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섬유에만 깐깐한 한미FTA 원산지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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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유독 섬유에만 깐깐한 한미FTA 원산지검증 사전통보 없는 불시 ‘현지검증’ 실시중…불법행위 단속권까지

기사입력2015-06-18 14: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14년 미국 세관이 한미FTA 발효 이후 처음으로 ‘한미 세관 합동 현지검증(이하 현지검증)’을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세관은 미국 세관과 함께 2014년 6월 서울과 경기지역 대미 수출 및 생산 섬유업체 13개사를 대상으로 현지검증을 실시했다. 현지검증은 직접검증 및 간접검증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에 사전통지를 주지 않고 바로 방문해 검증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섬유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와의 FTA에서도 미국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취급하는 품목이다. 2012년 기준 미국이 징수한 수입관세의 41%가 섬유 수입관세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미국은 섬유와 의류제품에 대해 매년 원산지 위험국가와 우범기업을 선정해 강력한 검증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에는 섬유류 해외 검증팀이 9개국 174개 공장에 대해 현지 검증을 실시해 39%의 원산지 검증 위반 사례를 적발했을 정도다.

지난 17일 관세청과 섬유산업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섬유류 원산지검증 설명회’에서 서울본부세관 황재만 FTA과장은 “미국은 수입 섬유제품에 대해 유독 예민하다. 예를 들어 남미의 경우, 미국 세관이 한 번 검증을 나가면 남미 섬유업체 10개사 중 5개사는 문을 닫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원산지 검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FTA를 추진할 때도 미국의 최대 관심품목이자 민간품목은 섬유였다. 이에 한미FTA는 섬유에 대해서만 다른 원산지검증 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섬유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제품은 직접검증 방식(수입국 세관에서 추가서류를 받아 검증)이 적용된다. 반면 섬유제품은 한국과 미국 세관이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수출자 또는 생산자 등의 사업장에 방문해 공동으로 현지검증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황 과장은 “미국 세관이 현지검증을 요청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현지검증을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올해도 이미 6월부터 현지검증을 하고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입국 세관은 무작위로 검증 대상 기업을 정하고, 해당 기업을 방문해 검증에 대한 동의를 요청한다. 기업으로부터 서면동의서를 받으면 검증을 진행하는 것이다. 동의를 구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기업이 거부할 여지는 없다. 조사를 거부하면 바로 특혜관세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현지검증은 인터뷰와 공장 방문 등의 절차로 이뤄진다. 한국 세관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미국 세관이 이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 원칙이다. 미국 세관은 인터뷰를 통해 ▲수출거래 사실 ▲생산시설 및 현황(전체 직원 수, 교대시간 등) ▲원재료의 구매사실 확인(공급국가 및 대금결제 주체)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여부 등을 질문한다. 답변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되면, 미국 세관은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추가서류를 요청할 수 있다. 인터뷰가 종료되면 공장에 방문한다. 실제 생산공정을 수행하고 있는지 또는 수출품 생산에 역외산 원재료가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FTA 섬유류 원산지검증 방법

<자료=서울본부세관> ©중기이코노미

황 과장은 “미국 세관은 업체 내에 재봉틀이 몇 대 있고, 근로자 몇 명이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꼼꼼히 조사한다. 기업이 인터뷰에서 답했던 생산량을 생산할 만한 인력과 설비를 실제로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수출품에 역외산 원재료가 쓰이지 않았는지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현지검증에서 미국 세관이 요청했던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기업은 특혜관세에서 배제된다. 황 과장은 미국 세관 직원들이 출국하기 전까지 요청받은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제출이 늦어질 수록 자료를 가짜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현지 검증 결과에 이의가 있는 기업은 조사결과 통지 접수 후 30일 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사항은 현지 검증을 실시하는 미국 세관이 원산지검증뿐 아니라 무역 관련 불법행위 여부를 단속할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황 과장은 “미국 세관은 IPR(지식재산권)등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함께 단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GAP, 아베크롬비 등 미국 상표가 부착된 물품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본다는 것이다. 정식계약을 거친 제품이라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세관에서 단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