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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185cm 통통族 여자 ‘미란다’가 사는 법
영국 여성 코미디언 자전적 에세이 번역서 출간
- 기사입력2015-05-04 18:23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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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5cm에 통통한 몸을 가진 여성이 ‘여성으로서’ 산다는 건 어떤 일일까? BBC 영국드라마 ‘미란다’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코미디 작가이자 코미디언인 미란다 하트(Miranda Hart)는 자신의 경험과 단상들을 녹여낸 드라마 미란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작품의 팬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국가는 다르지만 여자다움에 대한 강요는 한국이나 영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탓이다.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슬랩스틱과 말장난이 난무하는 코미디다. 덩치가 큰 미란다는 좋아하는 남자 앞에만 서면 너무 긴장해서 넘어지고, 모험심이 떨어진다는 주변사람들의 핀잔에 집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배낭여행을 떠나며, 집에 있는 과일에 이름을 붙여놓고 대화를 나눈다. 여자다움을 거부하는 미란다의 또 다른 주제는 어른스러움에 대한 반항이다. 미란다는 ‘어른인척’ 하느라 괴로운 세상 모든 어른들을 향해 함께 인생을 즐겨보자고 말한다.
왼쪽이 원작인 ‘이즈 잇 저스트 미?’, 오른쪽이 번역서인 ‘미란다처럼’. <사진=Hodder & Stoughton LTD, 책덕>작가이자 주인공인 미란다 하트는 지난 2012년 ‘이스 잇 저스트 미(Is It Just Me)?’라는 이름으로 에세이를 냈다. 취미, 회사생활, 몸, 미용, 다이어트, 건강, 휴가, 크리스마스, 데이트, 결혼, 꿈 등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구어체 형식의 솔직한 글로 풀었다.책에는 18세 시절의 미란다와 30대 후반인 현재의 미란다가 가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30대의 미란다는 코미디언의 꿈을 품고 있으면서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는 18세의 미란다에게 “너 자신을 찾으라”는 조언을 무겁지 않게 건넨다. 이는 불안했던 청소년기의 자신에 대한 독백인 동시에, 주변 시선에 얽매여 진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우리가 꿈을 꾸지 않게 될 날이 오긴 할까요? 저는 한 번도 꿈꾸는 걸 멈춰본 적이 없어요. 스물다섯 살 스파이스걸즈가 등장했을 때까지도요. 저 그룹에 들어가야겠다고 아주 확고하게 마음먹었던 기억이 나요. (중략) 만약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쪽 분야에 기본적인 기술과 재능만 있다면, 제발, 제발, 제발… 하세요! 이것만은 제가 말할만한 자격이 있는 조언 같아요” (책 중에서)미란다의 에세이는 지난달 말 한국에도 번역서로 나왔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김민희씨가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독립출판사인 ‘책덕’을 차렸다. 출판에 드는 비용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했다. 드라마 미란다의 팬이었던 김씨는 “미란다의 책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번역서를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예전부터 번역가라는 꿈을 막연히 꾸고 있다가 이 책을 계기로 처음 도전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김씨는 미란다 하트의 못 말리는 말장난을 재치 있게 한국어로 바꿔 썼다. 한국어 판으로 나오면서 표지도 앙증맞은 일러스트로 바꿨다. 미란다 하트 지음 | 김민희 옮김 | 책덕 펴냄 | 327쪽 | 1만6000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