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품 가격↓”라는 정부…물가급등 눈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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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성수품 가격↓”라는 정부…물가급등 눈가려 체감은 물론 통계조사와도 따로 노는 물가인식 우려

기사입력2024-02-0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

최근 농식품부가 한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성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물가가 크게 올라 설 차례상 차림도 힘들다는 보도가 나오자, 실제는 다르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하지만 체감으로 보나 통계로 보나 선뜻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물가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농식품부가 주장의 근거로 든 것은 지난 1월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설 차례상 차림비용이다. aT가 전국의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차림비용이 지난해보다 0.8% 올랐다며, 비슷한 수준 아니냐는 거다.

심지어 “올해(1.19~1.30) 10대 설 성수품의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설 전 3주간 평균가격보다 2.8%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과와 배의 가격이 각각 14.9%, 22.0%로 크게 올랐지만, 축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전체 가격 하향세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관적으로 봐도 이해하기 힘들고 체감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체험은 거시적인 통계와 다를 수 있으니,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본다.

먼저, 소비자단체가 직접 수행한 조사를 보면 농식품부의 주장과 상당히 다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1월 18일과 19일 2일간 서울 25개구의 90개 매장(백화점 12곳, 대형마트 25곳, SSM 18곳, 일반 슈퍼마켓 19곳, 전통시장 16곳)에서 설 제수용품 25개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지난해보다 제수용품 구입비용이 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이 0.8%에 불과하다는 농식품부의 조사와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세부 항목을 봐도 단감 48.0%, 배 36.1%, 사과 30.8% 등 농식품부가 파악한 수준보다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

이것도 조사가 서울에 한정돼 있다보니, 전국 물가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권위있는 통계청의 물가동향을 봐도, 결론은 다르지 않다. 신선식품 가격상승폭은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월 들어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 비해 14.4%가 상승했다.

특히 신선과일이 28.5%로 크게 올랐고, 신선채소는 8.9%, 생선과 각종 해산물 등은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56.8%)와 배(41.2)가 특히 많이 올랐으며, 다른 조사보다도 상승폭이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귤(39.8%), 파(60.8%), 토마토(51.9%), 쌀(11.3%), 딸기(15.5%) 등 각종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축산품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포함해도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높다는 점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설 차림상 비용이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고 여유있는 발표를 하고 있으니, 정부 인식이 시장 상황이나 소비자 체감과 동떨어져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 더 문제는, 인식이 왜곡되다보니 물가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농식품부가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공급확대와 할인 지원 등을 하고 있다는데, 물가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이 수급안정 대책을 체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책이 단지 보여주기식에 그친 것은 아닌지, 그저 설 연휴만 넘기고 보다는 안일한 인식이 만연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행복해야 할 설 연휴 밥상에 오를 이야깃꺼리가 물가폭등과 그에 따른 고통 뿐이지는 않을까, 걱정만 커진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