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 제도 보완해 공공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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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버스 준공영제 제도 보완해 공공성 강화해야 “사모펀드, 버스회사 인수해 차고지 매각하고 배당잔치”…시민 피해

기사입력2023-12-15 12: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최종윤·박상혁·허종식·이동주 의원 등은 11일 ‘사모펀드의 준공영제 버스산업 진입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사모펀드가 버스산업 준공영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버스회사의 적자보전을 위해 쓰여야 할 나랏돈이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수익창출원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최종윤·박상혁·허종식·이동주 의원 등이 최근 개최한 ‘사모펀드의 준공영제 버스산업 진입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준공영제라는 버스 재정 보조방식이 오히려 사모펀드들의 핵심 유인구조가 됐다.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실제 운영방식은 공공성 확보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공공목적으로 준공영제 도입했지만=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운수(버스)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노선입찰제, 수입금 공동관리제 및 재정지원을 통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다.

서울특별시가 2004년 7월 최초로 시행 후 올해로 19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노선의 소유는 민간 운수업체가 가져가되, 지자체는 노선조정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올해 기준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인천, 제주, 경기 파주, 충북 청주, 경남 창원, 강원 춘천 등 10개 지역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2020년 광역버스에 한해 노선을 공공이 소유하고 민간업체에 기본 5년, 최대 9년간 입찰경쟁을 통해 위탁하는 공공버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를 통해 경기도 관외로 운행하는 광역버스를 담당하고, 도내 간 공공버스는 경기교통공사가 입찰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광역형 공공버스에 이어 일반버스에도 공공관리형을 기반으로 삼은 준공영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지원금이 운수업체에 지급되고 있지만, 재정지원금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한 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내버스에 지원된 재정은 2013년 2343억원에서 2022년 8114억원까지 증가했다.

김 정책위원에 따르면, 일부 경기도 업체 중 준공영제 시행만을 노려 파행 운행하거나, 임금체불 등으로 운행을 중단해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파주시 신성교통은 지자체에서 채무탕감 및 기타 비용 등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소 내 충전소 가스비용까지 연체해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노선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시내버스 회사를 사들이는 사모펀드=이러한 버스 준공영제의 허점을 노리고, 사모펀드가 시내버스 회사를 사들여 차고지 부지를 매각하고 과다한 배당금을 챙겨가는 등 버스회사를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정책위원에 따르면, 버스업에 진출한 사모펀드는 크게 차파트너스와 MC파트너스 등이 있다. 차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버스회사만 인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했다. 차파트너스가 인수한 버스회사는 서울 7개, 인천 10개, 대전 2개, 제주 1개 등 20개 회사이며 2000대의 버스가 포함돼 있다. 특히 차파트너스는 강화교통, 미추홀교통, 제물포교통을 인수할 당시 준공영제가 적용되는 시내버스만 인수하고, 준공영제가 아닌 광역버스는 인수대상에서 제외해 준공영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MC파트너스는 수원 3개, 화성 3개, 부천 1개 등 경기지역 7개 회사를 인수했으며, 1400대의 버스가 소속돼 있다. MC파트너스는 수원 버스운송의 78%(719대), 화성 46%(257대)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지역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올랐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차고지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MC파트너스는 수원여객 차고지를 팔아서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차파트너스와 그리니치PE도 투자제안서에 엑시트 과정에서 차고지 매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2021~2022년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역들을 대상으로 감사원에서 진행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일부 운수업체가 2015년부터 연간 600억~700억 상당의 배당을 했으며, 미처분이익잉여금이 4700여억원에 달했다.

또한 사모펀드는 수익실현을 위해 운영비용을 절감하는데, 경기도에서는 사모펀드가 버스 운행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수익 노선을 폐선하고 감차 등을 단행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올해 11월 수원시 및 화성시에서 서울로 오가는 광역버스 170여대를 담당하는 수원시 경진여객운수의 전 노선이 파업으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파업의 원인은 난폭운전을 유발시키는 무리한 배차시간 문제와 노조의 운행회수 감회 요청에 대한 사측의 거부 등이었다. 민영제가 아닌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적용받는 공공버스에서 파업이 현실화 된 사례였다.

김 정책위원은 경진여객 파업 사례를 계기로 노선입찰형 준공영제인 공공버스로 운행하더라도 애초 입찰시 기존업체가 담당하는 건 동일해 독점업체의 주도권만 더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 운수업체가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운수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보다는 배당을 받기 위한 이익추구, 즉 고배당 및 비용절감에 집중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브레이크 필요하다=김 정책위원은 모두의 공공교통을 위해 사모펀드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모펀드가 민간 버스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규정 중 서울시의 경우 ‘준공영제 시내버스 시장에 진출이 가능한 자산운용사는 설립 후 2년 이상 운영 경력을 보유한 국내 자산운용사여야 하며, 운용 중인 펀드 총액이 1000억원,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3명 이상의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운수업체의 양도·양수 과정에서 필요한 사전신고제는 아직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정책위원의 지적이다. 특히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심사과정 역시 보다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 관련 매뉴얼 등을 추가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원은 사모펀드라는 금융자본이 버스 운영에 뛰어들면서부터 준공영제는 버스 체계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지금이라도 공적영역에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처럼 흑자·적자 노선 구분없이 지원하는 방식을 벗어나, 적자 노선이지만 시민에게 필요한 노선이라면 공영제로, 흑자 노선에 대해서는 민영제 체제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버스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 완전공영제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갈 고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