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HACCP’ 사후관리 못하면 취소

프린트

Live 중기 ㅣ 기업·제품 인증 안전한 먹거리 ‘HACCP’ 사후관리 못하면 취소 인증업체서 이물질 검출…관리강화 추세, 빵 과자 등 의무대상 확대

기사입력2016-01-21 14:00

[기업 ‘인증’ 무엇이 있나 ⑫HACCP] 새해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직장인 이모씨는 인터넷에서 건강식 도시락 배달업체를 발견했다. 위생 면이 미심쩍어 선뜻 주문을 하지 못했던 이씨는 이 도시락이 해썹(HACCP) 인증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증 받은 제품이니 믿고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주문을 했다.

해썹은 식품 제조·가공업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인증이다. 해썹이란 식품 제조·유통 과정에서 이물질이 섞이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과정마다 위해요소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식약처의 위생 점검이 사후적 조치라면, 해썹은 위생관리체계를 갖춘 사업장을 사전에 인증해주는 제도다. 우리말 정식 명칭은 ‘식품안전관리인증제’다.

HACCP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의 줄임말로 식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해 요소를 관리하는 체계다.

◇과자·두유도 ‘의무품목’ 지정=미국에서 들여온 해썹이 국내에서 실시된 지도 올해로 20년째다. 어묵류, 냉동식품(피자·만두·면), 냉동수산식품(어류·연체류·조미가공품), 빙과류, 비가열음료, 레토르트 식품, 배추김치 등 7개 품목은 2003년부터 해썹 의무적용 대상으로 지정됐다. 때문에 해당 식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반드시 해썹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의무대상 품목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어묵·어육소시지, 과자·캔디류·빙과류, 음료류(과실음료·가열음료·두유 등), 빵류·떡류(떡볶이떡 포함), 초콜릿류, 국수·유탕면류, 특수용도식품, 즉석섭취식품 등 8개 품목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올해 12월부터는 연매출이 5억원 이상이면서 종업원 수가 20명이 넘는 업체, 2018년 12월부터는 연매출 1억원 이상이면서 종업원 수가 5명이 넘는 업체, 2020년 12월1일부터는 품목에 해당하는 모든 업체로 의무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연매출이 100억원 이상인 식품생산업소는 의무적용 품목 여부와 관계없이 2017년까지 반드시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받은 제품만 광고 허용=해썹 의무대상 품목이 아니어도 인증 신청을 할 수 있다. 해썹 인증을 홍보하면 소비자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정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광고는 해썹 인증을 받은 품목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식품공장 두 개를 운영 중인 업체가 A공장에서만 해썹 인증을 받았는데, B공장 제품에 해썹 인증 마크를 달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위생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던 소규모 사업장은 인증을 준비하며 위생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원 정보용 교육홍보팀장은 “해썹 인증을 받은 뒤 홍보 효과로 매출이 증대하는 것도 사실이나 궁극적으로는 위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해썹 인증 마크.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선행요건 점검 후 현지실사=현장심사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선행요건 점검이다. 선행요건은 ▲영업장관리(작업장, 건물 내부, 배수관, 출입구, 통로, 채광, 화장실) ▲위생관리 ▲제조·가공시설 관리 ▲냉장·냉동시설 용수관리 등 분야별로 세부 기준이 마련돼 있다.

가령 식품제조 작업장 출입구에는 구역별 복장 착용 방법을 게시해야 한다. 화장실에는 별도의 환기시설과 세척·건조·소독 설비를 갖춰야 한다. 냉장시설은 내부 온도를 10℃ 이하로, 냉동시설은 영하 18℃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외부에서 온도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항목도 있다.

해썹 인증을 맡고 있는 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선행요건 결과를 제출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지실사를 진행한다. 심사 평가비는 20만원이다. 식품안전관리인증원 홈페이지(www.haccpkorea.or.kr)에서 언제든 인증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사후관리 못하면 인증 취소=해썹 인증에 유효기간은 없지만 사후관리 과정에서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매년 진행되는 사업장 정기조사 결과에 따라 다음해 조사 범위와 주기가 결정된다.

정기조사 점수가 95점 이상인 곳은 향후 2년간 정기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90점 이상 95점 미만인 곳은 1년간 면제된다. 단 배추김치, 기타김치, 즉석섭취식품, 신선편의식품 등 비가열섭취식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전년도 정기조사 점수와 관계없이 매년 정기조사를 받아야 한다.

해썹의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7월에는 대장균 떡볶이 논란을 일으킨 모 식품회사가 해썹 인증업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후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업체는 해썹 인증을 받은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17차례나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날벌레, 머리카락 등 이물 검출이 10차례, 대장균 검출이 6차례였다. 이 업체에 대한 해썹 정기평가 점수는 94점이었다.

이러한 논란이 있은 뒤 해썹 사후관리는 강화되는 추세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주요 위생안전조항을 어긴 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해썹 업체가 정기조사에서 60점 미만을 받는 경우에도 바로 인증이 취소된다.