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시작으로 ‘민생경제’ 위해 목소리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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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총선을 시작으로 ‘민생경제’ 위해 목소리 내자 ‘총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기에, 유권자의 적극적 행동 필요

기사입력2024-04-03 17:28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새로운 변화, 내 앞으로”, “삶의 질 수직상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거대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총선 공약집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삶의 질’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정작 언론 지상에서는 거대양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과 ‘이조심판’을 내세워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도배를 하고 있고, 각종 의혹에 휩싸인 후보들에 대한 기사만 쏟아지고 있다. 과연 이번 총선이 ‘새로운 변화’와 ‘삶의 질’을 불러올 수 있는 총선이 될 수 있을까?

가능한 것만 있고 새로운 것은 없다

지난 주요한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그 전신인 보수정당들의 선거공약은 ‘보수적이지만 최소한의 개혁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자유시장경제와 선별복지’라는 기본적인 방향성 속에 야당들이 제기했던 개혁과제들을 일부 차용하면서, 한계는 있지만 작은 변화를 가져왔던 게 그간 보수정당 정책공약의 특징이었다. 반값등록금 요구를 가져가 국가장학금 제도를 만들고, 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로, 자기 나름대로 변용시켜 나갔다. 물론 실제로 그 제도의 취지에 맞게 도입한 것이 아니다보니 그 효과가 반감되거나 생색내기에 그친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요구가 조금씩이라도 정책에 반영이 되었던 것은 보수정부 시절 이러한 요구를 일부 수용해나갔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총선 공약에는 그러한 최소한의 개혁성도, 내용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해결할 중장기 과제는 물론이고, 당장의 민생문제를 해결할 단기대책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직 규제완화와 세세한 지원대책들 일색인데, 56조 역대급 세수펑크의 상황에서 재원마련 방안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이게 국회의원 선거급에서 나올만한 공약인가 싶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단기성 지원대책 일색이다. 특히 민생 영역에서 가장 심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영업이익 격차 확대와 이로 인한 임금 격차 심화, 실질소득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조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자산형성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 확대, 재형저축 재도입, 대출 확대,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개선 등 금융소득을 일부 늘려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불안정 노동시장에서 장시간·위험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 화물운송, 택배노동자의 처우개선보다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오히려 탄압하고,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등을 폐지하겠다는 ‘퇴행성’ 공약도 적지 않다. 과도한 필수물품과 수수료, 광고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본사와 점주들의 단체협의를 활성화시키자는 법안을 국회에서 막더니 대금결제를 카드로 할 수 있게 하겠다거나 모바일상품권 수수료 체계 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지원하겠다는 등 ‘선심성’ 공약도 문제다.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인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의 역량을 강화시키겠다거나 소상공인에 대한 오프라인 교육 및 컨설팅 지원 확대,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등 ‘모순성’ 공약도 눈에 띈다. 이 정도면 총체적 난국이다.

낯익은 공약의 재탕, 21대 때 뭐했나

‘총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기에, 총선을 시작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민생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유권자의 목소리와 요구를 전달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더불어민주당의 민생과 중소상인 공약도 지원대책을 중심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임대료 분담제나 상가임대차 보호, 지역화폐 확대, 노란우산공제 가입대상과 혜택 확대, 소상공인전문은행 설립,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법제도 마련,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등 보다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개선 대책이 함께 제시되어 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사실상 종속적 자영업자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가맹점주, 대리점주, 수탁사업자의 단체협상권 보장 등 정부보다는 국회 책임성 공약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도 정부 의존적인 국민의힘 공약과는 차별성이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상당히 낯이 익다. 대부분이 지난 21대 총선이나 2022년 대선에서 나왔지만, 지켜지지 않은 공약들이 대부분 재탕된 까닭이다.

대선 때 나온 공약들의 경우야 야당의 힘만으로는 현실화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겠지만, 21대 국회 전반기 2년의 상황은 이야기가 다르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책임있는 집권여당 되겠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자신들이 요구했던 정책을 대폭 후퇴시켰었다.

2020년 총선 때는 입법을 통해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수하겠다면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져갔지만, 민생경제 개혁은커녕 오히려 혁신성장과 핀셋정책만 반복하다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다.

21대 국회 후반기에 와서야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 등 민생경제 법안을 어렵게 처리했지만,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다. 170석으로도 지키지 못해 재탕된 공약들을 과연 22대 때는 지킬 수 있을까? 국민의힘과 또 다른 의미로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회와 정치를 바꾸는 “전화 한 통”

우리 사회를 둘러싼 위기들의 양상이 심상치않다. 언론은 이미 한 달 넘게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보편적인 위기감들이 퍼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계절의 변화와 탁한 미세먼지가 당장 우리의 숨을 조이고 있고, 이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폭등과 물가 상승도 가계부담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경제상황의 변화로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는 계속해서 심화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또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번 총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번 총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오히려 총선을 시작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민생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욱 적극적으로 유권자의 목소리와 요구를 전달해야 한다.

국회 보좌진들을 만나보면 대기업이나 재산이 많은 다주택자, 큰손 투자자들은 스스로 협회도 만들고 국회의원실에 항의전화도 많이 하는 반면, 일반시민이나 세입자, 중소상인, 취약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법안이 추진되거나 막히더라도 전화 한통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만큼 먹고 사는 게 바쁘고 힘든 탓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란 그만큼 피곤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투표로 끝내지 말자. 왜 공약이 그따위냐고. 왜 그마저도 안 지키냐고, 전화 한 통 하자.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