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성장 속 소비부진, 새해 회복 더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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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1%대 저성장 속 소비부진, 새해 회복 더딜 우려 어려운 살림살이 고통 언제까지 이어지나

기사입력2024-01-26 15:10

지난해 한국 경제가 1%대의 저성장 늪에 빠졌다. 2022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인데, 특히 민간소비의 위축이 크게 우려된다. 더욱 문제는, 이같은 소비부진이 단시일 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총생산(GDP)은 1.4% 성장하는데 그쳤다. 역대로 이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해에는 오일 쇼크,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거대한 충격이 있었다. 심지어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급감한 2019년(2.2%)에도 지난해보다는 성장률이 더 높았다.

항목별로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양호했지만, 수출과 소비 등 여러 부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의 경우 2.8% 증가했는데, 2021년 11.1%의 깜짝 성장을 한 뒤 2022년(3.4%)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소비의 경우 특히 부진의 폭이 컸다. 민간소비는 1.8% 증가에 그쳤는데, 최근 6년간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4.8%)을 제외하고 소비가 1%대에 머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1년(3.6%)과 2022년(4.1%) 2년 연속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가 크게 꺾인 것이다.

부진에 빠진 민간소비를 뒷받침해온 정부소비 역시 지난해에는 1.3% 증가에 머물렀다. 정부소비 증가율은 2018년부터 2021년 사이는 매년 5~6%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2년에는 4.0%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는 1%대로 증가폭이 줄었다. 통상 민간소비가 부진한 해에는 정부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지난해에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모두 1%대로 위축됐다.

소비가 부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소비부진이 지속되면 일차적으로 소상공인이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 한해동안 가계와 소상공인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저성장과 소비부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터다.

게다가 이같은 소비부진이 새해 들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자료는 “앞으로 민간소비는 가계의 실질소득 개선이 소비여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으나 “채무부담 누증, 급속한 고령화 및 팬데믹 이후 소비패턴 변화 등에 따른 소비성향 제약 가능성을 감안할 때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했다.

가계 실질소득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후 기업실적 악화와 고물가 영향으로 빠르게 약화되어 가계소비의 주된 제약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향후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물가 오름세도 둔화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자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금리의 상승기조가 본격화된 2022년경부터 대출이 많은 중·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소득대비 이자부담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소비여력(실질가처분소득)의 개선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성향 역시 “팬데믹 충격으로 급락한 후 반등하고 있으나 그속도는 더딘 상황이며, 향후 향방과 관련해서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 또는 구조적 요인(고령화·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인해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지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종합하면, 올해에도 민간소비가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가계의 어려워진 살림살이 회복이 늦어지고, 소상공인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취약계층을 뒷받침해줄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이 엄중한 경제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살림살이 고통 단축에 힘을 쏟아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