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식의 재벌 편법 지배권 승계 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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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새로운 방식의 재벌 편법 지배권 승계 규제를”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지배권 승계수단으로 활용될 우려

기사입력2024-02-1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는 ‘21대 국회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 입법 평가’ 토론회를 최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21대 국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입법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은 후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새로운 방식의 총수일가 지배권 유지 및 승계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법제도를 벗어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은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가 최근 개최한 ‘21대 국회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 입법 평가’ 토론회에서, “22대 국회에서는 이전의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총수일가 지배권 유지 및 승계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재벌개혁 의지 자체가 없다=이 부소장은, 21대 국회 상반기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정경제3법 즉,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재벌개혁 입법의 첫 성과였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국회 처리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문제점이 노출됐고 법안의 핵심 내용이 당초 정부가 제안했던 것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정부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은 재계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그보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내 재벌총수 편향 의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도 했다.

이 부소장은 재벌개혁 관련해서 21대 국회 후반부 즉 윤석열 정부하에서의 입법은 평가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우선 정부가 재벌개혁 의지 자체가 없고, 현정권이 지배구조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포스코, 케이티엔지, 케이티 등 총수없는 대규모기업집단인데, 이또한 구조적·제도적 접근이 아닌 대표이사 연임 문제만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 주인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전형적으로 재벌이 ‘우리는 주인이 있어서 훌륭하다’며 자기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방어할 때 쓰는 논리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개정된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은 당초 대법원이 사익편취 사건에서 특수관계인의 ‘관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한 법리를 수용하는 것이 핵심 개정사유였으나, 향후 기업의 여러 사정을 감안해 공정위가 고발을 재량적으로 판단하고 면해줄 수 있는 여지를 넓힌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상속세 폐지 시도 또한 총수일가 사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새 방식의 편법 지배권 승계=이 부소장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중심의 입법과제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는 상태이며, 현재까지 나온 개혁과제 외에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의제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소장이 꼽은 입법과제는 ▲자사주의 마법 금지(박용진 의원, 상법) ▲임시주총에서의 주주제안권 보장(이용우 의원, 상법)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이용우 의원, 상법) ▲양도제한조건부주식 규제(이용우 의원, 상법) ▲부당한 이익제공 입증책임(전해철 의원, 공정거래법)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의 임원선임과 보수결정, 계열사 합병·분할 시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박용진 의원, 공정거래법)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차단(박용진 의원, 공정거래법) ▲전속고발권제 폐지(배진교 의원, 공정거래법) ▲자사주 교환 및 회사간 의결권 행사 약정 금지(이용우 의원, 공정거래법) 등이다.

이 부소장은 현재까지 지주회사 규제는 공정거래법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상법 등을 통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상법에 도입돼 있는 다중대표소송의 지분요건을 낮추고 대상을 확대해 다중대표소송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법률상 소수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각종 소수주주권을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제도와 함께 자본시장에서의 행동주의 펀드 등으로 대표되는 주주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 재벌 특히 상위재벌들은 예전같이 일감몰아주기, 계열사 간 인수·합병 등 고전적인 방식을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고 승계하기가 쉽지 않아, 새로운 방식의 편법 지배권 승계방식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두산 등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둘러싼 논란에서처럼, 주식연관보상 중 하나로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보상방식이자,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계속 붙잡아 놓는 보상방식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한국에서 지배권을 승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재벌들의 계열사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증가하고 있고 총수일가의 지분율도 높은데, 이 부소장은 이는 신사업·미래먹거리 개척이라는 명분과 재벌 3~4세의 경영수업이라는 명분으로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런 회사들은 의외로 규제의 사각지대라며, 재벌들의 새로운 편법 지배권 승계를 예방하기 위해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