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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개 식용금지법’만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 기사입력2024-01-15 15:05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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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개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사실상 ‘보신탕’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게 느껴진지 꽤 됐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개고기=보양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지만,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보양 관련 먹을거리도 풍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보신탕을 선호하는 인구도 줄어들었다.하지만,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생명이 아닌 돈으로 치부되며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고, 평생을 업으로 삼아온 식당을 문 닫아야 하는 막막한 현실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도 있기 때문이다.특별법에 따르면, 보신탕집이라고 일컫는 식품접객판매업소, 농장주, 개식용 도축 및 유통상인 등은 법 공포 후 3개월 안에 시설 명칭, 보유한 개의 수를 포함한 규모, 영업 사실 등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고, 6개월 내에 언제, 어떻게 전업 및 폐업을 할 건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고 도살, 판매하면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최대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공포 후 6개월 안에 폐업 및 전업 지원,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의 보호 및 관리 사항 등을 담은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먼저,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시급하다. 대다수의 보신탕집 운영자들은 몇 십년간 한 식당을 꾸려온 경우가 대다수라 특별법이 시행되면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메뉴 변경, 영업개선 지원, 업종전환 지원 등 각종 컨설팅 및 금융지원을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조례’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행사항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별법의 중심에 있는 개의 생존권과 보신탕집을 생업으로 삼았던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간과해선 안 된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중기이코노미서울시 식품정책과 외식업위생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법 개정내용을 보면 농림부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며, “우선 정부에서 큰 방향이 나와야 한다. 아직까지는 기본법만 개정된 거니 추후 정부 정책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 세부적으로 나와 있는 사항은 없다”며, “지금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우리가 살펴야 할 부분은 끔찍한 환경에서 살다, 팔려 나가는 동물의 생존권이다.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에 대한 보호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개들의 희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개 식용 산업계에서는 개들을 더욱 많이 사육하고 도살해 판매하려 한다”며, “상인들은 버려지는 잉여 동물을 언제든지 수집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사실 개 농장 폐업 추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카라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의 개 농장은 3000여개, 희생되는 개는 연간 100만마리로 추산됐다. 하지만 2020년, 2021년도 필드 조사에서는 폐업하는 농장 수가 급증해 추정되는 개 농장 수는 약 1000곳, 개 농장에 있는 개의 수는 50만마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풍부한 업자들은 6000마리 규모의 개 농장을 새로 짓는 등 신규 개 농장이 생겨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업계 내 빈익빈 부익부가 크다는 방증이다.김 실장은 “전반적으로 개 농장 폐업 추세가 보인다고 해서 개 식용산업이 자연 소멸되는 건 아니었다”며, “당국의 눈을 피해 식용 개 경매장이 횡행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업자들에게는 개 한 마리 한 마리가 다 돈”이라며,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에 육견협회에서 불법으로 집회에 동원해 버렸던 개들을 소유권을 내세우며 되찾아가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카라 김현지 정책실장은 개의 희생이 최소화되도록 정부의 방안이 필요하고, 더불어 식품접객업소 등 산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보상보다는 폐업이나 전업으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정부에서 보상을 명시할 경우 업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고, 보상의 기준도 마릿수가 되면 추가학대가 유발될 수 있다”며, “앞으로 자영업자가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더불어 개 농장 조기폐업으로 반납되는 개들이 있을 시 보호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보호단체의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 마리를 구조할 때마다 지원금이 15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은 10일이 지나면 다 안락사를 한다”며, “만약 개 농장에서 오는 개들이 있다면 보호해주면 좋겠지만, 재정상 맡아줄 여력이 안 된다. 나라에서 법을 변경했으니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카라 김현지 정책실장 역시 “동물은 구조가 시작일 뿐, 치료가 필요한 개들도 있다. 또한, 사회화 교육을 거쳐 입양 준비를 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대형견의 경우에는 국내 입양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 개들을 보호할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 및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