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韓-GCC, 관세인하 품목 확대·서비스 시장 개방
중동 경제협력기구 ‘걸프협력회의’와의 자유무역협정 활용방안은
- 기사입력2024-01-18 12:00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다른기사보기
-
지난해 10월14일 우리나라는 중동국가 중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후 12월28일 우리나라는 중동 경제협력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와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함으로써 중동의 주요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다.
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GCC 개요, FTA 체결 현황=걸프협력회의(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6개국으로 구성된 관세동맹 형태의 경제협력체다. 1981년 11월11일 리야드에서 창설돼, 각 국가간 경제·안보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GCC는 최고이사회, 최고이사회자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각료이사회 및 사무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구 자체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GCC의 교역 및 투자현황을 보면, 2022년 교역액은 1026억불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으나, 對GCC 무역수지는 약 820억불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이유가 가장 크다.
2003년 이후 GCC는 관세통합, 투자 관련 법령통합 등의 협약을 통해 GCC 관세동맹이 결성돼, 회원국간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과 투자 제약이 없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GCC FTA 협상은 2008년에 제1차 공식협상이 개최됐으나, 2010년 GCC측이 FTA 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EU, 일본, 중국, 호주 등과 협상 중이던 모든 FTA 협상을 중단하면서 한-GCC FTA 협상도 10년 이상 중단됐다가 2022년 협상이 재개됐다. GCC는 이후 싱가포르, EFTA와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했고, 한국과는 2023년 FTA 협상을 타결했다. 그 외 인도, 호주, 영국, 그리고 일본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2022년 한-GCC 품목별 교역 현황
<단위=백만불, 자료=산업통상자원부>◇한-GCC FTA 주요 내용은=한-GCC FTA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시장개방 분야에 있어 상품시장의 경우, 우리나라는 89.9%에 달하는 품목에 관해 특혜관세를 적용,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고, GCC는 76.4%의 품목에 관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부품, 기계류, 화학제품 및 무기류 등 상당수 제품과 농·축·수산물(쇠고기, 인삼류, 조제 식품, 조미김, 참치, 어묵, 굴) 등에 대한 현지 수입관세가 인하 또는 철폐돼 수출경쟁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GCC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가스·석유제품·알루미늄 등 주력 생산품(원유 제외), 농축수산물(대추야자, 홍차, 빵, 식물성 기름, 어류 기름 등) 등에 대한 관세 철폐, 나프타 관세 50% 감면 등을 통해 수입관세 인하 효과가 발생해 상호무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서비스 분야의 경우, 우리측 관심분야인 영화배급 및 의료서비스(병원 현지 개원, 중동 환자 유치 등) 등에서 WTO 서비스 협정 수준의 개방을 하기로 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활동에 있어 주요 애로사항으로 제기돼 왔던 사업목적의 입국 및 체류 조건을 완화함으로써 GCC에서 우리 기업활동이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변경될 예정이다.
셋째, 정부조달 분야에서 WTO 정부조달협정(GPA) 비가입국인 UAE, 바레인과 GPA 수준의 비차별 및 투명성을 원칙 적용하고 상호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고, 조달시장의 양허 하한선을 낮춰 국내기업의 GCC측 조달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중소기업의 활용 방안=한-GCC FTA 협정은 총 18개 챕터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우리 기업이 수출 시 참고할 만한 내용을 보면, 첫째 관세인하 효과다. GCC국가는 역외국가에 대한 일반상품에 대외공동관세를 5%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CC와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자동차·부품, 기계류(밸브·증기터빈 등), 화학제품(합성수지·정밀화학 등)에서 상당수 품목이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고, 또 대부분 무기류의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이 생겨 상품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한 유연한 원산지 기준에 합의했다. 이번 협정에서 우리가 수출 비교우위에 있는 공산품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원산지 기준을 역외산 재료의 활용이 가능할 수 있게 완화된 기준(재료누적기준, 미소기준 등)으로 합의했다. 역내부가가치비율도 40%이상으로 규정해, 해외에서 조달한 원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원산지 기준을 반영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GCC 6개국 간 공급망 안정화가 기대된다.
셋째, 이번 FTA 협상타결로 인한 관세인하 품목의 확대다. 수출유망품목으로는 화장품, 의약품 및 의료기기, 농축수산물의 가공식품을 예로 들 수 있다. 다만, GCC국가는 이슬람 종교 특성상 담배류, 산동물, 돼지고기, 마약류 및 환경오염유발물품(석면제품, 폐타이어 등)은 관세인하 품목에서 제외되거나 특별 관심품목으로 지정돼 세관 등의 모니터링을 받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서비스 시장 개방과 관련해 GCC 주요국의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및 치의료 서비스 등이 개방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K-콘텐츠 및 한류 확산이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한편, GCC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의 국경간 이전을 허용하고 전자상거래를 촉진하는 규범을 포함한 디지털 통상규범 합의로 디지털을 활용한 우리 제품과 기업의 GCC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섯째, 기업의 애로사항인 GCC 지역의 출입국 규제 수준을 WTO GATS보다 더욱 개방하기로 개선했다. 예컨대, 법인 설립을 위해 입국하거나 현지법인에 파견되는 임원 등의 체류기간을 명시적으로 보장해 중동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레인은 우리 기업이 판매한 기계의 설치·보수를 위한 기술자의 입국 및 체류를 보장해 중장비 기계 및 산업설비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GCC 회원국으로부터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알루미늄 등 에너지·자원 관련 품목을 주로 수입하고, 자동차·부품, 기계류를 포함한 제조물품과 무기류를 수출한다. GCC 6개국은 한국을 경제발전 모델로 삼아 자국의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 비석유 분야 산업기반을 구축하는데 적극적인데, 대규모 인프라가 건설될 예정이다.
향후 의료기기·화장품, 농축수산물을 포함해 GCC로의 수출품목이 다변화되는데 한-GCC FTA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GCC FTA는 별도의 경제협력 챕터를 작성해 12개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경제협력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자원, 바이오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산업, 시청각서비스 등 6개 협력분야는 개별 부속서를 채택해 세부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조선대학교 김진규 교수, 관세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