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산업구조 비슷…FTA로 제조업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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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韓中 산업구조 비슷…FTA로 제조업 경쟁 격화 주력상품 겹치고 미래 성장동력도 유사…분업·경쟁 선택 기로

기사입력2014-12-0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무역협회가 27일 개최한 ‘한중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농수산분야는 전체 품목수 기준으로 60%를 보호하도록 조치했습니다.…한미FTA에서는 양허제외가 쌀 관련 11개 품목에 불과했습니다. 그에 비교하면 한중FTA에서는 600개 이상 품목을 양허제외했기 때문에 농수산 보호는 달성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개최한 ‘한중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농수산물 보호성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중국 이외에 다른 나라와 FTA를 추진할 때도 여러차례 ‘농수산업에서 우리의 개방을 줄이고, 제조업에서 상대의 개방을 확대한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좀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제조업에게 마냥 기회일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한중FTA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과제’를 발표한 산업연구원 조철 주력산업연구실장은 “과거에는 한중간 산업이 분할돼 있었는데, 최근에 산업내는 물론 품목단위까지 비슷한 상황”이라며, 한중FTA로 인한 산업간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실장은 한국의 대중수출과 수입 품목간 유사성이 매우 심하다는 사실로 이를 입증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수출 10대 품목과 대중수입 10대 품목을 보면, 대부분 전자·자동차·화학 등의 산업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의 대중수출 2위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대중수입 1위 품목이기도 하다. 대중수출 1위인 액정디바이스는 대중수입 4위며, 대중수출 6위인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은 대중수입 7위이기도 하다. 자동차 부품 역시 대중수출 4위와 대중수입 10위를 차지했다.

한중 10대 수출입품목 현황

<자료=‘한중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 자료집>

이는 양국간 산업구조가 유사해지고 있으며, 과거에는 산업간 분업체계였으나 이제 산업내 분업을 넘어 품목내 분업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기업들이 중국수출을 시도할 경우 중국 현지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으로 중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분업구도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의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경제개발 계획을 담은 12차 5개년계획을 보면, 모든 산업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을 개발해 구조고도화를 추진하고,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직적인 분업구조를 유지할 수 없으며, 같은 산업과 품목 내에서 분업과 경쟁을 동시에 진행하는 관계가 됐다는 의미다.

중국의 전략형 신흥산업인 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 차세대 정보기술, 생물, 첨단장비 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신에너지자동차 등은 한국의 신성장동력산업과 유사하다는 점도 앞으로 양국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서 있는 산업들에서도, 그 우위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현장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박천일 통상연구실장이 발표한 국내 무역업체 1212개 대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무역업체들은 중국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현재는 국내보다 낮다고 응답하고 있지만, 향후 5년 후와 10년 후에는 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한 중국제품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 수준 인식

<자료=‘한중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 자료집>

조 실장은 “이 때문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시장이 열리는 것과 함께 우리 시장이 열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현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게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투자처라는 의미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해법은 중국과의 차별화와 틈새시장 공략이 될 수밖에 없다. 조 실장은 “한중FTA로 현재 수출을 많이 하는 품목에서 관세철폐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부품소재 중심 수출에서 새로운 틈새시장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주력 수출품목이 아니지만 중국이 시장을 개방한 화장품, 헬스제품, 소형 고급가전 등을 예시로 들었다.

또 중국진출기업에게는 한국 모기업과 중국 현지기업 간 부가가치 사슬구조에 연계한 R&D 역할배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부가가치·경량제품·소형은 한국에 특화하고, 중국에서는 조립·유통·판매·A/S등에 투자해 한국계 기업의 중국 현지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