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자는 호텔 No, 아트콘텐츠로 ‘룸’ 꾸밀까

프린트

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잠만자는 호텔 No, 아트콘텐츠로 ‘룸’ 꾸밀까 [기업과 예술의 만남:아트 콜라보레이션] ⑥아트 호텔

기사입력2014-02-15 06: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독일 아르테 루이제 쿤스트 호텔 206호 Cabaret:뉴욕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출신 여류 사진작가 나탈리 다오스트가 꾸민 방. 1920년대 당시 독일 베를린에는 많은 카바레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한국 호텔 산업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최근 통계만 보더라도 매년 3.3%씩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특히 외래 해외관광객 수가 2007년도 645만명에서 2011년 980만명으로 연평균 11%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해외관광객 1000만명을 넘은지도 오래다.

서울 도심은 물론 수도권 일대에 게스트하우스, 중저가 호텔, 비즈니스 호텔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이유다. 여행객이 묵을 공간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일단 룸만 만들어 놓으면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으리란 사업적 판단이 깔려 있다.

여행 패러다임 변화, 킬러 콘텐츠 구축해야

하지만 세계적으로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텔이 잠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곳이긴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없다면 여행객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킬러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 변화하는 여행트렌드에 맞게 호텔 투숙경험 자체가 또 하나의 새로운 감성체험이 될 수 있는 호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시기다.

독일 아르테 루이제 쿤스트 호텔 203호 빈센트의 침실: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이렌트 호펜베어크가 꾸민 방이다.

획일화된 객실 시설 및 서비스에서 벗어나 개별 고객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복합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서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여행의 증가와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객이 일본, 중국을 넘어 유럽 등으로 확산됨에 따라 이들에게 문화적인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에 호텔들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티스트 작품으로 호텔 룸 꾸미기

국내 호텔 업계에서도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숙박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모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류스타의 공연관람이나 전시문화상품과 연계된 여행패키지가 만들어지기도 하며 세계적인 명품 아울렛 몰과 제휴, 관광 교통 중심지에 비즈니스, 부티크형 테마호텔 유치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드라마 촬영장이나 K-POP스타의 공연마케팅, 의료관광, 쇼핑 연계 서비스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독일의 쿤스트 호텔이나 스와치 호텔처럼 ‘아트’를 자신만의 킬러콘텐츠로 차별화한 호텔은 거의 없다.

독일 아르테 루이제 쿤스트 호텔 300호 가난한 시인:베를린 출신 안드레아스 패스락이 꾸민 방이다. 19세기 뮌헨에서 활동했던 칼 슈피트벡의 작품 ‘가난힌 시인’이란 그림에서 모트브를 가져왔다.

세계미술시장은 한국, 중국, 홍콩, 인도 등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이미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에서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며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인기는 K-POP 스타 못지않다.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 화려한 샹들리에도 좋지만 그 인테리어 비용을 반으로 줄여 한국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으로 호텔 룸을 꾸미는 것은 어떨까? 그와 연계해 여행객들을 위한 미술교양강좌를 개최하고 작가의 스튜디오를 직접 탐방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비용 대비 최고의 투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쿤스트 호텔처럼 작더라도 세계에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아트 호텔이 하나 둘씩 생겨났으면 좋겠다. 한류스타 뿐 아니라 한국의 예술가들을 보러 오기 위한 여행객들이 더 많이 생기도록 말이다.[아트매니지먼트그룹 ㈜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