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 모두에게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정부와 의사 모두에게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정부와 의사들의 ‘힘겨루기’에 하소연마저 할 곳 없는 국민들

기사입력2024-02-27 14:2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불응할 경우 의사 면허까지 박탈할 수 있다며, 강경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의사들은 전공의 사직서와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제출한데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진료 중단과 사직을 결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와 수습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에게 항복이라도 받아내겠다는 태세다. 정부의 공권력이라는 무기 그리고 의사집단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무기, 강대강의 대치다. 어떤 무기도 가지지 못한 국민은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어디 터놓고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

참담한 현실이다. 정부는 도대체 이 갈등을 풀어낼 해법은 있는가? 오랫동안 고정된 의대 입학정원에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건 대부분 국민들이 공감하는 바다. 그래서 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료인 부족 사태를 해결해야 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를 대통령이 결단하듯 결정하고 밀어 붙이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의사단체와 협의가 있었다고는 하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가 오히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의대 정원 확대의 당위성보다 결정 과정의 일방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 파업·태업이 집단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라지만, 불편함을 넘어 국민 생명권을 인질 삼는 행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응급실 7곳에서 수용 불가 판정을 받던 80대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정상적인 의료체계였다면 살릴 수도 있었던 죽음이다. 명분이나 집단의 이익보다 먼저인 것이 국민의 생명이고, 의료인이라면 환자를 떠나는 일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의사 수가 적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의료의 사각지대인 지방에서의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다. 국민 대다수가 의사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를 편드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불편함과 절박함에서 얻어낸 결론이다. 물론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의 최소조건이다. 의사들도 당장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하지 않나? 의료현장을 떠나고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하는 것, 정부와 힘겨루기라는 욕심만 보일 뿐 국민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최악은 막아야 한다. 의료대란의 피해자는 정부도 의사도 아닌 국민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빈말보다 의료인들과 대화하고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대 정원의 의지를 꺾으라는 주문이 아니다. 대통령이 결정하고, 의견 개진을 요청하는 의사의 입을 틀어막고 들어내는, 불통의 방식을 고치라는 소리다. 의사단체도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와의 싸움에서 힘의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29일 정부가 정한 의사들의 복귀 마지노선을 두고 전국 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왕이면 간호사 단체, 의료 시민단체까지 한 테이블에 앉아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정부와 의사들의 힘겨루기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화가 나도 제대로 화를 못내는 게 국민들 처지다. 조속한 해결을 정부와 의사 모두에게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