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집단과 비주류 역사에 관심 보인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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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소수집단과 비주류 역사에 관심 보인 작품세계 “그림 그리는 노동자” 서용선 작가, ‘나를 그린다’

기사입력2024-03-02 12: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자화상 3’, 290×218cm, Acrylic on canvas, 2019. <이미지=토포하우스>

서용선은 쓸쓸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도시풍경과 한국의 근대역사 등 인문학적 주제를 회화로 풀어내온 작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과 도시, 역사라는 커다란 주제를 통해 소외된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작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토포하우스는 서용선 작가의 다양한 작업 중에서 ‘자화상’만을 보여주는 전시를 오는 3월17일까지 개최한다.

스스로를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고 말하는 서용선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자화상은 실패한 그림이라고 고백했다.

“자화상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에요.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안 닮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은 절대 안 나와요. 그래서 화가로서 가장 비극적인 그림 중의 하나가 자화상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앞서 얘기했던 시지프스 신화와 같은 점이 있어요.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그려나가는 거죠. 그래도 먼저 그린 그림과 다음에 그린 그림은 차이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분적으로 조금씩 뭔가가 담겨 나가는 느낌이 있어요.”(이영희,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 중에서)

작가는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했다.

‘자화상’, 41×32cm, Acrylic on canvas, 2023. <이미지=토포하우스>

“자화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갖고 있는 운명의 핵심이 자아이고,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인간 연구를 하는데 자화상은 기본 단위이다.”

작가가 캔버스 앞에서 마주치게 되는 자화상은 세상에 대해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결국 그런 변화는 격렬하게 붓질을 하고 있는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데, 작가는 자화상을 통해서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하는 ‘운명의 핵심인 자아’를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강원도의 폐광촌인 철암 그리기 프로젝트를 비롯해 소외된 소수집단과 비주류 역사에 관심을 보였던 그의 작품세계는 이미 한국 현대회화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에서 전시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95년부터 2024년까지의 자화상 회화작품 27점, C 프린트 8점, 입체 1점이 출품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