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판단, 지속성·반복성을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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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지속성·반복성을 포함해야” 피해자 보호와 함께 ‘악성·허위 신고’도 방지해야…관련 제도 정비를

기사입력2024-04-22 15:01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우리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려면 ①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것,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리고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갑질’은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말한다. 여기서 갑질 여부는 관련법규, 당시 상황(공개된 장소 여부, 근무시간 여부, 대안이 없는 불가피한 행위 여부, 업무 내용, 그간 당사자와의 관계 등), 공사의 구분, 인권 존중의 원칙과 공동체 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두 규범에서 ‘지속반복성’을 명문의 규정으로 삼고있지는 않지만, 지속성 내지 반복성을 필수요건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속반복성을 요건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의 범주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각자마다의 주관적인 직관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법부에서는 지속반복성을 요구하는 추세이고, 행정기관(노동청 등)에서는 입장이 혼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순에 따라 노동부에서도 검토에 착수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노동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11월 제출한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반복돼야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행위는 ‘3개월 이상 지속됐고, 평균적으로 주 1회 이상 반복’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다만 지속기간이 3개월보다 다소 짧아도 12~13건 이상의 기록이 있으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지속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상황에 따라 반복성 기준을 일부 완화(월 2~3회)하기도 한다.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지만, 최근 하급심 판례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지속반복성을 반영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내 이야기 들어, 이 새끼가”하고 1회 욕설을 한 사안에서, 법원은 가해자가 욕설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1회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통화에서는 존댓말을 사용한 점, 피고가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평소 원고에게 감정적인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한 경우는 없었던 점을 고려하여 피고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직장 내 괴롭힘 여부의 판단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취지와 규정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업무의 내용, 행위가 이루어진 시간·장소 등 상황과 형태, 행위의 내용과 정도, 의도나 경위, 반복·지속성의 유무,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업무처리 행태 등과 관련하여 화가 나 우발적으로 1회 욕설한 사실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5. 19. 선고 2022나63476 판결)”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내지 갑질 방지제도는 괴롭힘 없는 상호 존중의 직장 분위기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중요하지만 악성·허위 신고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으로서 함께 존재한다. 지속반복성 요건과 관련해 관련 제도의 정비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