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은행이 내야 할 법적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 민병덕 의원, 5년간 5대 은행이 떠넘긴 부당한 대출이자 8조 넘어

기사입력2023-11-28 12: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회공정사회포럼과 민병덕 의원은 27일 ‘대출금리 공정한가-공정사회포럼 연속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대출을 받은 사람이 부담할 필요가 없는 ‘예금보험료’나 ‘지급준비금’을 은행들이 가산금리라는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공정사회포럼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27일 개최한 ‘대출금리 공정한가-공정사회포럼 연속세미나’에서 민병덕 의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시중 5대 은행들이 자신의 수입에서 부담해야 할 법적비용을 가산금리 항목으로 대출차주에게 고스란이 전가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상사채권 소멸시효 5년에 따라 최근 5년치의 부당한 대출이자를 환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은행들이 최근 5년간 부당하게 대출차주에게 전가한 법적비용은 8조2327억원에 달한다. 은행의 대출금리에 포함된 가산금리에는 법적비용이라는 항목이 들어있다. 법적비용은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교육세 ▲기금출연료 등이다.

◇예금보험료=은행에 예금을 들면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게 되는데, 만약 은행이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을 대신해 지급한다. 이에 필요한 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각 금융회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납부한다.

예금보험료를 대출이자에 포함시켰다고 밝힌 은행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다. 최근 5년 동안 우리은행은 8503억원을 국민은행은 1조3491억원을 예금자와 전혀 무관한 대출차주에게 떠넘겨왔다는 것이다.

◇지급준비금=지급준비금은 각 은행의 전체 예금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함으로써, 예금자가 언제든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법정 지급준비금은 최소 7%로 규정돼 있다.

지급준비금을 대출이자에 포함시킨 것으로 밝힌 은행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 최근 5년간 우리은행은 5552억원, 국민은행은 6270억원을 예금과는 무관한 대출차주에게 떠넘겼다.

민 의원은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은 2곳 은행만 대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타은행의 대출금리가 최종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액수를 다른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교육세=교육세는 교육세법 제3조 제1호 별표에 은행을 납세의무자로 명시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은행이 수입한 이자, 배당금 등에 대해 0.5%의 세율을 곱한 값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민 의원은 교육세법은 1000원의 이자를 수입한 경우 5원의 교육세를 납부하라는 취지인데, 각 은행들은 처음부터 1005원의 이자를 걷어 5원을 교육세로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모두 자신의 수입에서 납부해야 할 교육세를 대출이자에 포함시켜 차주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최근 5년간 은행들이 대출차주에 떠넘긴 교육세는 하나은행 1611억원, 우리은행 1694억원, 신한은행 1748억원, 농협은행 738억원, 국민은행 2395억원이었다.

◇기금출연료=은행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기관에 법정출연금을 납부하는 대신, 보증사고시 보증기관이 대위변제를 한다. 은행은 해당 대출을 받는 차주에게 은행의 출연료율과 동일한 비율을 가산금리에 반영하고 있다. 즉 법정출연금 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은행출연금은 보증기관 대위변제액의 51%에 불과하고 부족한 금액은 당연히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전체 기금의 대위변제액에서 은행출연금을 뺀 차액은 10년간 약 14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기대출자도 가산금리 면제하고, 5년치 부당 대출이자 환급을”

부당한 가산금리 부과에 대해, 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고 이후 은행연합회는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법규준’을 변경, 올해 1월부터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를 가산금리 법적비용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은행들이 올해 신규대출 고객에게만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올해 1월1일 이전에 대출받은 이들은 여전히 부당한 가산금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에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30년간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 의원은 기존대출자에 대한 가산금리를 면제하고, 최근 5년간의 부당한 대출이자를 환급해야 한다고 했다. 부당한 가산금리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은행연합회가 모범규준을 개정해 향후 예보료와 지급준비금을 은행 가산금리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개선한 만큼, 대출자들에게 부당징수분을 소급해 환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5년인 만큼, 최소 5년 치는 환급해야 한다는 것이 민 의원의 설명이다.

민 의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 때 법정최고금리 인하조치가 두 번 있었다”며, “대부입법과 이자제한법에는 소급 적용 규정이 없어 기대출 고객에게는 최고금리 인하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당시 정부는 모든 금융업권과 협의를 해서 기존 대출계약도 자율적으로 인하하도록 했고, 2018년에 100만명, 2021년에는 300만명이 넘는 대출 고객이 혜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결국 정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금융권과 어떻게 논의를 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국민들의 금리 문제가 결정된다며, 금융위원장이 기존 대출자에게도 부당한 가산금리를 제외하는 것에 대해 은행들과 협의를 해 본 적이 아직은 없는 만큼 공론화 장을 마련해 기대출자의 가산금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