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돈을 맡긴 금고은행 이자가 0%라면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지방정부 돈을 맡긴 금고은행 이자가 0%라면 지자체, 합리적인 이자수익 방안 찾아야…금고 운영개선 필요성 제기

기사입력2023-12-2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정경제를 꾸려가며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는 은행 예적금 금리다. 즉 내 재산을 성실하게 운용해 합리적인 이자를 주는 은행 예적금 상품에 돈을 맡기게 된다. 한 가정의 살림도 그럴진데, 내가 사는 지역의 자산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고 합리적인 이율을 받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지자체 금고은행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지방세, 정부 교부금, 각종 기금 등을 예치하고 세금 등의 출납 업무를 맡아하는 은행이다. 지자체 금고은행은 공개입찰을 통해 지자체와 3~4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944개 금고 가운데 농협은행이 556개로 58.9%를 차지한다. 신한은행이 63개(6.67%), 우리은행이 58개(6.14%), 대구은행이 56개(5.93%)로 뒤를 잇는다. 지방금고를 단일은행으로 지정한 지자체는 132곳(5.3%), 복수은행으로 지정한 지자체는 111곳(45.7%)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민이 낸 세금을 맡겨두는 것임에도 행정안전부와 지방정부는 시중은행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지자체 금고의 약정금리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지자체 금고의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그 내용을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래서 최근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논하는 국회 토론회에서 이동한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자체 금고 운영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지방정부의 세입 결산액은 502조원에 이른다. 이 돈은 각 자치단체가 금고로 지정한 시중은행에 예치하고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평균잔액 90조8000억원을 지자체 금고은행에 맡길 경우 추정한 이자수익은 6143억원이었다. 이자율이 1%를 한참 밑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방재정통합공시시스템 자료를 통해 17개 시도의 금고은행 약정이자율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높은 추정 약정이자율은 세종특별자치시로 3년 평균 0.3%였다. 가장 낮은 곳은 충청남도로 0.05%를 기록했다. 은행 이자율이 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매년 500조원이 넘는 지방정부의 세입 결산액을 관리하는 금고은행은 대규모 자금을 낮은 조달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고 신용도가 높은 공무원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도 수월하다. 이 때문에 최근 시중은행들은 지자체 금고은행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은행이 지자체의 자금에 0%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보장하는 정도라면, 지자체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보다 합리적인 이자수익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지방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안일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용혜인 의원은 “포털 사이트에 시중은행 담보대출 이자율이 상세히 공개되는 마당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의 이자율을 비공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약정이자율이 지자체와 은행 사이 비공개 정보로 남게 되면, 금고은행 지정 결정권을 행사하는 고위공무원들과 은행 사이에 비리가 발생할 소지도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이 낸 세금을 맡아 운용하는 은행이 이자율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한다. 지방정부는 은행의 방패막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은행 이자율 공개경쟁을 통해 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은행에 위탁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은행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많은 요즘, 이처럼 국민의 세금 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공공은행과 같은 대안은행은 자연스럽게 시중은행을 대체하게 될지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