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완화…부동산 정책의 ‘후과’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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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재건축 완화…부동산 정책의 ‘후과’ 걱정된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실질소득 늘여 ‘내집 마련 접근성’ 높여야

기사입력2024-01-12 11:2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안전진단까지 면제하면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부동산 정책이 집없는 사람들의 수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하나 옥탑 단칸방에 살던 사람들이 3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 입주자가 될 수 있을까?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월세를 살고 전세를 전전하는 사람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런데도 날마다 희망고문이다. 마치 고급아파트를 지어서 거저 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런 게 포퓰리즘이다.

지난 10일 주택 문제를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공급과 수요의 확대다. 안전진단을 생략한 채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다주택자 중과세까지 철폐해 임차인에게 피해가 가는 조세 전가를 막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고, 다주택자의 세금을 줄여서 임차인에게 혜택을 돌아가게 하겠다는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 수없이 반복해 오던 것들이다. 하물며 건설업자, 임대업자만 배불렸을 뿐 단 한 번도 변변한 성과로 귀결된 적 없는 정책이기도 하다.

2023년 전세사기로 헤아릴 수 없는 피해자가 양산됐다.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겨나고 길거리에 나앉는 세입자만도 부지기수다. 사기업자를 대신해 보증보험을 통해 변제한 국고 손실도 엄청나다. 이건 임차인의 잘못이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 부동산 침체를 극복하고자 세금을 줄여주며 다주택자를 양산해 냈던 후과라 할 수 있다. 이때도 수십, 수백 채를 사들여 전세를 놓는 걸 세입자를 위한 좋은 일이라고 선전했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세금은 줄여주는 정책이 집없는 사람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또 똑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부동산 침체기다. 가장 큰 원인은 세계적인 고금리의 여파다. 집값은 떨어지고 건설사들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부자들에게 온갖 혜택을 남발하면서 집사기를 권하고, 기존의 절차와 규제를 대통령 말한마디로 유명무실하게 만들면서 재개발·재건축에 박차를 가한다고 해서 부동산 위기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늘여 주거의 안정과 내집 마련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집을 구할 돈이 없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청년 세대에게, 은행 문턱을 낮추고 재건축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보다 먼저해야 할 건 노동을 해서 전세라도 얻고 몇 년 더 모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다. 10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청년들의 희망과는 정반대의 문을 열었다. 집값이 더 오를 수 있고 부자들은 불로소득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이 정책이 집없는 서민들을 위한 것인냥 말한다. 오죽하면 윤석열 정부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보수 언론조차 세계에 없는 국가적 낭비라고 볼멘소리를 할까.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도를 넘고 있다. 김포 서울 편입 행정구역 개편안으로 성이 안차는지, 이제는 나라 전체 집가진 사람들에게 재건축의 광풍을 불어넣고 있다. 즉흥적인 부동산 대책의 후과가 걱정스럽다. 이런 정책들이 과거 뉴타운 광풍처럼 총선에서 표로 바뀌는 기적을 바라겠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1·10 부동산 대책은 너무 무모하고 위험성이 크다. 총선을 위해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난개발의 빗장을 열려는, 미숙하고 설익은 정책을 언제까지 쏟아 낼 것인지, 또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