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한국 공공미술 1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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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한국 공공미술 1세대 [그림을 읽다:Blue-chip Artist] ⑱ 오경환 작가

기사입력2014-08-07 13:50

이유미 객원 기자 (arocoo@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벽화작업을 비롯해 여러 도시공간에 벽화작업을 해 온 오경환은 최근 열린 ‘Street’ 개인전을 비롯해 20여회의 개인전과 15곳의 공공미술 경력을 지닌 중견작가다. 한국 공공미술 1세대 작가로서 그동안 벽화작업을 하며 얻은 기법적 특성을 회화, 사진, 설치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street7, 29x37cm, woodcut, 1979

청년 예술가의 독창성-woodcut(다색목판화)

70년대에 제작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성된 판화 시리즈는 작가의 청년 예술가 시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파리 유학시절 제작한 다색목판화 작업으로 대도시 생활의 정서를 대담한 색면 구성의 대비와 동양적 필선의 독창성을 결합해 표현하고 있다. 당시 파리의 색채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Street’시리즈 그리고 작가와 함께했던 동료화가들을 모델삼아 제작한 ‘Visage’시리즈로 이루어진다. 신표현주의적인 기법과 동양적 필선의 극대화가 자유롭게 결합되며 대도시의 세련미, 삭막함, 우수를 강렬한 색면 대비와 생략, 과장효과(데꾸파주-decoupage 기법)를 통해 풍부한 회화성을 표현하고 있다.

street12, Acrylic on canvas, 2012

회화적 조형미-monochrome painting(모노크롬 페인팅)

모노크롬 시리즈는 여백과 균제의 미학, 동양적 필선의 기법을 추구하며 ‘터키블루’색과 벽화식 마띠에르가 결합된 화면이 바탕을 이룬다. 그 안에서 왜곡되고 변형된 일상의 인물과 사물 표현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러 작품을 통해 보이는 ‘터키블루’색은 작가 오경환을 이야기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터키블루톤의 마티에르와 필선을 통한 사물의 ‘단순화 작업’은 ‘신형상성’을 구축하며,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동양적 명상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추상회화와 구상회화의 새로운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구성적인 부분을 제하고도 그의 회화에는 도시민에게 친근한 기물이나 화병, 인물 등이 정감있게 형상화되어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또한 도회적인 사각의 공간 위에는 단순한 형태가 진솔하게 그려져 더욱 인간적 정취를 풍긴다. 이러한 인간애에 기초한 현대성은 다양한 조형적 실험인 형상의 분명함(사각 틀)과 그려진 형상, 색면의 효과 속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철저하게 회화적 조형미에 기초하면서도 회화의 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현대 조형예술의 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window1, 190 x 110cm, Acrylic on terracotta, 2004

실루엣의 시적 공간-terracotta(테라코타)

작가는 90년대 말부터 추구했던 모자이크와 회화 기법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조형을 보여준다. 특히 2004년 초반부터 소성(燒成)된 사각형의 테라코타 위에 회화적인 채색작업은 이 점토라는 배경과 그 위에 채색된 물감에서 인간적인 따뜻한 감성이 배어 있다. 그의 작품에서의 인간적인 체취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구운 흙’이며, 둘째는 ‘소박하게 그려진 형태’이다. 이러한 공간의 형상은 바로 실루엣이다. 이 실루엣은 대상 내부의 형태는 설명하지 않고 대상 외곽선만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그림자’처럼 어둠을 기초로 한 암시적인 표현이다. 즉 이 실루엣은 대상을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그 구체적 지시성이 없는 이중적인 표현이어서 암시와 상상의 시적인 공간을 열어준다.(강태성 평론 중 발췌)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벽화(1988)

소통과 공존-public art(공공미술)

오경환은 88올림픽 주경기장 벽화와 수색역 지하철 벽화 등의 많은 작품들을 통해, 각박하고 비인간적인 도시 환경을 인간적이며 감성적인 예술의 공간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왔다. 테라코타와 모자이크 타일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시각적 동선을 고려한 공간과의 어우러짐을 읽어내는 작가의 조형감각은 사각의 캔버스에서 벗어나 도시벽화라는 작업을 통해 잘 표현된다. 인물의 운동감(88올림픽 주경기장 벽화)과 사물의 시각적 단순화는 오랜 기간 공공미술의 경험이 쌓인 그만의 소통이며, 관객이 아닌 도시민들의 예술작품 향유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벽화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난다. 탁월한 공간해석 감각이 때론 과학적이기까지 한 그의 공공미술에서 도시벽화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을 읽을 수 있다.

이렇듯 오경환은 시간의 간격을 가진 다양한 시각 표현들 간의 소통과 공존이라는 미학적 패러다임을 관객들에게 제시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속의 인물과 사물이 주는 상징성과 명상성을 추구해 오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회화세계가 표현양식의 다양성 속에서 서로 소통하며 새로운 회화적 조형미를 보여줄 수 있는 힘은, 지치지 않는 예술을 향한 열정과 새로운 모색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작가이면서 동시에 후학을 양성하며 정년을 바라보는 그에게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 그의 작품을 한 점 소장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