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함께 만든 제품…통일 첫걸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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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남북이 함께 만든 제품…통일 첫걸음 아닐까요” “개성공단 생산품 값싸고 품질 우수” 개성공단상회 김진조 부장

기사입력2016-01-04 00:00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를 희망하는 중소기업 수가 2000여개에 달한다. 또 개성공단 가동 10주년을 맞아 진행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기업의 82.2%가 개성공단과 같은 북한지역내 경협모델 확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중소기업 입장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개성공단의 북측근로자 임금은 월 73달러(약 8만5249원)다. 이는 중국내륙공단이나 베트남 노동자 인건비에 비해 절반이상 낮다. 또 말이 통하기 때문에 기술교육이 1~3개월이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개성공단이 이처럼 여러 강점이 있고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때론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공동판로를 개척해 입주업체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사)개성공단기업협회가 설립한 게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제품 제조능력을 갖춘 12개 기업이 편집샵(한 매장에 2개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점포) 형태로 남녀의류와 속옷, 정장류, 아웃도어, 식품 등 14개 품목을 판매한다.

개성공단상회 김진조 부장

개성공단상회의 김진조 부장은 개성공단을 ‘경제적 공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남북관계나 정치적 이슈 때문에 생산 및 상품 출고 등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와 관계없이 기업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으로 인식해야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에 신뢰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특히 “개성공단은 북한에 위치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남과 북을 이어주는 화해와 평화의 장소”라며 “북측의 주민들이 만든 것을 남한의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통일의 첫걸음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유통 단계 최소화로 가격 저렴…품질은 우수

“북한에서 생산했다고 하면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생산된 제품 정도로 생각하고 상회에 오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가격도 낮을 것이라 예상했다가 실제 제품가격을 보고 비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자재를 국내에서 반입하고, 제조와 마감만 북한의 숙련된 노동자가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소비자들도 품질과 가격에 만족해 지금은 단골손님이 됐죠”

실제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은 별도의 라벨작업을 거쳐 국내 백화점이나 여러 업체에 납품되기도 한다. 김 부장은 유럽 등 해외브랜드에도 납품하고 있어, 디자인이 뒤지지 않고 재료와 마감재도 좋은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개성공단 인건비가 낮고, 제품을 가져와 바로 판매해 불필요한 유통단계가 없어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에서는 속옷, 정장류, 아웃도어, 보석함, 도어락 등 14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주어지는 각종 세제 혜택도 한 몫하고 있다. 입주기업은 북한의 공업지구 세금규정에 의해 개인소득세, 도시경영세(월 임금총액의 0.5%), 자동차이용세(연간 40달러), 토지사용료(2015년부터 1㎡당 0.64달러)를 부담한다. 기업소득세는 이윤 발생시점부터 5년간 면제 후 3년간 50% 감면되며, 재산세도 5년간 면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북한에서 임가공방식으로 생산한 물품을 외국으로 수출하면 간이정액환급을 받을 수 있다. 북한지역에서 가공한 물품도 우리나라 안에서 위탁생산한 물품으로 간주돼 수출액의 일정 비율로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 부장은 “국내의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비용절감 등이 더해져 기업은 높은 이윤을 낼 수 있고, 소비자는 가격 대비 국내제품 못지 않은 품질 높은 상품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FTA, 개성공단 생산품 ‘메이드인코리아’ 날개 단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품은 사실상 수출이 어려웠다. 수출품의 경우 수입국의 원산지 규정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며, 원산지 규정에 관한 국제 관례상 완제품의 경우 ‘북한산(産)’으로 판정돼 관세상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북한을 적성국으로 분류해 북한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율을 지정했고, 일본과 EU 역시 북한산 수출품목에 다소 불리한 과세와 쿼터제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한·중FTA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메이드인코리아’ 마크를 달 수 있게 됐다.

중국은 개성공단에서의 역외가공을 인정해 협정 발효와 동시에 현재 생산중인 품목에 대해 특혜관세를 인정했다. 대상품목은 기존에 체결된 FTA중 가장 많은 HS code 6단위 기준 310개며, 매년 양국 합의에 따라 대상품목을 개정하도록 했다. 원산지지위 인정기준은 비원산지 재료 가치가 수출가격(FOB)의 40% 이하와 원산지 재료 가치가 총재료가치의 60% 이상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특히 비원산지 재료에 개성공단 임금이 제외돼 기존의 한·싱가포르FTA나 한·아세안FTA에 비해 유리하다.

김 부장은 “개성공단이라는 기차가 우수한 제품을 싣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상회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에서는 한·중FTA 발효에 맞춰 중국의 알리바바 및 티몰(T-mall)과 업무제휴를 추진 중이다. 또 중국 산둥성 1위 유통기업인 ‘지자웨그룹’과도 업무제휴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내 한류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거니와,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매장이 없는 지역의 소비자를 위해 홈페이지 개설과 쇼핑몰 구축도 올 3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 진출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해외 판매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기업설립 하려면

개성공단 내 기업설립은 기업창설이라고 표현한다. 통일부에서 남북협력사업승인을 받은 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기업창설 승인을 받으면 된다. 관리위원회가 기업창설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10일 안에 신청내용을 보고, 북측과 우리나라 관련법규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검토해 승인하거나 부결한다. 기업창설을 승인받은 기업은 총 투자액의 10%이상을 등록자본으로 투자하면 기업등록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 최고높이 기준 ▲조경 및 울타리 기준 ▲이격거리(건물과 건물사이 간격) 기준 등이 남측과 달라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측의 경우 전용공업지역의 건폐율은 70%이하에 용적률은 150%이상 300%이하의 규칙이 적용되지만, 북측은 일반공장을 기준으로 건폐율 60% 용적률 180% 건축물 최고높이 26m이고,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는 건폐율 60% 용적률 250% 최고높이 75m다.

또 북측근로자를 위한 샤워장, 탈의실, 식당 등의 부대시설과 남측주재원용 숙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북측의 수도공급 및 주거사정을 감안해 근로자가 공장 내에서 교대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모의 샤워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물탱크는 충분한 소화용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남측보다는 큰 규모로 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생산활동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분리 및 보관이 가능하도록 폐기물 수거장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