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법 사각지대에 놓인 ‘400㎡ 미만 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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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소방법 사각지대에 놓인 ‘400㎡ 미만 사업장’ 면적 단위당 법기준 달라져…전문가, 법규정 미흡해 ‘안전의식’ 중요

기사입력2023-12-21 11: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4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원인 미상의 불이 나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부분 소실되고, 근무 중이던 8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기이코노미

지난 2022년 11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자동차공업사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불이 났다. 이 불은 인근의 차량으로 번져 총 3대가 불에 탔다. 그로부터 5개월 후, 같은 지역의 자동차공업사에서 원인미상의 불이 나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부분 소실되고, 근무 중이던 8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불은 주변 공장까지 확산돼 소방 및 경찰장비 34대, 소방인력 62명이 동원됐다.

이 지역의 자동차공업사는 단골 화재지역이다. 비슷한 화재만 2019년 6월, 2018년 11월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 원인도 비슷비슷하다. 전기적 요인 혹은 원인미상이 대부분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소방법은, 기본적으로 면적기준에 따라 법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소방시설에 대한 규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사는 대부분 600㎡~1000㎡ 사이의 규모로 법령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소방은 ‘법’으로 시작해서 ‘법’으로 끝난다”

자동차공업사는 특정소방대상물의 종류로 ‘항공기 및 자동차 관련 시설’에 포함된다. 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시설은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설치 및 관리되는데, 문제는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만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예방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자동차공업사의 경우, 용도와 크기에 따라 소방시설법이 적용된다. 연면적 3000㎡ 이상이면 소화기를 비롯해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경보설비 등을 설치해야 하고, 1000㎡ 이상이면 경보설비로 자동화 탐지시설이 들어간다”며, “단, 1000㎡ 이하일 경우 경보설비는 수동으로 눌러서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 정도가 들어가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불이 났던 공업사는 약 600㎡ 규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법은 소규모 사업장의 소방기준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예방과 관계자는 “법에는 영세사업장이라고 규정돼 있지 않고, 면적단위로 규정돼 있다. 그 기준은 400㎡다. 이 면적은 평수로 따졌을 때 100여 평”이라며, “기본적으로 소화기, 비상벨, 피난 유도등을 설치하게 돼 있다. 소화기는 25m~30m마다 설치하게 돼 있고, 구획된 실이 있을 경우 실마다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화재 예방보다는 화재가 발생한 후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시설만 설치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자동차공업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소규모 사업장이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상지대학교 소방안전학과 전용한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소방은 법으로 시작해서 법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에 나와 있는 특정소방대상물은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현실적으로 소규모 시설의 경우 소방서에서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 소방서에서 동네에 있는 창고에까지 옥내소화시설, 스프링시설 등이 비치돼 있는지 하나하나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고로 특정소방대상물이란, ▲5층 이상의 아파트·기숙사 등 공동주택 ▲복합건축물 ▲슈퍼마켓·휴게음식점·이용원 등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운수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 ▲운동시설 ▲창고시설 ▲위험물 저장 및 처리 시설 ▲항공기 및 자동차 관련 시설 등을 말한다.

즉, 일정 규모 밑에 있는 사업장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소방시설뿐만 아니라 소방안전관리자 배치 문제 역시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하지 않으면 의무사항이 아니다.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도 없다.

전용한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일반 가정에도 소화기를 비롯해 배터리만 넣으면 화재 감지 시 알려주는 단독형 화재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법적인 제재가 없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법은 면적단위로 규정돼 있는데, 400㎡ 미만의 영세사업장에는 화재 예방보다는 화재가 발생한 후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시설만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400㎡ 미만 사업장 화재원인이 ‘부주의’인 이유

영세사업장에서 화재가 나는 이유를 살펴보면, ‘전기적인 요인’ 혹은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법령에서 제외된 영세사업장이기 때문에 화재 이유가 부주의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상지대 전용한 교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화재가 나면 방화가 아닌 이상 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누군가 고의로 소방시설을 고장 냈거나 방화가 아닌 이상 처벌 규정이 없다. 대부분 개인의 부주의로 처리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당국에서도 화재 예방보다는 화재가 난 후의 진압 및 조치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그마저도 대규모의 사업장에서 난 화재에 비해 화재 분석이나 통계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지난 4월에 부천의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난 화재는 ‘원인미상’이었다. 반복적으로 같은 동네의 공업사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부천소방서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화재가 난 이유는 (내가) 조사를 안 해서 잘 모른다”며, “겨울철에 소규모 사업장에서 불이 나는 이유는 난로가 쓰러지거나 전기난로 등 난방용품의 열선에 의한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적은 예산으로 장비 갖춰 화재 예방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화재가 나는 이유는 전기적인 요인, 부주의 외에도 계절적인 특성에 의한 사고도 일어난다. 특히 건설 현장의 경우, 용접·용단작업 중 주변 가연물에 불꽃이 튀어 화재·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난 화재라고 해서 그 규모가 소규모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18~2022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연면적 400㎡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1305건으로 전체 발생 화재의 27.7%를 차지한다. 인명피해 역시 사망 8명을 포함해 91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전체 화재 피해의 24.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사업장에 소방설비를 강제할 수는 없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영세한 사업장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수조부터 펌프까지 다 들어가야 하므로 대형 공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소화설비라 하더라도 작동이 잘 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약재가 충분히 차 있도록 유지관리를 하는 등 관계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다.

전용한 교수 역시 “법 개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법 개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소방인력으로 전체를 관리하기는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국민의식 제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건물주들이 그렇지 않나. 법령에서 제외돼 소방용품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안전과 관련됐다 하더라도 돈을 더 주고 설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며, “이는 개인에도 적용된다. 소화기를 사비를 들여 구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즉, 문제는 예산이다. 이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올 초부터 ‘소방안전 혁신사업장’을 선정해,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안전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면적 400㎡ 미만의 영세사업장을 선정해 소방시설 강화, 피난안전 확보 등 안전관리 개선을 한 뒤, 개선 전과 후(Before & After)의 모습을 비교해 다른 영세사업장에 소방안전관리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사업이다.

혁신사업장의 선정 기준은 400㎡ 미만의 사업장 중 외국인이나 화재 취약 대상자가 있는 곳으로 우선 선정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는 광주시에 있는 제습기 납품업체를 비롯해 안산시의 사업장을 선정했고, 소방서마다 개별적으로 선정해 현재 일산, 양평 등 스무군데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하는 것이 대형소화기, 화재경보기, 비상조명등, 피난유도 픽토그램, 유도등, 비상용 호루라기 등 8종”이라며, “특히 선으로 연결해서 벨이 울리는 설비인 비상경보장치는 이미 지어진 건물에 설치하기 힘들기 때문에 간이경보장치를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또, 과전류 차단기를 설치해 한곳에 모아 놓은 분전반 쪽에 설치할 수 있는 소화장치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모든 시설을 설치하는데 들어간 예산은 30~40만원에 불과했다”며, “한번 회식할 예산으로 화재 예방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