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그전에 잘린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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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임금피크제? “그전에 잘린다고 전해라” 도입하면 청년채용 ‘어불성설’ 되레 조기퇴직 압박 가능성 커

기사입력2015-12-22 19:24

한국노동연구원 김세움 부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내놓은 ‘임금과 생산성 국제비교’를 통해 한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40~49세까지 가파르게 높아지다가 50대부터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의 근로자 임금은 50~59세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 높아지거나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한국 임금의 특징은 연공성(근속연수가 많아지면 임금도 자연히 증가하는 성향)이 높은 임금체계 탓이며, 이로 인해 50대 근로자들이 조기퇴직으로 내몰려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라 분석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임금이 조금 깎이더라도 직장 내 계속 근무가 가능한 한시적 임금피크제와 성과제를 주장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비용을 청년고용 창출에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이를 찬성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첫해인 2016년에는 3만4145명, 2017년에는 5만9226명, 2018년 이후에는 해마다 7만명 이상을 새로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함께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경우 내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7조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55세 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임금을 낮출 경우 5년간 25조9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최근 10년간 연평균 임금증가율(3.4%)을 유지할 경우 현재 297만원인 55세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20년에는 351만원으로 늘어나지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2020년 월평균 임금은 절반 수준인 175만원으로 줄어든다. 절감한 비용은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혁신, 복지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사측의 입맛에 맞게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정년연장 대상자와 재직자간의 임금과 복지 등에 차별을 둠으로써 정년보장은커녕 사실상 조기퇴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정년연장 대상자와 다른 재직자들 사이에 갈등을 유발, 고령자들의 또 다른 조기퇴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20~30대 신입사원 등을 포함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청년을 채용하겠다는 그간의 대기업들 주장과 정면배치되는 행태다. 아니면 임금피크제를 도입못해 청년층의 희망퇴직을 받은 것일까?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