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2금융권 위험전이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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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부동산PF 부실 2금융권 위험전이 우려 확산” 건산연, 대출규모 금융위기 때 2배 추정…“위기는 지금부터”

기사입력2024-04-03 11:3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시작된 ‘부동산PF에 대한 우려’가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과 상황이 유사한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는 지난해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당시 시평 16위 중견 건설사의 부도처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시장에의 연쇄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일단 위기는 넘겼으나, 태영건설 외에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실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PF 대출 규모, ‘저축은행 사태’ 때의 2배 추정도

보고서는 최근의 부동산PF 위기가 “지난 2010년대 초 발생한 건설사들의 대량부도 그리고 PF 대출에 참여했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사태와 비교해 발생원인과 구조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흔히 ‘저축은행 사태’로 불리는데,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의 부실기관 지정을 시작으로 저축은행들이 연속적으로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촉발됐다. 이후 5년간 파산한 부실 저축은행은 30곳에 달했으며, 10만명이 넘는 소비자들과 후순위채권 매입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보고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PF 위기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부동산경기가 급랭하자, 개발사업들에서 현금흐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촉발”됐으며, “부동산경기 침체 지속으로 PF 대출의 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채무인수를 통해 PF 대출 상환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이들의 1차 부실과 그에 따른 금융기관으로의 2차 부실 전이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시보다 최근의 부동산PF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행됐던 부동산PF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이 쉽지 않다면서, 당시 감독당국이 발표한 자료들을 기초로 할 때 100조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위·금감원의 부동산PF 사업장 실태조사와 대응방안 과정에서 파악된 규모를 종합한 것이다.

현재 공식적인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34.3조원이다. 금융위원회가 직접 감독 중인 은행 등 6개 금융업권이 보유하고 있는 PF 직접대출의 총 잔액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 대출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부동산PF의 규모는 200조원이 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업성이 사라진 개발사업에 대한 정리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실제로 인식하게 될 부실의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와 함께, 과거에 비해 PF 구조가 복잡해졌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저축은행 사태 이전에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이 부동산PF를 취급하고, 중·대형 건설사들이 PF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는 구조로 개발사업들이 다수 추진됐다.

하지만 이후 건설사의 연대보증에 대한 공시강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금융회사들의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한 취급 태도가 보수화하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PF시장에서의 기존 역할이 크게 위축됐다. 대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여신전문회사, 새마을금고 등이 상당 부분 대체했고, 특히 증권사의 직간접 참여 확대로 유동화증권을 통한 PF 유입규모도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채권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인 신용경색이 부동산PF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시행사 부실→시공사 부실→PF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경기 호황기에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에 대한 추가적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형태로 부동산개발시장에 참여하면서, 중소건설사들의 개발사업 참여가 확대된 점도 새로운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개발사업의 수가 많아지고 규모도 커졌지만, 건설사 부실이 부동산신탁사 부실과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소 차별화되는 부분이란 것이다.

“위기 현실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최소화해야 한다”

보고서는 사업성이 사라진 개발사업에 대한 정리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실제로 인식하게 될 부실의 규모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중 증권사들이 투자한 브릿지론 단계에 놓여 있는 사업장 중 만기연장 된 건들의 금액 비중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업들의 상당수가 악화된 분양시장 상황과 높아진 개발비용으로 인해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없어 본PF 전환이 곤란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또 코로나 사태와 국제 원자재 가격급등 등으로 인한 수년간의 건설 원가상승의 여파로, 3~4년 전에 착공돼 최근 준공을 앞둔 본PF 단계 사업들의 상당수가 실질적으로 부실상태에 놓여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사업장 정리과정에서 일부 회사에서 대규모 부실이 일시에 인식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놨다. 특히 막대한 세수 결손으로 인해 높아진 국채 발행 압력,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56조원 규모의 공사채와 46.5조원 규모의 화사채 등이 1년 내내 채권시장과 단기사채시장, 기업어음시장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단기간에 급격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봤다.

건설사들의 부도도 우려했다. “사업장 정리과정에서 채무상환 책임을 지고 있는 건설사들의 적지 않은 부도가 불가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PF 자금을 투자한 금융기관 외에도 다수의 수분양자와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입음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미 상당수 사업에서 PF 대출의 정상적 회수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들 사업장에 참여해 있는 사업자들의 피해가 불가피 하다며, 위기 현실화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력 보강,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실 발생 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인식을 분명히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