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수출전략 안통한다…대기업 영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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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고환율 수출전략 안통한다…대기업 영업이익↓ 산업연 “수출가격 하락 통한 매출증대 효과 사라져”

기사입력2024-03-12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의 경우 일반기업과 달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1일 내놓은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우, 실질실효환율 하락에 대한 매출효과가 유의미하지 않게 보이는 반면, 수입비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유의미하게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질실효환율이 하락했다는 건 원화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 등은 상승한다.

보고서는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또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규모기업집단의 수출전략이 점차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하면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을 통한 매출 증대와 같은 매출효과가 사라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2023년에 50일 이상 하루 10원 이상 변동 이어져

보고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 예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이 10원 이상인 날이 50일 이상이었던 것으로 집계되는 등 환율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24년 2월 한국 정책금리는 3.5%로 미국 정책금리(5.5%)보다 낮은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산업연구원>

2024년에도 환율 상황은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연준 등이 정책금리 인하를 지연할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 상황 역시 환율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2024년 2월 한국 정책금리는 3.5%로 미국 정책금리(5.5%)보다 낮아 한미 금리가 역전돼 있다. 특히 2%p의 격차는 한미 금리역전 시기 중에서도 역대 최대치다.

보고서는 “올해 유로존과 일본은행 등 주요국의 금리정책도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 변동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급격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이 반복된다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와 경기침체 위기, 이스라엘-하마스전쟁 확산 우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은 환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고환율 정책 대응은 ICT 산업 등에 집중할 필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통상 수출기업에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고서 역시 “원화 가치 절하는 국내 제조업의 기업 성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2006~2021년 한국 제조업 기업의 수출입 의존도(38.5%, 29.9%)를 고려했을 때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0.46%p, 노동생산성은 0.81%p 상승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은 기업의 중간재 수입 비용 상승 등을 통해 영업이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나, 분석 결과 제조업 내 ICT산업군을 제외하면 그러한 비용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는 “수입재의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에 기인한 기업의 수익성 악화효과가 ICT산업군 기업에만 유의미하게 나타난 것이 주 요인”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고환율과 관련된 원자재, 중간재 등의 수입 비용의 상승에 대한 정책적 대응 시 ICT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 “환율이 매출경로를 통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지 않아 더이상 고환율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 등의 전략이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대규모기업집단 역시 비용경로의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원화 가치의 하락은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기업집단이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의 영향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환율의 급격한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