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사설
감세라는데 유리지갑 직장인 부담만 더 늘었다
법인세 등 세금 일제히 줄었지만, 오직 근로소득세만 증가
- 기사입력2024-02-28 14:14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지난해 대부분의 세금수입이 일제히 감소했지만, 오직 근로소득세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 예산에 반영된 세금수입 역시 법인세 등은 감소하지만, 근로소득세는 증가하는 것으로 책정됐다. 올해 예산은 정부의 감세기조가 반영된 예산인데,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감세효과를 찾아볼 수 없다. 유리지갑이라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국회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1조원으로 1년 전(395.9조원)보다 51.8조원(13.1%) 감소했다.국세 중에서도 법인세가 80.4조원으로 1년 전(103.6조원) 보다 23.2조원(22.4%)이나 줄어들었다. 이자·배당 소득 등에 대한 원천분을 제외하고, 경영실적을 토대로 신고·납부하는 법인세 신고분만 따로 보면 60.4조원으로 1년 전(87조원)보다 26.6조원(30.6%)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부가세, 종합부동산세 등 여러 세금항목이 대부분 1년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지금까지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세금수입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기업실적 악화와 부동산거래 경색 등을 들어왔다. 크게 요약하면, 경기침체의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다.그런데 유독 직장인들의 월급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는 62.1조원으로 1년 전(60.4조원)보다 1.7조원이 늘어났다. 최근 추이를 보면, 근로소득세는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6년 만인 2022년 60조원을 넘어섰다. 근로장려금 등을 뺀 정부 통계로 59.1조원이고, 실제 징수한 국세청 통계로는 62조원으로 집계됐다.지난해 근로소득세는 6년 전인 2017년(35.1조원)보다는 7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세 증가율(29.7%)보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7년 13.2%에서 2023년 18%를 넘어섰다.근로소득세 부담 증가는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지난해 예산보다 33.1조원(8.3%) 감소한 367.4조원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로 인해 올해 법인세는 77.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7조원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하지만 근로소득세는 또다시 1.5조원(2.4%) 늘어난 62.1조원으로 책정했다. 근로·자녀장려금 3.5조원을 포함하면 올해 실제로 걷힐 근로소득세는 65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국세 중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6.2%에서 올해 21.1%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이를 두고, 고용진 의원은 “지금은 부자감세가 아니라, 고물가로 인해 하루하루 삶이 팍팍해져 가는 근로소득자들의 지갑을 두텁게 할 수 있도록 근로소득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가뜩이나 세금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는 시점에 또다시 감세를 추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의 비중이 줄어드는 동안 유독 근로소득세의 비중만 높아진 점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직장인이 내는 세금의 비중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조치는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근로소득세 개편이 제대로 논의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정부의 책임있는 대응은 있어야 한다. 이같은 논의가 촉발된 배경에 정부의 감세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감세를 표방한 정부에서 법인세 등 모든 세금수입이 줄어들고 있는데, 유독 근로소득세만 늘어나 직장인들이 부담하는 세금의 비중이 계속해서 상승한 현상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과 대응책은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불만이 저절로 사그러들리 만무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